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부터 경기도는 시·군별로 화장장 설치를 의무화하는 개정장사법의 시행에 들어갔으나 부천을 비롯한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주민들의 거센 반발과 지역 상호간 이해관계가 얽혀서 사업을 철회하거나 부지선정을 포기했다.
특히 하남시는 필사적인 반발에도 불구하고 주민투표까지 실시하면서 광역화장장을 추진했으나 지역정서만 흔들어 놓고 사업이 무산되기도 했다.
우리지역도 지역에 작은 규모가 아닌 인접 8개 시군의 시신을 처리해야하는 광역화장장 유치를 성급하게 추진하여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하였고, 추진 과정에서의 폭행사건과 수해로 인한 피해 등으로 후보지결정이 미루어지기도 했지만, 석연찮은 절차상의 앙금을 남기며 광역화장장 우선협상 마을이 영북면 야미1리로 최종 결정되면서 성난 주민들은 시청을 찾아가 거세게 항의하여 지역 민심이 요동치기도 했다.
누가 보더라도 지자체는 배정된 예산으로 행정을 집행하는 행정기관인데, 주민의 의사를 묻는 절차가 객관적으로 선행되지 못한 상태에서 평생을 살아오던 삶의 터전이 하루아침에 광역화장장 부지로 결정되었다면, 이러한 결정을 그 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기에 몸부림치며 절규했을 것이다.
그래서 급기야는 화장장 유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은 포천시의 광역화장장 계획 추진이 당초부터 민주적인 절차와 법적·행정적 규정을 무시하고, 주민의 공정한 의견수렴 과정 없이 밀실에서 추진했기 때문에 원천무효임을 주장하며,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지난해 말 의정부지방법원에 포천시를 상대로 ‘우선협상마을 선정 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했으며, 사법부의 재판결과에 의지하여 향후 거취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보도된 바에 의하면, 지난 3월 20일 1심 재판부는 원고인 반대대책위와 피고인 포천시에 주민의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를 권고했다고 한다. 이는 소를 제기한 이유와 객관적인 주민의 의사가 무엇인지를 확인하여 재판에 참고하려는 주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재판부가 권고한 사항에 대해서는 이해당사자인 원고와 피고 양측이 성실하게 이행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원고인 반대대책위는 반쪽이나마 4월 25일 투표를 주도하여 성실하게 결과를 도출해 내려고 애를 쓴 것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피고 측인 포천시는 선거인명부까지 함께 확인하면서 주민투표를 실시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가, 주민설명회 기회를 갖지 못한 것과 투표시간을 문제 삼으며 투표취소 공문을 전달하였다고 하니, 누가 더 법원의 권고를 성실하게 이행하였는지는 재판부가 판단할 일이지만 왠지 궁색해 보인다.
한편 원고 측 관계자에 말에 의하면 4월 25일 투표결과를 재판부에 제출하였더니, 법원은 원고와 피고 모두에게 5월 9일까지 상호 합의된 투표일을 정해 나오라는 권고와 함께 투표일이 정해지면 다음 재판기일을 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어느 지역이든지 혐오시설을 유치할 때는 주민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쳐서 예정된 사업을 포기한 곳이 많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지자체장들은 주민들을 설득하거나 대화를 시도하기도 하고, 공정한 분위기의 공청회를 통하여 다양한 의견을 듣기도하며 주민과의 소통을 통해 주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언가를 확인하고는 사업을 철회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지역의 경우는 처음부터 소통과 합의 보다는 지나친 의욕으로 절차나 의견수렴이 미흡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여 상호 신뢰가 무너졌고, 그래서 법정에 서게 되었고 결국 주민은 원고가 되고 지자체는 피고가 되어 시시비비를 가리게 되었으며, 이 사실만으로도 포천은 충분히 명예롭지 못한 구설수에 오르게 되었다.
이제 지루한 재판이 진행되고 시간이 경과되어 최종 결정이 나오면 그 결과에 따라야만 한다. 그러나 이런 불필요한 법정다툼 때문에 발생한 비용으로 인한 피해자는 과연 누구이며, 끝을 알 수 없는 주민의 아픔은 또 누가 어루만져야 하는지를 생각해야할 때다. 그러니 더 큰 것을 잃기 전에 쓸데없는 자존심과 소모전이 조속하게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은 비단 나만의 걱정은 아닐 것이다.
이희용 / 대진대학교 동양철학 박사과정, 시인, 연극연출가, 제3대 포천시예총회장, 광릉숲생태문학회장, 한국스카우트경기북부연맹 감사, 전 경기도예총부회장, 포천시수능시험장유치추진위원장, 포천신문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