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이런 재미도 있습니다. 전에 연습했던 글들을 다시 훔쳐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발표작이건 미발표작이건 다시 정독하면 오류가 많이 발견되곤 합니다만 몇 개월 전부터 그 작업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런 행위도 글 창작하는데 과히 나쁘지는 않다고 봅니다. 글은 수정하는 행위 그 자체이니까요. 또한, 자신을 돌아보며 새로움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보면 볼수록 고치고 싶은 충동이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1. 그 여자- 시(詩)
찬찬히 뜯어보니 그 여자는 긴장감이 넘쳐난다. 얼굴은 복숭아처럼 보송보송 보드랍고 눈망울은 초롱초롱 별 같다. 여덟, 아홉이나 되었을까, 순진하게 늘어트린 단발머리는 운율처럼 움직인다. 콧날과 입, 모양새는 오밀조밀 조화가 있다. 여자치고는 파릇파릇 작은 키였지만 올리브 빛깔에서 여인냄새가 풍겨 온다. 손에 쥔 것은 그 여자의 또래 친구였다. 문학 향기에 눈을 떴으니, 지금은 아니지만 화려한 조명 아래 서 있는 그네 엄마처럼 벌써 문인이다. 먼 훗날 그 여자는 오늘, 문학행사를 더듬어 수채화에 아이러니를 붙일 것 같다. 먼발치에서, 나중엔 가까운 곳에서 본 그녀는 보기 드문 아름다운 리듬이었다. (어느 문학 행사장에서 2006-04-21)
2. 입 떡 벌어진 결혼 피로연
군대 동기생 아들 결혼예식에 참석했다가 놀래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왜냐하면, 이렇게 하객이 많았던 결혼식은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혼예식은 모 천주교에서 모두 마치고 하객들에게 베풀어주는 피로연은 의정부에서 가장 높은 Z 빌딩 17층 뷔페에서 있었다. 이곳으로 이사 온 지 햇수로 3년째인데도 여기는 처음 와보는 곳이다. 새롭게 단장된 화려한 장소를 놔두고서라도 하객들이 하도 많이 와서 남북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장면 같은 분위기였다. 국악인부터 초대가수까지 흥을 더하면서 분위기는 절정에 도달했다. 하객들은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왁자지껄하며 야단법석이었다.
함께 간 문인협회 친구도 놀란다. "참 대단한 친구야!" 전국팔도에서 하객들이 멀려 들었다니 어떻게 저 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었기에 이렇게 하객들이 참석하였단 말인가, 궁금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신혼여행도 미루고 넓은 홀에서 일일이 하객들 테이블을 찾아다니면서 인사를 몇 번씩 올리는 신랑·각시도 요즈음 젊은이 같지 않았다. 결혼식이 끝나면 바로 여행을 떠나는 신혼부부들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덕분에 저녁 잘 먹고 흥겹게 마시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 친구가 사람과의 맺은 엄청난 힘에 대한 궁금증은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일생에 오늘처럼 행복한 기억은 없다."라는 그 친구의 인사말은 힘이 들어있다. 참말로 대단한 사람이다. "이정도 사람들과 인연이라면 책 한 권 출간하면 수천 권쯤은 읽히리라."는 농담에 동기생들과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결혼식 풍경 2006-03-04)
3. 행복한 느낌
행복의 척도나 기준은 사람마다 엄연히 다르겠지만, 당신이 "가장 행복감을 느낄 때는 언제입니까?"하고 질문을 받는다면 당신은 어떤 반향을 보일까, 참으로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흥미로운 호기심이 될 것 같다. 다시 한 번 당신은 "가장 행복한 시간이 언제입니까?"하고 되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화장실에서 내 몸 일부분인 가래떡과 휘발유를 뽑아낼 때, 목욕탕에서 긴장이 풀리면서 아무렇게나 떠오르는 생각을 끄집어내어 머리를 식힐 때 그리고 깊은 잠에 빠질 때다. 이외에도 행복감을 느낄 때는 있겠지만 가끔은 혼자 있을 때다. 혼자는 고독과 외로움이 아닌 행복이다.
어제는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포천 이동에를 갔다. 이동하면 떠오르는 것이 '이동 갈비', ‘이동막걸리', '유황 온천'이다. 우리는 취미생활 중 그래도 엇비슷한 것은 사우나 나 온천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각자 몇 시까지 나오기로 시간을 정하고 남탕, 여탕으로 들어간다. 목욕 후까지도 유황냄새는 향기롭다.
온천 주위에 즐비한 대형 갈빗집들, 옛날 이동 갈비가 아님을 실감했다. 넓은 홀에 우리 외, 다른 한 테이블에만 손님이 있다.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요즈음 이곳 음식점들의 불황이란다. 양념 갈비 2인분을 시키고 보니, 밑반찬도 부실하고 고기의 양도 예전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 가격은 오르고, 양은 줄고 아, 예전에 이동갈비가 아니구나, 저녁을 먹고 그곳에서 하룻밤 묵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하얀 눈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아침 일찍 안전운행하면서 설경을 구경하는 것도 즐겁다. 저만치 순두부 ‘할매집’에 들러 순두부와 보리밥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솔잎찐빵' 한 상자를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하얀 벽을 쳐다보면서 볼일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행복감에 젖어 든다. (일탈2006-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