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란 그림과 글을 가지고 독자로 하여금 이미지나 자유로운 상상을 가능하게 만드는 인쇄 매체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만화는 그 활용 방법에 따라서 긍정 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도 있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만화는 개화기 신문에 연재된 시사만화에서 시작하여 1980년대에 들어 나타나기 시작한 만화의 상업화가 발전해 오늘날의 형태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러나 대중성을 지니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만화는 긍정적인 영향보다는 부정 적인 이미지로 낙인 되어왔다. 그 결과, 만화는 정보사회에 정보매체로서의 역 할보다는 한낱 아동․청소년기적 특성을 반영하는 장으로 자리매김 되어졌다.
만화가 단순히 아동․청소년기적 장르가 아닌 정보전달 매체로 인식되고, 정보문화 시대에 자녀들에게 활용될 수 있으려면 먼저 만화에 대한 인식부터 변화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독서능력 발달은 유아문학기와 아동문학기로 나눌 수 있다.
유아문학 기의 교육은 이 시기가 주로 언어를 배워 나가는 시기이므로 책을 통해서 즐거움을 느끼고 동시에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하는 기능을 목적으로 지도한다. 초등학교 3～4학년 정도가 되면, 전래동화나 고전은 물론이고 안델센 동화나 이솝 우화, 외국 동화에까지 손을 뻗히게 된다. 5～6학년이 되면 모험심이 생기고, 남녀 성별로 독서의 경향이 다소 달라지기도 한다. 남자들은 주로 모험 소설과 추리 소설 그리고 초인적 능력을 발휘하는 영웅 소설을 좋아하게 되 고, 여자들은 순정 적이고 환상적인 걸 선호하게 된다. 또 중학생은 환상적인 것보다 현실적인 것에 더 관심을 보이게 되고 제법 정신적인면에 가치를 두기도 한다. 이러한 독서능력의 변화 추세는 만화의 경우에도 그대로 해당된다.
우선 아동기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와 청소년기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가 서서히 구분되고 있다. 아동기는 초능력의 세계나 우주공상에 관한 만화를 읽다가, 중학생이 되면 스포츠 혹은 영웅들이 나오는 만화를 주로 읽는다. 그러나 실제 이러한 내용을 담을 수 있는 만화는 대부분 외국작품을 번역하여 소개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이기 때문에 자녀들에게 만화 본래의 기능보다는 외국문화에 대한 맹목적인 호기심만 자극하게 된다.
그 결과 만화는 독서차원이 아닌, 단 순히 즐기는 오락 차원에서 그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때문에 모든 부모의 시 각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기우는 것이다. 최근 일부 뜻있는 분들이 <만화 삼국지>, <먼나라 이웃나라>, <만화 한국사> 등을 펴내어 부모들이 가진 만화에 대한 선입견을 변화시키는데 성공하긴 했다. 그런데 의외로 그 만화를 보는 아이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림만 있지 책하고 같은데요.", "교과서를 보는 것 같아요.", "글씨는 작고 그림은 크고, 책읽는 것보다는 쉽지만 크게 다를 건 없어요.", "어디 재미있는 우리 만화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끊임없이 만화를 본다. 심심하고, 짧은 시간에 이 정도의 오락을 대체할 만한 여가문화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복잡하고 까다로운 학교생활에 지치다 보니 잠시라도 머리를 식히고 싶은 것이다.
상담실에서 만난 한 어머니와 아들의 대화를 잠시 들어보자.
엄마: 허구한 날 만화만 보고 있으니 울화가 치밀어서 원, 애 아빠가 사준 만화 삼국지를 열 번도 넘게 봤을 거예요. 아들: 재미있잖아요. 아빠가 사준 건데 안 보고 그냥 덮어둘 순 없잖아요. 엄마: 그렇다고 만화만 잡고 있어서 쓰겠니? 아들: 아이 참, 그렇지 않으면 볼 만한 책이 없는걸요. 엄마: 집에 깔린 게 다 책인데 그런 책 보면 되잖니? 이즈음에서 내가 제동을 걸었다. 상담자: 만화를 보면 어떤 걸 얻을 수 있지? 아들: 만화는 그냥 만화예요. 만화를 보면서 얻고 말고 할 게 어딨어요? 상담자: 그래, 알았어. 그런데 넌 만화 그림 중 어떤게 가장 인상적이었니? 아들: 음, 여자 그림요. 영화보다 더 근사해요. 정말 근사해요. 엄마: 애가 저 모양이니 만화란 말만 들어도 속이 끓어요. 만화를 죄다 없애 버렸으면 좋겠어요.
만화가 부모와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는 장면이다. 사실 대부분의 부모들에게 인식되어져 있는 만화는 위 사례와 같은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아동․청소년기의 독서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만화를 아이들 발달심리와 맞춘다면 그 가능성은 무한하다.
긍정적인 상상의 세계, 생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시각으로 미래사회 에 대한 예측을 해보거나, 정보세계의 문제점 등을 만화를 읽고 알게 된다는 것은 무척 의미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제 부모들이 만화의 긍정적 기능을 인정하고 어떻게 현실에 대처해야 할지 위 사례를 중심으로 분석해 보자. 위 사례의 경우, 우선 만화책을 본 자체는 문제가 안된다. 왜냐하면 그 시기가 만화책을 자주 볼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본 행위를 가지고 문제 삼아서는 안된다. 문제는 어떤 만화책을 보았는지에 있다. 폭력물인지 선정적인 이야기인지 아니면 단순히 스포츠를 소재로 한 것인지 파악하여, 소재나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긍정적인 만화를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무조건 못 보게 한다는 생각보다는, 자녀들이 어차피 볼 수밖에 없다면 긍정적인 만화를 권장한다는 입장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그것이 이루어졌다면, 왜 그 만화를 선택하게 되었는지 검토해 보는 것이 다음 단계이다.
만화 자체가 주는 편안함 때문에?, "아니면 재미난 이야기와 그림 때문이라구?", "만화는 재미있고 공부는 하기 싫으니까?"
내용과 형태는 다르다해도 분명 이런 이유들이 하나씩은 있다. 문제는 만화 이외의 다른 책은 왜 선택되지 않는지,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종류의 책을 선택해서 볼 것인가, 라는 점이다. 다음 단계는 만화가 자녀에게 던진 의미를 분석해 보는 것이다. 만화를 보고 난 후 전체 내용을 요약해 본 다음 자신에게 남는 느낌이 어떠한지를 적어보고, 마지막 단계로 자신이 본 만화 내용이 던지는 시사점을 구체화시켜 말해 보도록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만화를 어떻게 읽어야 하고, 어떠한 의미를 찾아야 하는지를 확인하게 되는데 이 단계를 거치면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만화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깨닫게 된다. 그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만화를 못 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만화를 선택하게 한다. 둘째: 자신이 읽은 만화 줄거리를 요약하여 주위 사람들에게 그대로 말하게 한다. 셋째: 자신이 만화를 읽게 된 동기와 만화를 읽은 후의 느낌을 글로 적게 만든다. 넷째: 만화를 읽은 후 동생이나 친구들에게 권할 수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묻게 한다. 다섯째: 권할 수 있다면 어떤 이유에서이며, 권할 수 없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확인한다. 여섯째: 내가 작가라면 이 만화를 어떤 식으로 재구성하여 이야기를 전개 시키겠는가를 마음속으로 그려보게 한다.
이상의 절차를 통해서 부모의 시각이 <만화를 읽지 마라>에서 <이 기준으로 만화를 선택해서 너에게 유익한 것을 읽어라>라는 시각으로 변화될 때 만화에 의한 갈등이 해소될 수 있다.
회원가입
기사쓰기
입력 : 2004년 10월 11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스토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