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가기 전에 하얀 눈 위에 수피가 벗겨진 속살을 드러내고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있는 자작나무 숲에 가보자고 했건만 차일피일 미루다 겨울이 지나고, 연둣빛 잎이 돋아나면 그 또한 동화의 나라 같은 아름다움이라기에 봄이 오기만 기다렸다.
제철을 만난 신록들이 온산을 물들이고 벼르던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를 찾았다. 갈림길에 한쪽은 공사중이라 갈 수 없다는 표지판을 보고 911원대 방향으로 길을 잡아 3Km를 걸었다. 완만한 산길이라 그리 힘이 들진 않았지만 오가는 사람도 없고 불현듯 불안한 마음에 인터넷이 터지는 지점에 와서야 검색을 해보니 원정도로 방향으로 가야 자작나무 숲으로 갈수 있다고, 이럴 수가….
다시 내려갔다 올라갔다 또 내려오기엔 지금부터 9Km를 걸어야 하니 시간이 너무 늦어 허탈한 마음을 쓸어내리며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그리고 이틀 후 생각지도 못하게 자작나무 숲에 가지 않겠냐는 전화가. 그것도 수산리와 원대리를 모두 돌아볼 계획이라고 한다.
생각할 것도 없이 다음날 새벽 일이고 뭐고 일행들과 함께 자작나무 숲을 향해 떠났다. 그날은 뜻밖에도 근로자의 날, 휴일이라고 하니 마음은 더욱 가벼워지고 하지만 이틀 전에 원대리 자작나무숲 입구까지 갔다 길을 잘못 들어 그냥 돌아왔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그렇게 다시 찾은 인제군 응봉산의 수산리와 원대리는 여인의 봄치장보다 더 부드럽고 화사했다. 산굽이를 돌때마다 펼쳐지는 능선 자락은 아침햇살을 받아 어느 곳 하나 눈부시지 않은데가 없다. 짙은 녹음이 우거지는 여름도 온산을 붉게 물들이는 가을도 강함이 부드러움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을 부인하지는 못하리라 생각했다.
자작나무와 마주하면 부등켜안고 몸을 흔들어 대니 나무가 흔들리는 것인지 내가 흔들리는 것인지 카메라가 흔들리는 것인지. 그렇게 우리는 온산을 흔들어 전혀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태어나는 자작나무 숲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