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에 황폐된 산하와 상처의 수치심을 만회하기 위한 민초는 왜국에 사신으로 간 사명당의 애국 이야기로 자존심을 세웠다. 사명당은 불가마 방안에서 얼음 빙 자의 도술로 왜를 굴복시킨 통쾌한 내용의 구전 민담이다. 근대 왜정시대에도 민초에 직접적 두려운 존재는 순사였다. 어린애도 순사라면 울음을 그칠 정도니 그 만행 알만하다. 그런 무지막지한 순사에게 상경한 촌부가 똥을 먹였다는 통쾌한 이야기다.
그 시대의 종로는 한적했다. 골목길의 촌부는 갑자기 변이 급해서 어쩔 수 없이 전주 밑을 의지해 실례중이다. 점점 가까워오는 모퉁이 쪽 순사의 구두소리에 당황해진 찰나 급히 모자를 벗어 변을 덮고 애써 태연하려 한다. 수상히 여긴 순사가 심문하려드니 할 말 없는 촌부는 마침 전주 위의 비둘기를 쳐다보며 그럴듯한 말 꾸며댄다. 시골에서 집비둘기 한 쌍 안고 상경했는데 한 마리를 놓쳐 전주위에 올라 있으니 이 모자속의 비둘기를 지켜주면 저 위의 비둘기를 잡아 오겠노라는 어렵지 않은 도움을 요청한다. 비둘기가 잡힐 리 없다. 쾌히 승낙한 순사를 뒤로하고 비둘기 날은 쪽으로 사라져버린다. 기다리던 순사는 모자속의 비둘기를 취할 욕심의 좋은 기회다. 조심스레 모자밑을 넣어보는 손가락의 감각은 따뜻한 비둘기의 체온임에 틀림없다. 놓칠세라 물컹 쥐어 잡는 순간 순사는 움켜쥔 변과 속아 넘은 분통에 못 이겨 힘껏 팔매 친 손이 그만 옆의 전주를 후려쳐 기겁한 아픔에 주저앉고 말았다. 응급치료는 자동으로 아픈 손을 입에 넣고 호호 불 수 밖에… 노소를 막론하고 배꼽 잡는 통쾌함이었다.
민초는 환란과 고난에도 조정을 원망하지 않고 위국충정과 의병에 앞섰으며 비록 태풍에 몸을 눕혀 시련을 받더라도 외유내강의 자존과 자위의 유머로 설움을 달랬다. 학식 높은 변절선비와 관료들은 유치하고 저질스러운 민담으로 비하 하겠지만 누가 뭐래도 민초의 자산이 아닐 수 없다. 어찌 국보와 보물만을 자산이라 하겠는가.
현재 배반자와 유공자의 후손들이 뒤집힌 윤택과 빈곤으로 언짢은 사례에 보훈은 미흡하겠지만 아직도 봉안되지 못한 선열까지 큰 자산으로 받들어 계속 발굴하는 국가보훈처의 노력으로 민초의 사기를 높여주는데 대해서 감사한다.
현충의 달을 맞이한 민초는 경건한 마음가짐에 옷깃을 여미어 순국선열에 대해 묵념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