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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민선기] 오월에 푸른 스승님을 그려본다


민선기 기자 / 입력 : 2012년 05월 03일
↑↑ 민선기 국립수목원 숲해설가, 포천신문 시민기자
ⓒ (주)포천신문사
몸을 낮추고 고개를 숙여 자세히 바라보아야 더욱 예쁘고, 작아서 사랑스런 별꽃들이 지천에서 피어난다. 노란 피나물 꽃 흐드러진 물결위로 연분홍 철쭉꽃잎이 봄바람에 하늘거리는 광릉숲속 국립수목원 중앙로 느티나무길 한 가운데에서 한 여자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두 돌쯤 되어 보이는 아이는 노란 유아원 원복을 입고 선생님과 친구들의 손에 손을 잡고 거닐던 중에, 나비가 달려들어 무서워 그만 그칠 줄 모르고 울며불며 아장아장 걸어간다. 풀꽃은 곤충 눈에 잘 띄도록 노란색 꽃으로 피어나는데, 나비는 노란옷의 아이가 아마 한 송이 꽃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아이는 정말 나비가 무서워서 울어 버렸을까? 아닐 것이다. 아이는 올 해 처음 엄마 품을 떠나 유아원에 맡겨졌을 것이고 첫 소풍 이었을 것이다.

수목원은 넓고도 넓으며 눈부시게 맑고 밝으며 화사해서 여린 작은 가슴으로는 감당이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 아이는 나비를 핑계로 무한한 봄의 환희 속에서 축복 같은 날 생명들의 노래를 울음으로 표현한듯하다.

꽃같이 예쁘고 순수한 아이천사가 울며 걸어가는 느티나무길 위로 하늘은 푸르렀다. 교목 느티나무줄기 끝자락 가느다란 가지마다 연둣빛 나뭇잎이 한창 피어올라 신록으로 피어나 번진다. 무수한 잎들이 녹색으로 거듭나려고 오월의 햇살을 한참 머금는다.

느티나무 그늘 아래 여리고 착한 아이가, 호기심 가득한 넓은 세상을 알아가기 까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눈물을 흘려야 할 것이다. 학습을 통해 정도를 알아갈 것이며, 유년의 아름다웠던 기억을 더듬으며 또 이곳을 찾으리라.

부드럽게 피어나는 어린새싹 같은 이 아이가 무성하게 자라 재원이 되어 사회의 쓰임 받는 참 일꾼이 되기까지는 무한한 교육이 필요하다.

인간과 교육은 불가분의 관계로 바른 인성을 바탕으로 타고난 소질을 발휘하여 나라와 사회에 이바지하기 까지 스승의 몫은 지대하다. 이에 선생님의 사명감을 넘어 지극히 부형 같은 인간적인 모습으로 제자를 아끼며 바른길로 인도하셨던 선생님과 우리가족과의 인연은 8 년 전이다.

아들이 포천고교 재학시절 물리담당 담임선생님을 아직까지 잊을 수 없다. 선생님은 2~3학년 담임을 해 주시면서 열성이 대단하셨다. 수업시간 한 두 시간 먼저 등교시켜 미적분을 공부시켜 주셔서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주었으며, 대입부담으로 지쳐있는 학생들에게 격려와 용기로 때에 따라 훈계가 적절하셨다. 대입준비 학부모와의 면담에서도 걱정하는 엄마들에게 하신 말씀이 “학생들에게 공부하라는 재촉은 저 혼자로도 충분합니다! 학생을 생각 하신다면 먹을 음식 한 번 더 신경 써주셔서 체력을 키워주시고 따뜻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이 얼마나 감동인가?

더 나은 대학에 수시합격을 위하여 세세하게 배려해 주셨지만, 비록 합격은 못했어도 아직까지 그 때의 따뜻함은 내 가슴에 감사의 여운이 물들어 지워지지 않은 채 아직 남아 있다.

수능 시험 후에도 학생 본인보다도 선생님께서 더 적극적으로 신경 쓰시고 알아보셔서 받은 성적으로 더 이상 나은 선택이 없도록 좋은 대학으로 잘 안내 해 주셨다. 어떤 부모든지 자녀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주고도 혹여 부족하지 않았나! 살피며 부모의 자랑이며 희망 일 때, 자녀의 앞날에 길을 열어 주시는 등 큰 힘이 되어주신 스승님의 은혜는 아주 많이 크다.

졸업식 날 교실에서 선생님을 뵐 때다. 선생님은 졸업장을 제자들 각자 한사람 한 사람씩 나누어 주시고 악수하며 눈을 맞추셨다. 무언의 말씀 속에 ‘그래, 애썼다 큰 사람 되어라’ 하시는 선생님의 마음이 눈빛으로 진실이 느껴졌다. 후문에 의하면 가정형편상 대학진학을 미룬 학생들에게도 취직을 다 알선해주셨다고 하신다.

아들애가 군대를 다녀오고 올 해 코스모스 졸업을 앞두고 전공분야에 취업이 되었다. 나는 제일 먼저 2 년 간 담임선생님을 하시며 많은 애를 쓰셨고 대학원서 쓰는데 도움을 주셨던 스승님을 찾아뵙고 인사드리라고 이르지만, 신입업무에 지치고 잦은 워크숍에 바쁘다는 핑계로 인사를 미루고 있어 안타깝다.

큰 느티나무 연두빛 가지 사이로 밝은 오월의 햇살이 쏟아져 부셔지는 창공에 선생님의 모습이 그려지며 말씀이 들리는듯하다 ‘괜찮다 나는 괜찮다! 그저 건강한 모습으로 네 맡은 일이나 성실 하거라’ 평소처럼 결코 기대하지 않고, 청출어람을 원하며 웃으시는 모습이 관록으로 느껴지며 내가 따뜻해져온다.

포천이공계의 공학도들의 밀알이 기꺼이 되어주셨던 물리담당 이상호 선생님! 느티나무 같은 큰 스승의 위상으로 많은 제자들과 함께 우리 가족 기억 속에 푸른 스승님으로 남아 계신다. 지금은 어느 학교에서 올곧은 성품으로 제자양성에 힘쓰고 계실까? 세상이 온통 피어나는 생명들로 기쁨과 은혜와 감사와 사랑이 가득한 오월 한 가운데 푸른 느티나무 그늘아래서 참 감사하신 선생님을 기억할 수 있는 분이 계시다는 것 자체가 나의 긍정적 자산이 된다.

민선기 / 국립수목원 숲해설가, 포천신문 시민기자
민선기 기자 / 입력 : 2012년 05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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