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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휴전선 800리 2=양주승] 어두워지는데 잘 곳은 없고

<임진각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2012년 5월 16일 맑은 날
양주승 기자 / rot7114@hanmail.net입력 : 2012년 06월 15일
ⓒ (주)포천신문사

나는 1970년 1월에 파주시 적성면 사기막골 부대에 배치되어 군 생활을 했던 곳이라 감회가 깊다. 옛날을 생각하며 박 권사와 5일 장구경도 하고 맛있는 것 골라 먹어보며 즐겁게 첫날의 여정을 마치고 마지리에서 숙박했다.

오늘은 연천군 군남면까지 걸어야 한다. 새벽 5시 20분부터 걷는다. 연한 안개 낀 마지리를 뒤로 하고 열심히 걷는데 군 차량이 참 많이 다녀서 위험을 느꼈다. 백학대교에 다다르니 감회가 깊다. 축석령에서 발원한 한내천이 영평천과 합류하여 한탄강에 이르고 한탄강은 임진강과 합류하여 지금 내가 서있는 곳으로 흐르고 있으니 집 떠나온 지 2일째지만 집 생각이 난다. 백학대교를 건너며 사진 몇 장 찍고 얼마쯤 걸으니 아침식사를 하는 식당이 있어 아침을 먹는다. 식당 앞에는 포진지가 있고 북쪽을 향해 포신이 아침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 (주)포천신문사

이곳은 평야지라 농토가 참 비옥하게 보였다. 모내기가 한창이어서 들판에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연천군의 특색마을 새둥지마을 노곡1리에 3.8도선 전적비가 있어 이곳이 우리지역과 같은 3.8도 선상의 마을인 것을 직감했다. 열심히 걸어 하오 고개정상에 이르니 큰 길 옆 작은 조립식 집 마당에서 조경 작업을 하는 인부들이 있어 물 좀 얻어먹자고 하니 50대 중반 아주머니가 물을 주시고 커피까지 주시면서 점심 식사 안했으면 먹다 남은 밥이 좀 있는데 잡숫고 가시라고 한다.

때는 점심때가 지났으니 배는 고프고 사먹을 때도 없다. 너무 고맙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 가정을 위해 정성으로 축복 기도를 하고 밥을 먹고 아주머니 이야기를 들으니 종로에서 크게 보석상을 한다고 하며 이곳에 별장을 짓는다고 한다.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 덕을 쌓는 가정은 반드시 경사스러운 일이 있다. 얼마쯤 고갯길을 내려오니 백학 저수지가 보인다. 왕징면 쪽으로 걷다보니 왠 고추를 이렇게 많이 심어 여기도 고추밭 저기도 고추밭이다.

미산면으로 가는 중에 찐빵집이 있어 찐빵도 사먹고 신나게 걷는다. 저 멀리 임진대교가 보인다. 저 다리만 건너면 군남면이다. 미산면 우정리에 길옆 작은 교회마당에 정자각이 있어 들어가 쉬고 있으니 목사님이 나와 커피 한 잔 하시겠냐고 물어 “고맙습니다” 대답부터 한다. 이야기중 양문도 잘 알고 포천의 소식도 잘 알고 있는 분이라 한동안 대화를 했다. 목사님이 군남에 가시면 숙박할 곳이 마땅치 않을 터니 이곳에서 숙박하고 가라고 권하는데 아직 해가 중천이라 박 권사 더 걷자고 한다. 임진대교를 건너 군남댐 방향으로 계속 걷는다.

ⓒ (주)포천신문사

저 멀리 큰 콘크리트 골조가 보이고 대형 태극기가 보인다. 국도에서는 한참 들어갔지만 내가 이곳에 잘 왔다는 생각을 했다.

북한 황강댐의 무단방류에 대비해 경기 연천군에 건설된 군남 홍수조절댐이다. 2009년 9월 북한은 예고 없는 황강댐 방류로 야영객 6명이 목숨을 잃은 임진강 참사 때와 같은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지어진 댐이다.

수방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숙박지를 찾아본다. 군남댐 근방에서 숙박할 곳을 찾았으나 숙박할 곳은 없다. 여행 중 가장 난감할 때는 잠 잘 곳을 찾지 못할 때다. 이곳은 전방이라 어두워져 가니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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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승 / 포천신문 자문위원회 고문, 사진동호회 회장
양주승 기자 / rot7114@hanmail.net입력 : 2012년 06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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