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는 군사독재를 경험하면서 권력의 획일화에 대해서 심리적인 상처인 트라우마가 있다. 사회질서를 내세우는 권력은 시민들이나 학생들의 개성 있는 패션에 대해서 유치한 정책을 내놓고 강력하게 통제를 한 바 있다. 젊은이들의 장발이나 미니스커트가 사회의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경찰들이 가위나 자를 들고 골목을 지켰던 시절이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머리는 짧게 깎고 치마는 무릎 아래로 내려와야 도덕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힘 있는 자들은 안가에서 젓가락을 두드리며 젊은 연예인들의 매혹적인 모습을 독점적으로 향유하였으니 그 위선의 패악은 하늘을 찌르고도 남았다.
문제는 권력자들이 시민들에게 군대문화가 보여주는 획일성과 동일성을 시민들에게 주입시키는 정책들이 시민들의 창조적이고 개성적인 표현을 억누르려는 음모에서 발원되었다는 점이다.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조금 튀는 행동을 하는 친구들은 문제아로 찍혀서 손가락질을 당한 채 주류 모임에서 배척이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어두침침한 골목에서 대장이 되어 어둠의 자식들이 되어갔다. 그 친구들은 책상물림에 불과한 양순한 모범생들에게 획일성의 죄를 물어 골목에서 돈을 뜯는 악행을 즐기는 음지의 개성자로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재벌 회사들과 대중매체가 만들어내는 브랜드 이미지를 추구하느라고 개성보다 모방을 앞세운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자는 인간으로 대우를 받기 보다는 하나의 유용한 상품에 불과하다. 한낱 상품 수준으로 전락한 인간은 오로지 상품의 사용가치에만 흥미를 가지기 때문에 물건 또는 인간 그 자체로 대해주지 않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저 교환의 체계를 통해 물질화되고 순환될 뿐이다. 결국 모든 사물이나 대상도 자본의 흐름에 붙잡혀서 동일화의 모방에 머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학생들이나 청년들은 연예인이 들고 있는 소위 명품을 가지지 못하면 왕따를 당하고 열등한 인간으로 취급을 받는다. 소위 ‘노스 페이스’ 잠바를 입은 똑같은 인간들이 거리를 몰려다니는 모습이란 개성 있는 인간들과는 거리가 멀다. 그들은 창조주로부터 ‘차이’라는 달란트를 받은 특별한 인간이란 것을 망각하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절대자를 모욕하는 것인지 모른다. 수십억의 인간존재 속에서 특별히 다른 인자를 허락한 창조주는 같은 노래를 반복하는 앵무새보다는 개성 있게 꽥꽥대는 까마귀를 더 좋아한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이러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술이란 “과시하기 위한 교양인의 표지”에 불과하다. ‘소녀시대’든 ‘원더걸스’든 비슷비슷한 여자들이 동일한 의상을 입고 기계적인 춤을 추며 앵무새처럼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는 젊은이들로 가득한 사회는 다양성을 상실한다. 무언가 개성을 보여주려는 진지한 예술은 상업화되고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덕택에 존재 기반을 잃고 사회에서 배척되어 소외되고 만다. 결국 동일화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왕따 당한 예술인들은 자본주의 물질이란 떡고물을 받아먹지 못해 아사 당하는 비극이 여기저기서 연출되고 만다.
동일화의 물결에 거스르는 예술인은 자본주의의 유통이나 이윤추구에 의존하지 않고 소수예술로 그들의 진정한 존재를 표현하기 위해서 새로운 아방가르드의 길을 추구해야 한다. 또한 차이를 추구하는 소수 예술인들은 왕따를 당한 채 더 이상 자괴감에 빠져 어둠의 세계에서 웅크리고 있는 무력한 존재이어서는 안된다. 그저그런 ‘소녀시대’나 ‘원더걸스’의 이미지를 반복하는 마스크를 쓰고 상품화를 노리는 작품을 써서는 안된다. 그런 동일화의 물결에 거스르면서 그들의 권리와 정당한 몫을 요구하고 그것을 위해 투쟁할 수 있는 주체적 존재로 각성해야 한다.
마치 스타들의 이미지를 플라톤이 주장한 ‘이데아’라도 되는 양 자신들의 개성이나 정체성을 그저 의미 없는 모방의 붕어빵으로 대체하려고 하는 몰개성의 시대에 침이라도 뱉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한번 밖에 살 수 없는 인생을 남의 것으로 채워서는 창조주 앞에 가서 구원을 받을 수 없다. 왜냐하면 각자의 개성 있는 달란트를 허비해버리는 행위는 씻을 수 없는 죄악이기 때문이다. 그저 몇 개의 잘 팔리는 몰개성적 이미지를 수억의 개성적 얼굴들에 찍어내고 있는 성형의 유행은 사실 끔찍한 동일화의 사회적 히스테리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