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총선이 끝났다. 주요 일간 신문은 박근혜 비대위 위원장이 중심이 된 새누리당의 승리라고 떠들어대며 김용민의 막말로 다수당 획득에 실패한 야당을 매도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민간사찰 등의 결정적인 여당 심판의 기회를 갖고도 민심을 확실하게 잡지 못한 야당은 한명숙 대표의 사퇴로 총선 실패의 상처를 추스르고 있다. 새누리당은 필패의 국면에서 벗어나 대선 승리까지 자신하는 듯한 축제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과연 이 총선결과를 반겨야 하는지 머리가 복잡하기만 하다.
책임 있는 지성인이라면 총선의 결과를 지방별로 나타낸 분포도를 보고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남북분단으로 반으로 잘린 한반도가 동서로 완전히 갈라진 모습이 너무나 선명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필자는 영호남에서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서 선전한 양당의 입후자들이 상징적으로라도 당선되기를 기대한 바 있다. 현 정권과 여당이 보여준 실정과 야당의 실책들이 두 지역의 국민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인가. 어떤 문제에 대해서 양당에게 정치적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이성적 판단에도 불구하고 투표소에 들어가면 자신도 모르게 지역주의의 망국적 감정에 휩싸여버리는 우리들의 자화상에 대해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다.
이제 총선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양당은 그동안에 표를 얻기 위해 서로 비방하고 막말을 주고받는 추태를 국민들에게 보였다. 만약에 단지 표를 얻기 위해서 기역주의를 부추기고 선동하였다면, 지역대표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국회의원이라는 국가적 지도자의 자격에는 미달한다고 본다. 국민 또한 대한민국의 큰 그림 속에서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간교한 정치인들에게 휘둘려 지역감정에 빠진 것에 대해서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야 하리라.
이번 총선에서 획득한 작은 정치적 의미는 다문화인과 탈북자가 새누리당의 비례대표로 당선된 일이다. 한국은 이미 다문화사회로 진입하였지만 순혈주의라는 편협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인이 세계적 지도자인 유엔사무총장이 되고, 세계은행총재가 되는 세계화의 시대이다. 또한 미국 등 다문화 사회에서 의원으로 당선되고 있는 국제화와 다문화주의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탈북자 조명철씨와 이민자 출신 이자스민씨가 비례대표이지만 국회에 입성하게 되었다. 이 정치적 사건은 지역주의라는 폐쇄성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닫힌 사회의 문을 조금이라도 여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이런 새로운 다문화적 현상에 대해서 데이비드 채터슨 주한 캐나다 대사는 한국이 “다른 생각, 다른 사람, 다른 가치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것 같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그는 “바람직한 다문화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이민자들을 통합하고 받아들이는 것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사회를 더 활력 있게 만들어 가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객관적 관찰자로서 외국 대사가 높게 평가하는 이번 정치적 사건에 대해서 정작 일부 한국인들은 비상식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들의 시각으로는 이민자가 국가의 지도자가 되는 것을 질투의 눈으로 바라보고 그들에 대해 인터넷을 이용하여 폭언을 서슴치 않는다.
최근 중국동포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이민자들을 죄인시하는 사회적 히스테리 현상이 노출되고 있는 것은 매우 염려스럽다. 죄를 저지른 한 이민자가 모든 다문화인의 상징으로 확대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미국에서 총기살인을 저지른 한국인에 대해서 미국인 전체가 한국인을 범죄인으로 바라본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참으로 끔찍스러운 일이다.
두 명의 탈북자와 이민자가 다른 다문화인을 포용하는 한국사회의 밀알이 되도록 껴안아주는 모습을 보여야할 것이다. 한국의 경제의 하부 인프라를 담당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나 코리안 드림을 가지고 한국에 유학을 온 외국학생들은 한국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그들이 귀국해서도 진정한 친한파가 되도록 그들에게 환한 미소를 지어주는 한국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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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년 0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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