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10-03 오후 03:47:55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자유기고

[김형출 에세이=37] 하루


김형출 기자 / mjmc00@hanmail.net입력 : 2012년 05월 17일
 
↑↑ 김형출 시인, 수필가
ⓒ (주)포천신문사 
늘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새로워지고 싶다. 엊그제 봄이 왔다고 좋아했었는데 이제는 봄을 배웅해야만 하는 아쉬움이 짠하다. 저기 이팝나무, 아카시아 꽃이 쌀밥처럼 고봉이다. 오가는 사람들 표정을 본다. 질주하는 차량을 본다. 모두가 울타리 안에 함께하는 진풍경이다. 내가 사람이 아닌 나무로 태어났더라면 무슨 나무며 어느 곳에 서 있을까, 고향 뒷산 아니면 시내 가로수, 키가 큰 대나무? 남을 괴롭히는 키 작은 탱자나무?

눈앞에 신록이 싱그럽다. 차창에 스쳐 지나가는 초록의 색채를 즐기는 사이 벌써 회사에 도착했다. 원두커피 향이 향긋하다. 북한산 인수봉을 바라보며 ‘베이글’ 빵 한 조각, 커피 한 잔이 참 맛있다. 파란 하늘을 받쳐주고 있는 인수봉 남근바위는 힘이 불끈 솟는 듯 단단해 보인다. 하늘은 우주의 지붕이요, 산은 하늘의 기둥이다. 이런 자연현상을 두고 조물주는 ‘조화의 극치’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햇살은 산 밑에까지 내려와 도심에서 폴짝폴짝 뛴다. 하루도 이젠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하루의 마무리를 위하여 하루의 시간이라는 옷을 벗어던지고 있는 것이다. 하루는 쓸쓸함을 껴안고 서산에 걸려있다.

팩시밀리와 e-메일을 확인한다. 문서가 없으면 하루가 한가하다. 아직 문의한 원자재 건에 관해서 미국 파트너는 열심히 찾는 중인 모양이다. 요즈음 하루가 한가해서 탈이다. 전화도 뜸하고 너무 조용하다. 오늘같이 한가할 때 시집 교정이나 마무리 짓자. “교정은 반드시 연필로 봐주세요.” 어제 오후, 2차 교정지가 시집 봉투와 함께 택배로 도착했다. 표지와 목차 자문 내용 등 꼼꼼하게 확인한 흔적이 엿보인다. 붉은 볼펜으로 표시한 곳은 저자에게 ‘어떻게 했으며’ 하고 묻는 것이었다. 출판사와 저자가 꼼꼼하게 퇴고한 원고지만, 다시 읽어 보니 수정할 곳이 더러 보인다. 문법상 오류와 오탈자였다. ‘그기에’는 ‘거기에’의 사투리이다. ‘손 살피’는 ‘손살피’로 수정했다. 띄어쓰기 오류다. 다시 교정지에 연필로 표시하고 특급우편으로 발송했다. “내일 오전에 들어가는 것으로 해주세요?” “네, 천원 더 추가됩니다.” 벌써 시집을 보낼 주소록을 챙기고 있다. 5년 만에 출간하는 두 번째 시집인데 독자들의 반향이 궁금해진다. 

나는 두 번째 시집 발간에 즈음하여 아래와 같은 자문을 남겼다. 원래는 아들 장가들 때 시집이든 수필집이든 한 권 내볼까 계획했었는데 그때까지 진득하니 기다리지 못하고 그만 일을 저지르고 말았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나의 오십 여섯 번째 생일에 시집이 세상이 나왔다. 시에는 난해한시부터 산문시 등, 시적화자 의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나는 독자에게 권하고 싶다. 시는 소설이나 수필처럼 단 한 번 읽어서는 시 맛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시 맛은 독자의 입맛 나름이겠지만, 꼭꼭 씹어봐야만 안다. 솔직히 나 자신도 시 맛을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민망할 뿐이다. 시집 한 권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그 고충은 만만치가 않았다. 시가 ‘좋다 서툴다’를 떠나서 독자에게 사랑받은 시인이 되고 싶다.

다시 문학을 생각해본다. “신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지만, 작가는 자기와 세상에 대한 경험을 토대로 문학 작품을 창조한다.”라고 배웠다. 신의 창조와는 다르게 예술가의 창조는 질료에 대한 숙련을 필요로 한다. 예술은 자기표현이다. 예술가가 표현하는 개성은 감성적인 동시에 이성적이다. 이 모든 것은 모더니즘(modernism)을 기초로 한 자신의 내면이다. 내면을 언어로 표현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과제이다. 그래서 문학이 어렵다는 것이다.

은행가는 길, 사무실 건물 바깥을 나오니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환한 웃음을 안고 무리지어 서 있다. 대부분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녀이다. 평일인데도 등산객이 많다. 버스 안에도 등산객이 몇 보인다. 그들이 부럽다. 지금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부 대기업은 몰라도 자영업이나 중소기업은 다들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요즈음 나도 밥줄에 대한 고민이 많다. 20여 년 외길, 무역 및 오퍼업의 한계를 느낀다. 지금까지는 나와 가족을 지켜준 밥줄이었는데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한계 탓, 아니면 게으름 탓, 정년이 없다마는 고민된다. 그렇다고 직종을 바꾼다는 것도 쉽지 않다. 가끔 무심코 뱉는 말이 있다. 부업으로 호떡장사나 해볼까? 아니면 대리운전이나 해볼까, 엉뚱한 생각 말고 하던 일이나 열심히 해야겠다.

은행 앞 버스정류장에서 내렸다. 몇 개월 만에 찾아온 주거래은행이다. 전에는 뻔질나게 들락거렸다. 지점장이 바뀌고 아는 직원이 몇 안 된다. 은행을 자주 안 찾는 것이 좋은 거라는데, 몇 년 동안 부은 펀드가 적지 않은 이익이 발생했다. 일부만 환매하고 계속 붓겠다고 했다. “네, 감사합니다.” 사흘 후에 입금될 예정이다. 몇 년 전만 같아도 좋은데, 곳간에 곡식이 새 나가고 있다. 아들가게도 신통치 않다. 커피에 손가락 베이고 부모 말에 속 타고, 건강도 되찾아야 하고 세상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니 말이다. 세상은 절대로 호락호락하지 않다. 사업 부진이 주변 환경이나 경기 탓으로 돌리기에는 무책임하다. 그래도 어찌하겠나? 전력을 기울여야지, 또 하루가 소득 없이 소비된다. 소비되는 시간을 잡아라! 하루라는 시간은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이니라.

김형출 / 시인, 수필가
김형출 기자 / mjmc00@hanmail.net입력 : 2012년 05월 17일
- Copyrights ⓒ포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
이름 비밀번호
개일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겨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PBS 포천방송 TV
경기도
생활상식
가장 많이 본 뉴스
정보 커뮤니티
상호: 포천신문 / 주소: 경기 포천시 해룡로 130-38 (동교동)
발행인·편집인 : 김현영, 편집인 강신옥 / mail: ipcs21@hanmail.net / Tel: 031-542-1506~7 / Fax : 031-542-111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기 아50080 / 등록일 : 2009년 6월 22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현영
Copyright ⓒ 포천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