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기에서부터 청소년기에 이르기까지 부모들이 겪는 고민은 수없이 많다. 그 중 부모가 특히 골머리를 앓는 것이 바로 "거짓말"하는 버릇이다. 자녀들은 어떤 불리한 상황이 닥치면 자신이 유리한 자리에 서기 위해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교묘히 둘러댄다.
특히 요즘처럼 남에게 양보하기 싫어하고, 자신에게 불이익이 오는 것을 참지 못하는 아이들은 거짓말하는 성향이 더 강하다. 가장 기본적인 예로 자녀들의 용돈 지출 내역을 보면 금방 수긍하게 될 것이다.
자녀의 입장에서 보면 용돈을 가지고 생활을 해야 하는데 친구들과의 만남이 많아지다보면 자연 용돈 지출도 늘어나게 마련이다. 텅 빈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서 손을 벌려야겠고 마땅히 할 말이 없으니 거짓말을 만들어 내게 된다. 반면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자녀들에게 용돈이 필요한 것은 인정하지만 절약 하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용돈을 주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자녀가 손을 내밀 때 끝내 용돈을 못 주겠다고 고개를 돌리는 부모는 없다. 그야말로 자식 이기는 부모 없는 법이다.
결국 부모는 얼마의 용돈을 더 자녀의 손에 쥐어 주게 되고 그것으로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문제는 자녀가 용돈을 받아내기 위해서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안 다음이다. 처음에는 "이 녀석 좀 보게" 혹은 "다 그렇지 뭐, 우리도 그렇게 컸는데"하며 귀엽게 보다가도 상습적으로 거짓말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발등에 떨어진 불을 보듯 당황하게 된다.
이때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들의 거짓말하는 행동에 대해 일단 야단부터 치는 게 보통이다. 거짓말을 하게 된 이유나 상황의 이해 없이 야단만 치다 보면 문제는 점점 부풀어 오른다. 이 경우 부모가 우선해야 할 일은, 자녀의 성장과정에서 내가 나쁜 본보기가 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는 반성의 자세다. 자녀들은 부모가 한 말은 물론 아무리 작은 약속도 믿고 기다린다. 문제는 부모가 그 약속이나 말을 지키지 않을 때 생겨난다.
다시 말해, 부모의 잘못된 본보기에 의해 자녀들이 거짓말하는 습관을 들인 것은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만일 이같은 것이 원인이었다면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부모는 자녀와의 약속을 소중히 생각하고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이것이 맨 먼저 취해야 할 조처이다. 다음의 상황을 분석해 보자.
일요일에 아빠하고 놀이동산에 가기로 약속한 철수는 토요일 오후부터 마음이 들떠 있다. 그런데 토요일 근무에 지친 아빠는 일요일 아침이 되어도 일어날 생각을 않는다.
엄마는 아빠가 피곤해 보이니까 더 주무시도록 깨우지 말라고 하고 철수는 철수대로 마음이 급하다. 짜증이 난 철수가 자꾸 신경질을 부리자 엄마는 철수를 나무라기 시작한다. 집안 분위기는 순식간에 흐려진다. 철수는 이제 다시는 아빠와 약속 같은 건 하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아빠를 깨워 억지로 우겨서 놀이동산에 갔다고 생각해 보자.
과연 유쾌한 나들이가 됐을까? 부모들은 자녀와의 약속을 조금은 가볍게 생각하는 편이다. 그리고 그것을 지키지 못했을 때도 미안해하는 마음보다는 다음 기회에……하는 식으로 넘기기 일쑤다. 그러나 자녀의 입장은 그게 아니다. 자녀는 부모를 불신하게 되고 급기야는 믿을 수 없는 상대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자녀가 거짓말을 자주 한다면 무엇 때문에 그런 습관이 자리 잡기 시작했는지를 파악 해 봐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경우가 아닌데도 거짓말하는 행동이 계속된다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자녀들이 하는 거짓말의 유형을 나누어 설명해 보겠다.
첫째, 공상과 현실의 구별이 정확하지 않아서 나타나는 유아기적 거짓말이다. 자녀들이 가진 희망사항이 공상이나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 에 대한 구분이 명확하지 않을 때 일어난다. "어제 아빠하고 대공원에 가서 얼마나 신나게 놀았는지 몰라.", "너, 우리집이 얼마나 큰지 아니" 대궐만해.", "우리집에 있는 장난감 보면 넌 아마 기절할 거야."
이런 유형은 무조건 상대방을 이기고 싶은 욕심 때문에, 현실에 대한 착각이 일어나서 하게 되는 거짓말이다. 특히 친구들과 싸울 때 많이 나타나는데 부모는 무척 당황스러울 수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거짓말이기보다 허풍에 가까운 말인데 아이가 분명하게 알면서도 이러한 표현을 하는 것은 거짓말 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이러한 경우에는 무조건 상대방을 이기려는 것 보다 이해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가르쳐야 한다. 말처럼 쉽진 않겠지만 자녀와 대화를 통해서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상대방에게 전하게 만든다면, 그래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친구로서 대등해질 수 있다면, 더불어 자녀의 교우관계도 좋아질 수 있다. 둘째, 현실에 대한 강한 불만이나 사랑에 대한 확인으로 나타나는 아동기적 거짓말이다.
"엄마, 바지가 찢어졌어." "어디 보자, 아니잖아." "엄마, 오줌 마려워. 화장실에 갈래." "너 오줌 마렵다고 해 놓고선 왜 오줌 안 누니?" "엄마, 나 힘들어. 업어줘." "엄마, 우리집 부자지?그치? 돈 많지?"
이런 종류는 부모로부터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가진 자녀들이 주목을 받으려고, 혹은 관심을 끌기 위해 하는 거짓말이다. 이 경우는 자녀들이 충분한 애정과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면 쉽게 극복될 수 있다. 셋째, 열등감의 표시로 나타나는 청소년기적 거짓말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나 부족한 상황에 대한 열등감으로 인해 나타나는 거짓말이다.
"장난감 참 예쁘지?", "그치, 예쁘긴 뭐가 예쁘니? 우리집에 그런 거 수두룩해."
이런 상황이라면 자녀들이 가진 열등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 도와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공부에 대한 것이라면 공부방법과 자신감을, 집이 가난해서 장난감이나 옷 등을 못 사줄 때는 대화로써 가족애를, 신체적인(얼굴, 비만, 머리, 키 등) 것이라면 개개인의 개성이나 특징 그리고 인간의 마음가짐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거나 가족간에 토론을 해보는 것도 좋다. 다섯째, 책임이나 고통을 피하기 위한 회피형 거짓말이다. 타인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만족이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거짓말로, 부모들이 가장 우려 하는 유형이다. 이 경우는 자녀 들이 지닌 문제를 부모의 것으로 인정하고 같이 고민하는 쪽으로 지도해야 된다. "너 때문 에 그래"가 아니라 "왜 그랬지" 네가 이런 실망스런 모습을 보이다니"라는 식으로 자녀의 마음을 열리게 만들어야 한다. 이때 항상 명심해야 할 것은 먼저 부모의 마음이 열려야 자녀의 마음도 열린다는 사실이다.
거짓말에 대한 일방적인 꾸지람은 그 상황만 벗어나면 또 다른 형태의 거짓말을 낳게 만든다. 만약 자녀가 거짓말을 한다면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조심스럽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모에게 있든 친구에게 있든 그 원인을 알고 난 후, 하나씩 교정해 나가는게 현명한 지도법이다. 어떤 것이든 이유없는 결과는 없다. 그 이유를 알면 방법도 나오게 된다는 얘기다. 여기서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얼마나 자녀와 깊은 대화를 나누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