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세 사상사에서 내게 감명을 주고 닮아가고 싶은 인물 중에는 영국의 죤 스튜어트 밀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철학자요, 경제학자요, 정치가이기도 한 밀은 1865년 영국런던의 저소득층 거주지역인 웨스트민스터 선거구의 선거인단으로부터 의원후보로 출마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는 마침 조용한 저술생활을 즐기고 있는 때였지만 이 나라와 국민이 그에게 국가에 대한 봉사를 요구한다고 판단하고 후보가 되기를 수락했다. 하지만 거기에는 4가지의 절대적인 요구조건이 있었다. 밀이 제시한 4가지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내가 당선되더라도 지역구의 특정이익을 위해 의정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것. 둘째, 이제까지의 나의 저술 속에 밝힌 소신의 실현을 위해 일하겠다는 것. 셋째, 절대로 선거유세는 하지 않겠다는 것. 넷째, 선거 비용은 한 푼도 쓰지 않겠다는 것 등이었다.
즉, 지금까지 내가 쌓아온 실력과 도덕성과 능력으로 국가와 국민에 봉사 하려는데 유권자들에게 굽신거리며 돈을 뿌려가면서 아첨하여 의회의원이 될 필요는 조금도 없으니 국민들이 나를 필요로 해 자발적으로 나를 국회의원으로 만들어 놓으면 국민을 위해 나의 능력과 도덕성과 실력으로 청렴하고 정직하게 성실하게 열심히 일 해 주겠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당당하고 멋지고 소신있는 주장인가?
밀은 투표일의 10일 전에야 외국에서 귀국했고 그의 견해를 선거구민들에게 설명하고 질문에도 답해달라는 요청에 따라 단 2개의 모임에 나가 자기의 입장과 소신을 정직하게 밝히는데 그쳤다.
그러나 영국의 유권자는 깨끗하고 현명했다. 당선이라는 결과는 밀 자신과 모든 사람을 놀라게 했다.
밀은 의원으로 있는 3년 동안 보통정치인들이 정치 생명에의 영향력이 두려워 발설하지 못하는 과감한 개혁안을 언제나 앞장서서 의회에 상정하고 그 필요성을 역설했다.
밀은 기득권세력의 특권을 제한하고 약자의 권리를 신장시키기 위해 많은 개혁안을 추진해 나갔다. 한 사람의 힘은 작지만 정의로운 사람은 많은 사람을 감동 시키고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 국민들은 어떠한가. 정치에 혐오감을 나타내며 정치인을 욕하지만 그들을 당선시킨 것은 우리국민이다. 무능한 후보에게 투표해 당선시키고서 그런 정치인이 깨끗하고 소신있고 유능하기를 바라고 욕을 해댈 자격이 있는가?
이번 19대 총선에서는 돈선거, 술선거가 없어지니 술 얻어먹던 예전 선거를 그리워하는 못난 유권자들의 소리도 들린다. 자기 모순이다.
영국의 저명한 정치학자는 "무식하고 못난 국민은 부도덕한 정부에 압도 당한다"고 했다.
경제가 어려워 정치에 관심가질 여유가 없다는 사람도 많이 본다. 그러나 그러한 때일수록 더욱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한다.
왜냐하면 결국 정치가 우리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 당선된 후보가 앞으로 4년 동안을 우리 고장과 시민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줄텐데 잘못 뽑아 놓고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