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표적 신소설 작가로 잘 알려져 있는 동농(東濃) 이해조(李海朝;1869,2,27포천 生∼1927,5,11 포천 卒)는 국문학적으로 신소설의 초석을 굳게 다져 놓은 작가이며 과거의 낡은 의식의 틀을 깨는 데 앞장섰고, 새로운 문학의 지평을 여는 데 한국문학의 역사 속에 크나큰 기여를 했다는 점에서 포천의 자랑으로 표면화 해야할 당위성이 있다.
특히 개화기의 우리 문학은 문학사에서 전례 없는 개혁의 시기였으며 민족사의 격동과 전환의 시기였다. 망국의 비극의 불운한 현실 속에서 과거 봉건적 체제와 유교적인 가치관을 과감하게 청산하고 새로운 사조 속에 개혁을 수용했다는 점에서 일대 대단한 전환으로 문학사에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그런데도 이해조의 문학이 지금의 우리에게 주목받지 못하는 까닭은 그동안 신소설이 의하여 개척되고 최찬식(崔瓚植)에 의해서 대중화된 신소설의 기초가 확립되었다고 잘못된 인식으로 방치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이해조 문학을 이인직 문학의 단순한 아류의 연장(延長)으로 치부해 버렸던 문학사적 오류를 극복하고 새로운 자리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우리 포천 사람들의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다.
애국계몽기에서 1910년대 초에 걸쳐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한 이해조의 문학 작품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평가하는 것은 한국 신소설의 올바른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해조 문학이 그 탁월한 우수성에 비하여 작품의 역사적 문학적 검증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며 지금이라도 우리 포천의 시민들이 찾아 주어야할 책임이요 의무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자랑스러운 동농(東濃) 이해조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새롭게 인식 하고자 언급해 본다.
이해조 (李海朝)는 1869. 2. 27 경기 포천에서 출생하여 1927. 5. 11 경기 포천 신북면 신평리에 묘를 모신 분이다. 그는 이인직과 더불어 신소설의 대표 작가이며, 봉건적 백성을 근대적 국민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국권회복의 방법이라 주장했다. 본관은 전주. 필명은 우산거사(牛山居士)·선음자(善飮子)·하관생(遐觀生)·석춘자(惜春子). 호는 동농(東濃)·열재(悅齋)이다. 인평대군의 10대손으로 아버지 철용(哲鎔)과 어머니 청풍김씨(淸風金氏) 사이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할아버지 재만은 대원군의 참모로 활동하다 1883년 민씨 정권에 의해 처형되었다. 어릴 때부터 한학을 배워 19세에 과거 초시에 합격했으나 신학문과 접하면서 신소설 창작에 뜻을 두었다. 1903년 양기탁·주시경·노익형과 광무사를 조직해 국채보상의연금 모금운동을 벌였다. 1908년 대한협회 교육부 사무장 및 평의원으로 활동했고, 기호흥학회에 가입해 기관지 〈기호흥학회월보〉 편집인을 맡는 한편 기호학교 교감을 역임했다.
한말에는 애국계몽운동에 기여했으나 한일합병 이후 일제의 관직인 중추원 의관을 지냈다. 국악에 조예가 깊어 〈춘향전〉·〈심청전〉·〈흥부전〉 등의 판소리계 소설을 〈옥중화〉·〈강상련〉·〈연의 각〉 등으로 개작했다. 1927년 뇌일혈로 죽었으며 경기도 포천군 신북면에 안장되었다. 또한 그의 작품은〈잠상태 岑上苔〉(1906)에서 〈강명화실기 康明花實記〉(1925)에 이르기까지 40여 편을 써서 신소설 작가 중 가장 방대한 양을 남겼다. 초기에 발표한 〈고목화〉(1907)· 〈빈상설 上雪〉(1907)· 〈구마검〉(1908)· 〈자유종〉(1910) 등에는 작가의 개화사상이 뚜렷하게 나타나 있다. 〈고목화〉는 과부 청주집과 권진이 신분을 넘어서 결혼하는 과정을 그렸고, 처첩간의 갈등을 다룬 〈빈상설〉은 구소설적 요소가 잔존한 채 자유결혼관·계급타파 등의 개화의지를 보여주었다.
한편 장자(壯者)의 〈소미추〉에 영향을 받아 쓴 〈구마검〉은 미신타파를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대표작 〈자유종〉에서도 미신타파는 누누이 언급된다. 〈자유종〉은 다른 작품에 비해 40쪽으로 그 분량은 적으나 봉건제도에 비판을 가하는 작가의 개화의지가 잘 드러나 있다. 신설헌·이매경·홍국란·강금운 4명의 여자가 등장하여 여성의 사회적 지위향상과 교육 및 사회풍속 개선 등을 토론한다. 표제에 "토론소설"이라 씌어 있으며, 내용이 정치적이라 하여 정치소설로 보기도 한다.
이 작품들에 나타난 그의 계몽사상은 한국 근대사상의 맹아인 실학사상, 특히 이익과 청나라 변법파의 사상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외에 〈홍도화〉(1908)·〈원앙도〉(1909)·〈박정화 薄情花〉(1910) 등을 발표했는데, 대부분 관리들의 부패, 인신매매, 개가문제 등의 계몽의식을 담고 있다.
한일합병 직후에 발표한 〈만월대〉(1910)·〈화세계〉(1911) 등에서 일제와 타협한 자신의 착찹한 심정을 그려냈는가 하면, 갑오개혁으로 몰락한 중인층의 딸이 화류계에 팔려가는 〈모란병〉(1911)과 갑오농민전쟁을 배경으로 관리의 부정부패를 고발한 〈화의 혈〉(1911)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화의 혈〉 끝에서 소설은 "빙공촬영"(憑空撮影)이며 인정에 맞도록 편집하여 풍속을 교정하고 사회를 각성하게 하는 것이 제일 목적이라 한 점으로 미루어 소박하나마 소설에 대한 견해를 지녔던 듯하다. 1912년 〈구의산〉을 발표한 이후에는 친일을 드러내는 작품을 썼으며, 그 외 번안소설로 〈철세계〉(1908)·〈화성돈전〉(1908)이 있다.
지금까지 그의 생애와 문학세계는 그 동안 모든 이의 무관심속에서 묻어 버린 국보와도 같다. 최근에 전국각지에는 자기지역 출신의 시인, 작가의 생가와 작품세계를 체계화하여 관광상품화 하는 것이 상당한 호응 속에 상품의 가치를 발휘하고 있으며 후세에 대한 교육적인 효과는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 또한 그 인물에 대한 많은 연구와 홍보를 통하여 자기 지역마다 역사 속에 큰 인물을 더 이상 도서관이나 박물관의 먼지 속에 잠들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특히 우리 포천은 지금 상당한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가치와 무가치의 반전으로 인한 선비의 발언권 약화로 고유의 곳은 지언이 굴절되어 있다. 역사적인 근거와 타당한 명분을 잃은 상징물의 건립은 경복궁 중건과 같이 백성의 피와 땀을 약탈할 뿐이다. 현재 포천에 살고 있는 모든 포천시민들에게 시민을 위한 범종의 건립이 중요한지 시민의 무관심으로 한국 신문학의 거두이신 우리포천 출신의 문학가 이해조님의 자리를 찾아 모시는 것이 더 중요한지를 깊이 있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다른 지역은 앞 다투어 자신들의 자랑거리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우리도 마음을 바로 하여 포천시민의 힘으로 자랑스런 동농(東濃) 이해조님의 문학비를 건립하자. 그리고 학문적으로 체계화 하고 시청 이나 문화원 홈페이지를 토하여 전국적으로 홍보하자. 그러면 역사에 오래 남는 가장 큰 업적이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의미 없는 범종의 건립계획을 철회하고 뜻깊은 문학비 건립에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더 이상 주민의 아픈 마음을 자극하지 말자. 어느 누가 나에게 욕을 해도 할말은 해야겠다. 하루속히 포천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왕래하는 자리에 다른 상징물 제작에 앞서 이해조 문학비를 건립하여 그가 쌓은 업적에 비해 터무니없이 폄하되고 굴곡된 역사의 물줄기를 바로잡아 주고 뜻을 기리는 것이 우리시민의 최소한의 도리이고 구겨진 자존심을 일부나마 회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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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4년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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