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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출 에세이=34] 신미풍양속도(新美風良俗圖)


김형출 기자 / mjmc00@hanmail.net입력 : 2012년 04월 16일
 
↑↑ 김형출 시인, 수필가
ⓒ (주)포천신문사 
나이가 나이니만큼 경・조사 알음장이 일주일에도 몇 차례씩 날아온다. 결혼은 청첩장과 문자메시지로, 부음은 문자메시지와 전화로 주로 온다. 사무실이고 집이고 우편물보관함에는 청첩장이 들어 있다. 이번 달만 해도 청첩장이 대여섯 장이나 된다. 청첩장을 펼쳐 들고 아들・딸 시집 장가보내는 부모들을 생각하면 많이 부럽다. 자식으로서 결혼은 독립선언과 같은 엄숙한 자리이기도 하고 또 다른 의미로는 인생의 첫걸음이기도 하다. 결혼식이 이처럼 뜻깊고 좋은 자리임에도 불구, 결혼식은 미풍양속에서 ‘신미풍양속(新美風良俗)’으로 급속도로 변모하고 있어 유감이다.

어떤 시인은 청첩장이란 시(詩)에서 청첩장을 가리켜 '납입금 고지서'란 표현을 썼다. 보낸 사람으로선 섭섭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받는 처지에서는 어지간히 부담되었나 보다. 물론 경・조사가 미풍양속이나, 청첩장이 세금 고지서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한 번쯤 생각을 되짚어봐야 한다. 모든 경・조사에 다 참석할 수도 없고 경조를 다 할 수도 없다. 하지만 부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누구에게는 가고 누구에게는 안 가고, 경・조사비는 얼마를 해야 하나, 꼭 챙겨야 할 경조비를 정산하면 일 년에 나가는 돈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연락을 안 받으면 모를까 일단 연락을 받고 참석하지 못하면 온라인으로 경조비를 보내기도 하고 인편으로 예를 표하기도 한다. 깜빡 까마귀고기를 먹고 민망해 하기도 한다.

어떨 때는 너무하다는 생각도 든다. 같은 부고장을 몇 번씩 팩시밀리로 받은 적이 있다. 거래처 사장의 장모님이 돌아갔으니 계좌번호로 부조금을 보내라는 취지였다. 최소한의 예의도 없이 팩시밀리로 반복해서 보내온 것이다. 그냥 모른 척 무시했다. 요즈음 부조금이 품앗이 개념이라 하지만 이런 것 때문에 청첩장을 납입금 고지서라고 하지 않았을까, 미풍양속이어야 할 청첩장이 세금 고지서가 되었으니 결혼문화나 장례식문화도 깊이 생각해 볼만도 하다.

경조사의 부좃돈 문제로 친한 친구가 절교하는 예도 보았다. 누구는 이번 딸 결혼식에 축의금도 안 했더라. 혼자만 알고 있을 법한데도 동네방네 소문내고 해서 서로 의리가 상하고 멀어지는 경우를 보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결혼 문화가 너무나 물질적으로만 변해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기도 하다. 어릴 적 보아왔던 경조사처럼 순수한 미풍양속이 되었으면 좋으련만, 아래 정성수 시인의 시, ‘청첩장’을 감상해보자. 청첩장을 읊조리는 화자의 마음은 어떠할까?

ⓒ (주)포천신문사

시인의 시(詩)처럼 세상에는 염치없는 사람, 속없는 사람이 더러 있다. 삼십 년 동안 코빼기도 안 보이던 친구가 갑자기 나타나 안부 대신 공돈 달란다. 하하하, 참 재미있다. “오면 간다./ 그 말도 모르는 놈이 세상을 살았다고?/사람 된 뒤 보내라. 부고장이라도/그 때는 가마.”

시를 감상하는 독자는 속 시원하고 후련할지 모르겠지만, 화자는 화가 나 있을 거다. 서로 오해 없도록 처신하는 것이 부조문화의 기본이다. 시인은 결혼청첩장을 ‘납입금 고지서’라고 단호하게 표현했다. 부조문화가 품앗이 개념이라고는 하지만, 너무나 삭막한 품앗이라면 차라리 부조금을 없애는 것도 좋을 성싶다. “안 주고 안 받으면 됐지, 뭘 걱정이야.” “친구야! 안 그래?”
아내에게 부조금에 관한 글 한 편 썼는데 한번 읽어보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아내는 글을 읽어 내려가던 중 반응이 금방 쌩하고 찬바람이 분다. 유쾌하지 않은 표정으로 되레 나에게 묻는다. 이 글 쓴 의도가 무엇이냐? 며 따지는 투였다. 이 글을 보고 유쾌하지 않은 사람이 많을 거라며 어이가 없다.

김형출 / 시인, 수필가
김형출 기자 / mjmc00@hanmail.net입력 : 2012년 04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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