“본 정전협정의 일체 규정은 1953년 7월 27일 22:00시부터 효력을 발생한다. 1953년 7월 27일 10:00시에 한국 판문점에서 영문, 한국문 및 중국문으로써 작성한다.
이 세가지 글의 각 협정 본문은 동등한 효력을 가진다.
조선 인민군최고 사령관, 조선민주주의 인민 공화국 원수, 김일성/ 중국인민 지원군 사령원, 팽덕회/ 국제련합군 총사령관 미국 륙군 대장, 마크 더불류 클라크/ 참석자: 조선인민군 및 중국인민 지원군대표단 수석대표 조선인민군 대장. 남 일/ 국제연합국 대표단 수석대표 미국 륙군 준장 윌리암 케이 헤리슨.”
이상이 1953년 7월 27일 하오 10시 정각부터 12분간에 걸쳐 조인된 정전협정문의 서면 내용이다.
이 군사정전에 관한 서면내용이 체결됨으로써 군사분계선이 확정되고 이 선에 따라 남북으로 각각 2㎞씩 너비 4㎞의 비무장지대가 만들어졌다.
비무장지대라 함은 말 그대로 무장을 해제한 곳으로 군대의 주둔이나, 무기의 배치, 군사시설의 설치가 금지되어 있는 평화지역을 말한다.
지난 여름 경기북부작가회는 포천반월아트홀에서 “비무장지대 재조망전”전시회 개최를 결정하고 비무장지대와 철원의 노동당사 그리고 연천 조각나라에서의 민통선예술제 개막에 이르는 답사를 했었다.
비무장지대에 대한 주제를 가진 전람회였기에 꼭 필요한 답사였고 또한 일반인 누구나 갈 수 없는 곳이기에 군부대의 협조를 얻어 계획된 답사였다. 참여한 작가들은 한국전쟁과 분단, 그리고 현실에 대한 깊은 생각들을 새롭게 했을 것이다.
비무장지대의 풍경은 그야말로 푸른 낙원처럼 풀과 숲들이 우거진 평화로운 지대였다. 새와 짐승들의 낙원으로 철조망을 경계하듯 뛰어가다 뒤돌아본 노루의 눈망울이 이직도 눈에 선하다. 하지만 고요 속의 남과 북은 비무장지대를 경계로 총, 포구를 서로 향하고 있는 긴장의 지대 이기도하다. 장미의 아름다움에는 가시가 숨겨 있듯이 평화롭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비무장지대의 풍경은 다만 눈으로 느낄 뿐 가서 몸으로 느낄 수 없는 슬픔을 안고 있으니 마음 아픈 일이다. 우리 민족 모두의 가슴에 섬 안의 섬처럼 굳게 닫혀 발길 끊긴지 반세기, 우리는 비무장이라는 즉 평화라는 언어 속에서 더더욱 불안과 긴장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국가는 개인의 행복과 자유를 추구하고 향유할 수 있는 울타리여야 함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은 책무임에도 불구하고 동족의 비극과 아픔을 50년 이상 아니 앞으로 얼마를 더 기다려야 치유할 수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는 현실에 비무장지대라는 단어가 더욱 새롭게 느껴진다.
우리의 문화예술운동에서 비무장지대를 주제로 갖는 전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10여년전부터 많은 작가들이 분단 상황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며 학술분야에까지 그 범위는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미술에 있어서의 비무장지대예술운동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용보다는 형식에 갇혀 버린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형식이 내용을 지워버리는 경우 그 형틀을 깨지 않고는 새로운 내용을 담기가 어렵기 때문에, 시작에서 보여주었던 많은 작가들의 호응은 차츰 소멸되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경기북부작가회의 “비무장지대 재조망전”은 접경지역에서 삶을 살아가는 작가들로 근대사의 슬픈 역사와 분단의 현실을 재 조망하는데 그 뜻이 있다 하겠다.
비무장지대를 곁에 두고 있는 접경지역은 그동안 사실상 군사, 도발, 고통, 긴장으로 상징되는 지역으로 인식되어왔다. 하지만 냉전체제의 붕괴와 우리경제의 성장은 그러한 인식에서 차츰 희망, 평화, 생명, 환경, 생태 쪽으로 바뀌고 있으며, 이번 전시작품에서도 화해와 용서, 평화와 생명을 기초로 하는 작품을 볼 수 있는데, 이점은 많은 일반인들의 인식변화와 그 맥을 함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51년 한국전쟁당시 민간인 학살을 표현한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학살” 부제로 “Korean War"가 일본에서 전시될 때, 전쟁당사국인 우리의 정치가들과 언론, 평들은 피카소를 빨갱이로 매도했었다. 하지만 지금 이 그림은 전쟁의 잔학상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명작이라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아쉬운 점은 이 땅에서 태어나 자라고 호흡하면서 한국전쟁을 겪은 우리의 화가가 보고 느낀 것을 표현한 그림이 보이질 않은 것이 왠지 마음을 무겁게 한다. ”비무장지대!” - 그 진정한 평화와 생명의 땅으로 태어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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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4년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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