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을 끝으로 다시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다시 다음 공연 준비하곤 하죠.” 경복대학 음악과 교수이자 포천시립합창단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소프라노 홍혜선(49) 씨, 그녀가 중학교 때부터 성악을 시작한 이후로 근 30년 이상 겪은 순간의 갈등이다. 무대에 올라서기까지는 힘들지만 막상 무대에 서면 눈 앞에 관중이 있고, 그들의 박수와 환호가 있으며 그로 인한 성취감이 있기에 오늘날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다. 원하던 대학에 들어갔고, 졸업 후에는 큰 어려움 없이 서울시립합창단에 입단했고, 미국으로 유학도 다녀오는 등 비교적 순탄하게 인생을 살았다고 회고하는 그녀, 이런 인생의 여정에는 철저한 자기관리가 뒷받침되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성악가에게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타고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철저한 자기 관리 또한 필수다. “성악인들은 스스로의 몸이 악기잖아요. 그러니 스스로 알아서 챙겨야죠. 저는 연습에 빠지는 것보다는 학생들이나 단원들이 아픈 것을 더 싫어해요.” 그녀도 노래를 많이 한 날은 되도록 말을 아끼고, 조금만 아픈 증세가 생겨도 바로 병원에 가서 치료하며 매일매일 운동을 하는 등 꾸준히 자기관리를 하고 있다. 특히 올해 초 시립합창단의 지휘를 맡으면서 정신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녀다. “처음에 시립합창단을 맡아 달라는 의뢰를 받았을 때는 큰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모태가 된 합창단이 생긴 지 오래된 합창단이었고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연습하면 여유가 있을 거라고요.” 하지만 시립합창단이라고 하기에는 보충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았다. 순수하게 노래하는 게 좋아서 참가한 단원들이 많았지만 전과 달리 시에서 월급을 받기 때문에 직업합창단, 즉 프로의식을 갖는 게 급선무였다. 그녀는 우선 연습 시간에 지각하거나 결석하는 일부터 바로 잡아 나갔다. 때로는 동년배의 친근함으로 때로는 엄격한 통솔력으로 금새 합창단의 기둥이 되었다. “단원들이 잘 따라줬어요. 처음에는 지휘자가 바뀌면서 해임되지 않을까 걱정했던 분들도 있었는데 절대로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줬죠. 그리고 저희 제자들도 많이 도와줬어요”라며 그녀는 주위에 감사를 표한다. 오는 24일이면 포천시립합창단이 두 번째 정기연주회를 갖는 날이다. 훌륭한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그녀와 단원들은 거의 매일 반월아트홀과 경복대학에서 맹연습중이다. 특히 이번 연주회의 레파토리는 비교적 어려운 노래들로 선정됐기에 단원들은 ‘얼굴이 노랗게 뜰’ 정도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한번쯤 이런 고비를 겪고 넘기면 그만큼 성장할 수 있지 않겠어요. 고통과 난관을 딛고 일어서면 음악에 더욱 깊이가 있기 마련이죠.” 단원들은 이렇게 노력하는데 시립합창단이 왜 필요한 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들을 대할 때면 그녀는 잠시 회의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이들에게 시립합창단의 필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더 노력해 훌륭한 실력을 갖추는 것 밖에 없단 생각으로 다시 마음을 추스린다. “인천이나 안산 등의 합창단도 처음에는 이렇게 힘들게, 어렵게 시작했지만 현재는 자리잡고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합창단이 되었잖아요. 포천도 나중에는 그렇게 되리라 믿어요. 조금만 애정을 갖고 바라봐주세요.” 그녀는 마지막으로 “우리 시립합창단은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단체이니 우리 공연을 관람하는 것을 세금을 돌려 받는다는 차원으로 생각하셔도 될 것 같다”며 “봐야할 권리가 있는 것으로 여기고 후세들을 위해서 가족들과 함께 관람 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벌써 10회 정도의 개인독창회를 연 바 있는 그녀는 내년에 또 독창회를 열 계획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체력도 딸리고 컨디션 조절하기도 어렵지만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한 계속해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