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같은 노란옷을 입은 유치원 아이가 선생님께 꾸중을 듣고 있었다. 주머니에 돌을 주워 넣었다고 얼른 버리라고 하지만, 아이는 곧 울음이 터질 듯한 얼굴을 가로 저었다. 나름 잘못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듯이…. 아니 아이를 대변해주고 싶은 나의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선생님은 더욱 격앙된 목소리로 함께 온 아이들과 그 옆을 지나던 사람들 까지도 긴장하게 만들었다. 야단을 맞은 아이는 아침 일찍 엄마에게 배꼽인사를 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떠나왔을 봄소풍이 평생 잊을 수 없는 무서운 날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며칠 기온이 올라간 사이 봄에 피는 꽃은 순서도 없이 모두 한 번에 만개해 버렸다. 그리고 바람 불고 비가 온 이틀 동안 함께 꽃비가 되어 떨어졌다. 그러나 얼떨결에 봄을 보낼 수는 없는 것.
엇갈리는 날씨 속에 새벽안개를 걷으며 봄날의 절정을 이루던 날 광릉 국립수목원을 찾았다. 하얀 벚꽃이 떨어진 자리엔 보드라운 연녹색 새순이 고개를 내밀고, 바싹 말랐던 나뭇가지에도 신록이 돋아 해를 등에 진 짙은 숲속에서 초록별로 반짝이고 있다. 오솔길 따라 걷는 숲에는 노랑색 하얀색 분홍색 여리고 여린 들꽃들이 살랑 살랑 반가운 손짓을 한다.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가 희망인데 카메라 가방을 맨 어깨만큼이나 고개 숙인 아이의 얼굴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선생님의 “잘했다” 한마디 칭찬이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아갈 수 있는 꿈을 갖게 해 준 나의 유년시절을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