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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의 문화에세이] 해군기지 논란에서 배우는 포천 화장장 문제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2년 03월 19일
↑↑ 박정근 대진대 교수, 포천신문 칼럼위원장
ⓒ (주)포천신문사
제주도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찬반 논란으로 뜨겁다. 찬성하는 쪽은 반대하는 주민들과 환경주의자들을 종북주의자라고 공격을 하고, 반대하는 쪽은 의사결정과정의 비민주성과 아름다운 구럼비 바위를 비롯한 유네스코 보존지역의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를 주장하고 있다. 개발과 보존이란 모순된 명제가 총선과 맞물리면서 한국인의 고질적인 이념적 이분법의 망령이 한국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일전에 포천 영중면에 추진하던 화장장 유치문제도 국가적 사업과 지역 사업이란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논란의 핵심은 매우 비슷하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즉, 국가건 지역이건 건설현장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의사를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수용했느냐 라는 과정의 합리성이 문제라는 것이다. 아무리 어떤 공동체에 대한 절박한 문제가 있다고 할지라도 그곳에 삶의 터전을 두고 있는 구성원의 의사가 민주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면 조급하게 추진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은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는 이분법적인 이데올로기 고질병 환자의 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방이후 남북이 갈리면서 국가의 최대가치를 북한에 대한 안보에 두어왔다. 국가는 안보라는 이유로 수많은 주민들의 재산권을 제한해왔으며, 반대하는 주민들에게는 종북주의자, 친북주의자. 또는 용공주의자라는 명분으로 억압해온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최빈국에서 경제개발도상국을 거쳐 OECD 회원국이요, 세계경제 20위권으로 도약하기 까지는 국민들의 희생을 밑거름으로 가능하였다. 국민들은 국가를 위해서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국가안보를 위해서 최대한 양보를 해 온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해당하는 재산권이나 생존권을 주장하면 이념의 굴레를 씌워서 매도하는 나쁜 습성을 보여왔다.

아무리 제주해군기지 건설계획이 노무현 정권에서 시작된 일이라 할지라도 그렇게 시급하지 않은 일이라면 수십년 강정마을에 살아온 주민들의 생존문제를 도외시해서는 안된다. 특히 제주도는 한국 관광의 노른자위이자, 유네스코가 보존지역으로 지정할 정도로 환경과 생태적 가치가 가장 높은 곳이라고 볼 수 있다.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수많은 외국 관광객들은 군사적 분쟁 이미지를 연상할 것이고 제주도를 위험지역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관광객들의 제주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주민들의 생계와 연계되는 최대의 상수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한국의 정부는 이전 정권에서 계획되었던 사안이라는 것만으로 야당에게 말 바꾸기를 하지 말라고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왜냐면 문제의 당사자는 야당이나 시민단체가 아니라 강정마을 주민들과 제주도민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의 국가안보라는 당위적인 이념적 명제만을 내세워 제주도에 발생할 문화적 부작용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제주해군기지는 군사기지이며, 일본의 오키나와 미군기지에서 보았듯이 한미합동작전처럼 미군의 요청에 의해서 일시적으로 사용을 허용해야할 상황이 가능할 것이다. 한국의 동두천이나 의정부기지에서 발생했던 미군들의 현지 여중생 성폭행 사건이 오키나와에서도 1995년에 발생해 반미운동으로 확산되었던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군사기지는 지역에서 건전한 문화보다는 퇴행적 문화가 꽃피우는 것이 관행이다.

평화의 섬으로 전 세계에 홍보해야할 자연과 문화의 보고에 과연 해군군사기지 건설이 현명한 일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할 일이다. 기후가 좋고 자연경관이 뛰어나 관광산업의 여건을 잘 갖추었던 오키나와는 옛 부터 중계무역의 중심지로 각광을 받았지만 미군기지가 들어서면서 기지에 의존하는 비자립적 불구경제의 나락으로 빠지고 말았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오키나와 주민들이 결사적으로 반대운동을 벌였던 일본 역사의 전례에서 배워야할 교훈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본다.

포천 영중면에 화장장을 건설하려다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쳤던 것은 제주도 해군 기지의 경우처럼 혐오시설이나 기피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동의를 충분히 수용하지 못한데서 기인하였다. 한 관계자가 언급하였듯이 지역주민들이 성급한 화장장 계획을 반대한 것은 “화장장 건립시 얻어질 인센티브와 경제적 이익, 친환경적인 시설 등에 대한 홍보”의 부족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결국 정부관계자들이 제주도 강정마을이나 포천의 영중면이 해군기지나 화장장을 건립하는데 유일한 대안인가에 대한 진지한 연구와 이해당사자들과 시민들의 보편적 의사수렴의 과정을 충분히 그리고 단계적으로 거쳤다면 쓸데없는 논란으로 나라를 시끄럽게 하는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지금 정부 관계자들은 제주해군기지 반대자들을 종북주의자라는 냉전시대의 진부한 말로 매도할 것이 아니라 주민들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자신들의 직무유기에 대해 고백하고 지금이라도 처음부터 차근차근히 문제를 풀려고 하는 민주적 자세부터 배웠으면 한다.

박정근 / 대진대교수, 포천신문 칼럼위원장, 이해조문학회 회장
박정근 기자 / jkparkdj@hanmail.net입력 : 2012년 03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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