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불우하다’는 말을 많이 쓴다. ‘불우이웃’이나 ‘불우한 환경’이란 말에서 ‘불우’는 ‘처지나 형편이 딱하고 어려움’을 이른다. 그래서 ‘불우’를 한자로 표기하면 ‘넉넉하지 못하다’라는 뜻인 ‘不優’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때는 ‘不優’가 아닌 ‘不遇’가 맞는 표현이다. 不遇를 글자대로 풀이하면 ‘기회를 만나지 못하다’이다. 즉 포부나 재능이 있어도 좋은 때를 만나지 못하여 불행하다는 말이다. 한편 不虞는 ‘뜻밖에 일어나는 일이나 미쳐 생각하지 못한 일‘이라는 뜻이다. 不遇와 不虞를 혼동하지 않도록 할 일이다.
그런데 不遇란 말 속에서 ‘잘 되면 제 탓 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속담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그뿐 아니다.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는 속담도 생각난다. 무슨 일이나 핑계거리를 찾으면 다 있다는 말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매사 핑계를 대고 남의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자신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 자신은 노력도 하지 않고 조상 탓, 환경 탓, 남 탓으로 돌리기만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 사람은 영원히 不遇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누구에게나 기회는 온다. 찬스(chance)는 온다. 다만 그 기회를 포착(捕捉)하지 못했을 뿐이다. 기회를 포착하는 것도 능력이다. 찬스는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준비된 사람에게만 오는 것이다. 준비하지 않은 사람은 찬스가 와도 모르고 그냥 지나친다.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준비해야 한다. 문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한눈파는 것이고 둘은 게으름 피는 것이다. 누구나 한눈팔지 않고 게으름 피지 않으면 기회를 포착할 수 있고 불우한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마음에 새기고 또 새겨둘 일이다.
넉넉하지 못함을 탓하지 말고 자신의 게으름을 탓해야 한다. 옆 사람의 밥그릇을 넘겨다 볼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밭을 깊이 갈아야 한다. 그리고 땀 흘려 일해야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이 땀 흘려 일하는 것이다. 3D 직종이라고 멀리해선 안 된다. 힘들고 더럽고 위험하다고 해서 기피(忌避)하면 안 된다. 그 속에서 보람을 찾고 행복을 찾아야 한다. 물론 써비스업에 종사하는 것도 좋다. 그렇다고 모두가 써비스업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제조업 없는 써비스업은 사상누각(砂上樓閣)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모두가 못살겠다고 아우성치는 가운데도 끄떡 하지 않는 독일을 보라! 도대체 그 비결(秘訣)이 무엇인가? 제조업 때문이다. 제조업이 탄탄하게 버티어주고 있기 때문에 오늘의 독일이 있는 것이다. 독일 사람이라고 다르겠는가? 그들이라고 유별나게 3D 업종에 종사하는 것을 좋아하겠는가? 아니다. 그들도 안다.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줄 안다. 그러나 그것이 참으로 살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리 하는 것이다.
우리가 닥터(doctor)를 지향할 때 그들은 마이스터(meister)를 지향했다. 그리고 마이스터를 닥터와 대등하게 존중하고 우대(優待)했다. 우리는 어떠한가? 모두가 대학을 간다. 그리고 3D 업종을 기피(忌避)한다. 그러면서 일자리가 없다고 야단들이다. 자성(自省)할 일이다. 균형(均衡)을 이루어야 한다. 조화(調和)를 이루어야 한다. 그리고 쏠림현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쪽으로 기울면 쓰러지게 마련이다. 이것은 법칙이다.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절대(絶對) 법칙이다. 절대 권력이 절대 부패(腐敗)하는 이유이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그래서 제행부상(諸行無常)이라 하는 것이다. 변화의 흐름을 간파(看破)해야 하는 이유이고 그 트랜드(trend)를 잘 살펴야 하는 이유이다. ‘뜻밖에 일어나는 일이나 미쳐 생각지 못한 일’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 해야 하는가? 자만(自慢)하지 말고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 不遇한 경우를 탓해서도 안 되고 不虞한 경우를 외면해서도 안 된다. 남을 탓하지 말고 남이 잠잘 때 내 밭을 깊이 갈아야 한다. 그리고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늘 깨어 있어야 한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 하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