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은 16대 국회와는 달리 새로운 정치를 펼치리라는 기대를 모았던 17대 국회마저 16대 국회와 똑같이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한 치의 양보 없는 여ㆍ야간의 기싸움과 국회의 직무 유기 등은 17대와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물론 여ㆍ야간의 격렬한 대립과 의견 충돌은 선진 민주국가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그런 것들을 해결해 나가는 성숙도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있다. 다음에 제시할 몇 가지 사례는 최근 우리의 정치 풍토에 있어서 많은 것을 시사한다.
링컨이 더글러스라는 사람과 함께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했을 때의 일이다. 합동연설을 할 때 더글러스가 먼저 연단에 올라가 링컨이 두 얼굴의 인간이라며 맹렬하게 공격하였다. 그러자 링컨은 전혀 화난 표정을 짓지 않고 이렇게 말하며 상대편의 비판에 응수하였다.“여러분 제가 두 얼굴의 인간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얼굴로 유세에 나서지 이렇게 못생긴 얼굴로 유세에 나섰겠습니까?”
그러자 더글러스는 또 다시 링컨의 과거 행적을 다음과 같이 공격하게 시작했다.“유권자 여러분, 링컨씨는 과거에 식료품 가게를 경영한 일이 있습니다. 그 때는 법으로 식료품 가게에서는 절대로 술을 팔지 못하게 금했었는데 링컨씨는 법을 어기고 술을 팔았습니다. 이러한 사람이 상원의원이 되겠다고 하니 이게 말이나 됩니까?”
그러자 링컨은 등단하여 “친애하는 유권자 여러분, 지금 더글러스씨의 말은 하나도 거짓이 없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 때 우리 가게로 술을 가장 많이 사러 오신 분이 바로 여기 계신 더글러스씨라는 것도 거짓없는 사실입니다.”
이 명쾌한 한 마디에 장내는 우뢰같은 박수와 함께 웃음바다가 되었다. 선거 결과는 링컨이 당선되었다. 총리의 야당과 몇몇 언론을 비판하는 몇 마디가 여ㆍ야간의 정면 대결로 확대되고 있는 우리의 정치 현실과 비교해 볼 때 부러운 대목이라 할 것이다.
영국의 처칠 수상이 정계에서 활동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영국의 보수당과 노동당은 제반 국가 정책에 있어서 지금 우리의 여ㆍ야간의 대립 못지 않게 격렬한 대립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런 던 어느 날 처칠이 상대 당인 노동당 당수와 화장실에서 마주쳤다. 그런데 처칠은 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그냥 지나갔다. 그러자 노동당 당수가 매우 화를 내며 왜 나를 무시하느냐고 처칠에게 따졌다. 그러자 처칠이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당신 네들은 공기업이든 사기업이든 무엇이든지 규모가 큰 것이면 국유화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저의 물건이 너무 커서 혹시나 당신께서 저의 물건을 보시면 저의 물건마저도 국유화한다고 할까 봐 차마 아는 척을 하지 못한 겁니다. 그러면 저의 아내한테도 큰 일 아닙니까?”
그러자 노동당 당수는 박장대소를 터트렸고 그 후 여ㆍ야간의 쟁점이 되고 있는 각종 현안에 대해서 타협과 조정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앞에서 사례로 든 링컨과 처칠의 유머가 지금 우리에게는 매우 유치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총리의 말 몇 마디 때문에 여ㆍ야가 사생결단의 대결을 벌이면서 정작 중요한 민생 현안은 외면하고 있는 우리에게 있어서 이것은 단지 유치한 유머만은 아니다. 자칫하면 격렬할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일도 순간의 재치와 유머로 원만히 무마하면서 공존과 상호 발전을 이루어 나가는 선진 민주국가의 정치 지도자들의 사례는 오늘날 우리의 정치인들이 본받아야 할 사례인 것이다. 이런 윤활유야말로 우리와 마찬가지로 때로는 격렬한 여ㆍ야간의 대립을 겪으면서도 상호 공존과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선진 민주국가들의 큰 자산 중의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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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4년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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