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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출 에세이=42] 인생은 잠시 머물다가는 그림자


김형출 기자 / mjmc00@hanmail.net입력 : 2012년 07월 06일
 
↑↑ 김형출 시인, 수필가
ⓒ (주)포천신문사 
인생이란 추상적 개념에 하숙생이란 구체적인 개념을 붙였더니, 눈을 지그시 감고 로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인생은 하숙생인가, 생각 중에 스쳐 지나가는 찰나는 최희준 선생의 '하숙생' 노래였다. 

쉰 목소리로 깊숙한 음색과 이지적 품위를 살린 그의 노래는 지금도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나도 노래하면 알아주는 음치이지만, 이 노래만큼은 엔간히 따라 부를 수 있다. 그래서 노래를 꼭 불러야만 할 때는 거의 이 노래를 부른다. 노랫말을 음미하면서 서툰 노래를 부르는 순간만큼은 숙연해지면서 인생의 축소판에 빠져들곤 한다.

 “인생은 나그넷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첫 연부터 “인생은 벌거숭이/강물이 흘러가듯 소리 없이 흘러서 간다.” 마지막 연까지가 어쩌면 이렇게 인생을 아주 쉽게 압축해 놓았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인생은 노랫말처럼 빈손으로 왔다가 벌거숭이로 가는 하숙생인가? 인생은 혼자가 아닌, 한세상 살다가는 나그네인가?
 
나그네가 기거하는 하숙집은 각양각색이다. 시간적 공간적 하숙집에 기거하는 나는 인생의 가난한 나그네다. 때로는 혼자라는 고독에 쓸쓸하기도 하고 또한, ‘우리’라는 울타리에 왁자지껄하며 행복하기도 하다. 가난한 나그네라 해서 가난한 하숙생은 아니다. 가난한 하숙생은 늘 하숙집 울타리 안에서만 머무르고 있는 존재이다. 하숙집은 티끌처럼 초라하기도 하고, 우주같이 웅장하기도 하다. 그곳에 머물고 있는 주인은 바로 '나' 자신이다.
 
일요일 아침, 재활용쓰레기를 버리려고 집 바깥으로 나오는데 아파트 화단에 듬성듬성 심어져 있는 어린 벚나무는 흰 꽃망울을 터트려 놓고 나를 부른다. 좁은 공간에서도 시시각각 움직이는 자연의 위대함을 발견하곤 한다. 하늘에서 눈송이가 내려앉았을 때는 뽀드득뽀드득 발걸음 소리에 귀를 쫑긋 여 밀며 세상이 온통 하얀 바다가 되기를 기원했었다.

어느덧 눈송이는 하숙집으로 돌아갔고, 지금 그 자리에는 촉촉한 봄비가 내리더니 엽록소는 어느새 파릇파릇 화사한 얼굴로 봄을 맞이하고 있다. 짧은 봄을 배웅하고 찜통더위 한 사발 들이키며 여름을 마중하니 시원하다.
 
이런저런 하루는 하숙집의 여러 공간은 눈과 입 그리고 귀와 코를 즐겁게 해주는 행복의 직감이다. 쓰레기통에는 분리수거 된 무생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어디론가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서로 부둥켜안고 오열하는 소리도 들려오고, 쪼그라든 입술을 오물거리며 겁먹은 얼굴로 떠나기를 거부하는 늙은 빈 병도 보인다. 우리 인생도 저네들처럼 떠날 때는 말없이 벌거숭이로 미지의 하숙집으로 발걸음 할까, 그곳에서 생활하는 하숙생이 궁금하다. 반드시 돌아가야 할 나의 고향이기도 한 하숙집, 그 집에 기거하는 하숙생은 영혼과 세월을 부둥켜안고 바람처럼 스쳐 가는 가난한 하숙생일 게야.

“인생은 나그넷길/인생은 벌거숭이/구름이 흘러가듯/·강물이 흘러가듯/소리 없이 흘러서 간다.” 인생은 머물다가는 그림자다. 잠시나마 작은 공간에 허름한 하숙집 한 채가 가물거린다.

김형출 / 시인, 수필가
김형출 기자 / mjmc00@hanmail.net입력 : 2012년 07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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