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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박석호갈월중학교근무

"프리즘으로 본 한국"-③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4년 10월 11일

이민을 떠날 때까지만 해도 젊어서였는지 아무런 생각도 없이 아이들 손잡고 계단을 오르내렸던 삼성역 입구에 들어서니 지하를 내려가는 통로가 전부 계단이어서 노약한 사람들이 여행가방을 들고 내려가기에는 너무 힘이 버겁다는 사실을 유아나 노인, 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이 잘 된 외국에서 살다 돌아 와서야 깨달았다. 호주에서는 모든 도로의 인도 중간 부분과 집으로 진입하는 곳이나 도로의 끝 커브에 유모차나 가방, 트롤리 등이 쉽게 다닐 수 있도록 인도와 차도 사이를 경사지게 만들어 놓았고 지하도에는 에스컬레이터 또는 유모차 등을 밀고 갈 수 있도록 경사지게 만들어서 항상 다닐 때마다 이를 칭찬했었는데 십 수년만에 한국에 돌아왔어도 도로 시설만큼은 그 때와 마찬가지로 그대로여서 나같이 짐이 있거나 노약자?장애인들이 다니기에는 너무 불편한 것을 깨닫고, 그 동안 수 많은 국제 행사와 올림픽, 월드컵까지 치렀으면서도 왜 선진국들이 국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도로의 장애 시설을 배워 오지 않았나 생각하며, 기술이 없어 못한 것도 아니어서 정치인들이나 공무원들이 아직도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자세가 부족하여 그렇다는 생각이 들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려면 아직도 멀었다고 느꼈다. 전철역 지하도 입구에서부터 여행가방을 끌고 한 계단씩 내려갈 때마다 덜커덕 쿵 소리를 내고 가면서 "코엑스처럼 국제 행사를 많이 하는 곳에 수많은 외국인들이 들락거릴텐데 지하철역에 에스컬레이터하나 없고 그것도 없다면 여행가방이라도 쉽게 들고 가도록 경사 시설이나 만들어 놀 것이지. 이렇게 불편한 시설에 그 수많은 국제 행사는 어떻게 했담"하고 속으로 불평스러워 하는데, 탄 젊은 청년이 오더니 나를 보고는 자기가 아래까지 들어다 주겠다면서 큰 가방을 들고 빠른 걸음으로 내려다 주어서 청년에게 고맙단 인사를 했더니 "괜찮습니다. 잘 가십시오"하고 정중히 인사까지 하고 바쁜 듯 가 버리자 "그래, 아직도 남은 도와주는 마음은 변하지 않아 따뜻하구나"라는 생각을 하면 우리 가족이 처음 시드니 공항에 도착했을 때 안내해 준 분이 무거운 이민 가방(주:개당 30kg쯤 됨)을 자동차에 올리면서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호주로 가는 직항 노선이 없어 홍콩이나 다른 나라를 거쳐가는 긴 여행을 해야 했는데, 우리 가족은 홍콩을 경유하여 시드니에 도착한 여행 뒤끝이어서 아이들은 피곤했던지 공항주차장 아스팔트에 조용히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이민 생활의 고달픔을 곧 알게 되리라는 생각에 가엾은 생각이 들었던지 우리 부부를 향해 "호주에 살려면 당신 아이들처럼 피곤해 앉아 있더라도 위로의 말을 하면서 머리를 만지거나 등을 두드리면 이 백인들은 어린애한테 섹스 충동이 일어나서 그런다고 고발하니까 조심해야 되요. 그리고 저기 가는 노인처럼 트롤리에 물건 나르는데 도와준다고 하다 만에 하나 넘어지기라도 하면 당신이 밀어 넘어졌다고 트집잡아 혼이 나서 가만 놔두세요"라고 단단히 주의를 준 기억이 떠올랐다.

전철을 타고 가면서 생각해 둔 목적지에 도달해 출구로 나가려는데 또 계단이었다. 가방만 없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그 것 때문에 또 곤욕을 치러야 했다. 이번에는 오르막이라 더 힘이 필요했는데, 계단 시작 부분에서 위를 쳐다보며 어떻게 쉽게 올라가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고 있을 때 젊은 경찰이 오더니 나에게 묻지도 않고 "아저씨, 큰 가방은 제가 출입구까지 들어다 드릴 테니 따라오세요"하면서 큰 가방을 어깨에 올리더니 손쉽게 출구까지 들어다 주면서 "아저씨, 잘 가세요"라고 말하면서 경례까지 부치고 바쁜 듯 나의 "고맙다"는 인사말을 듣지도 않고 큰길로 빠르게 사라지고 말았다. 그래서 큰 숨을 내 쉬며 "고국에 돌아오니까 그래도 좀 살 것 같네. 백인들 같으면 한 명도 이런 친절을 베풀어 준 사람이 없는데"라고 혼자 중얼거리며 숙소를 찾기 위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4년 10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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