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사러 다니느라 피곤도 하고, 추운 날씨에 적응도 되지 않아 아침나절 재래시장에서 사온 식료품으로 요리해서 밑반찬과 함께 저녁을 먹고 나서 십 수년만에 처음으로 한국 티브이방송을 켜니 대구에서 일어난 참사 사고가 특별 뉴스로 크게 보도되고 있었다.
뉴스를 시청하면서 “어떻게 저런 일이…”하면서 너무나 끔찍스러워 스위치를 꺼 버렸다. 내가 하필 한국에 오자마자 저런 대형 사고부터 봐야하나 생각하며, 심심하면 보도되는 한국의 발전상과 세계무역대국이라고 소개는 하면서도 공무원과 정치인들의 부정 부패를 끄집어 내 불쌍한 나라로 만들어 기분을 상하게 한 한국의 실상이 여지없이 드러난 사건임이 틀림없어 보였다. 사고 진상이 밝혀지면 또 부정부패와 연결된 어떤 결론도 나올 것이고, 강산도 변한다는 십년의 세월이 두 번이나 바뀔 정도의 긴 세월이 흘러 돌아온 조국 현실을 보면서 너무 충격이 커 잠이나 자려고 침대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어느 새 잠이 들어 잠에 빠져 있는데, 또 싸우는 소리가 들려 “이게 무슨 소리야”하면서 눈을 번쩍 뜨고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고 아래를 내려다 보니 이번에는 시장상인들끼리 트럭에 실어온 물건 값을 가지고 큰소리로 다투는데 듣기도 거북스런 상스런 욕설을 해대며 서로 밀고 있는게 아닌가!
조국에 돌아온 두 번째 방에도 싸움소리를 들으니 내 마음이 좋을 리 없었다. 조그만 일 자기고도 싸우기 좋아하는 터키 사람들보다 더 한국 사람들이 고약한 성질을 가진 민족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지금이 몇 시인데 저러나 하고 시계를 봤더니 새벽 네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었는데 멱살을 붙잡고 싸우기를 이십분정도 했을까.
옆에 있던 몇 사람이 싸움을 말리는 것 같더니 드디어 조용해졌다. 어두운 새벽에 잠자고 있는 사람들은 생각하지도 않고 길거리에서 싸우는 우리나라 사람들-아마 먹고살기가 힘들어서 저러겠지. 그제까지만 해도 살았던 시드니에서는 저렇게 싸우는 소리를 들어 본 일이 없었는데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날이 밝으면 아내에게 전화나 해서 지하철 참사와 싸움이야기를 들려주어야지 하면서 나의 마음을 달래며 다시 침대 속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으나 눈이 감겨지지 않았다.
침대위에서 뒤척거리다 날이 훤해지는 것 같아 자는 것을 포기하고 일어나서 “빨리 밥이나 먹고 오늘 계획한 일을 해야겠다.”고 하면서 아침식사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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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4년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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