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계획이 없는 휴일이면 이른 새벽 눈을 떠 산책삼아 카메라를 들고 가까운 곳이라도 다녀와야 활기찬 하루가 시작된다. 뜻하지 않게 주홍 부전나비를 만나 쫓고 쫓기며 한참을 놀거나 길가에 피어있는 나팔꽃과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먹이를 찾아다니는 백로를 따라 같이 어슬렁거리기도 하고, 풀잎에 맺혀있는 이슬방울의 영롱함에 보석이라도 발견한 듯 넋이 빠져보기도 했다.
나이가 더 들어 일을 하고 싶어도 할수 없는 때가 오면 멍하니 시간을 보낼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취미를 갖고 있어야 노후를 즐겁게 보낼수 있다고, 친구들을 만나면 지금이라도 한 가지씩 취미를 찾으라고 대단한 주장이라도 하듯이 떠들어 대곤 했었다.
오래전 그림을 그릴 소재를 얻기 위해 꽃을 찾아 사진을 찍기 시작하고 사진이 그림보다는 뭣도 모르고 쉽고 재미있다 생각했고 마치 내가 그 꽃을 만들기라도 한 듯 결과물을 보고 만족하며 한 장의 그림을 완성하기까지의 시간과 노력은 슬그머니 손에서 멀어졌다.
취미는 취미일 뿐. 잘하거나 못하거나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다. 그저 즐기며 하는 것이라며 내 좋은 맛에 까불대며 자랑했는데 그것이 아닌가보다. 인간은 성취욕에서 생기는 한계의 벽을 넘지 못하면 좌절을 맛봐야 하는 것을. 슬럼프에 빠진다는 것을. 하지만 우리의 마음은 마음에서 생긴 상실감을 치유할 수 있는 자생능력이 있음을 믿기에 다시 겸허한 마음으로 붓을 잡고 인내와 절제의 시간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