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상으로만 보면 ‘꼼수’란 말은 ‘쩨쩨한 수단이나 방법’이라고 되어있다. 필자는 이에 더하여 ‘잔꾀로 남을 속이거나 남의 환심을 사려는 수법’쯤으로 해석하고 싶다. 선거 때만 되면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이 꼼수다. 잔꾀를 부려 선거에서 이길 궁리만 하는 정치현장의 모습이다.
어차피 선거 때만 되면 모든 정당이 내거는 정책은 ‘정당의 국민에 대한 아첨과 국민들의 정당에 대한 응석이 부딪치는 접점’에서 그 방향이 결정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금 각 정당이 국민들에게 하는 아첨의 양상을 보면 이건 아첨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꼼수를 쓰는 것 같아 여간 우려스럽지 않다.
민주통합당이 새롭게 출범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흥행작업도 꼼수가 아닐 수 없고 새누리당이 비대위를 구성하는 인적구성을 보아도 꼼수이기는 마찬가지다. 노상 함께 정치를 해왔던 사람들끼리 별도의 당을 만들어 통합하는 모양을 갖추는 것도 흥행 효과를 노리는 꼼수요 27살짜리 청년을 비대위원으로 선정하는 것도 꼼수로 보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당이건 그 진정성과 역사적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흥행효과를 극대화 시킬 전략의 일환으로 모바일 선거를 통해 당 대표를 뽑겠다는 발상에 이르러서는 참으로 우리나라 정당의 앞날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참여민주정치를 강조하는 시대라고 하지만 그것도 대의제를 근간으로 참여가 강조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이것이 거꾸로 되었다. 정당정치 자체의 존재감이 사라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당원도 당내 대의기구도 존재의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정당은 형해(形骸)만이 남게 되었다.
모바일선거란 무엇인가? 주로 젊은이들이 이용하는 SNS선거가 아니겠는가? 누가 후보인지도 모르고 당과의 일체감도 없이 투표한다. 한때의 젊은 표를 얻기 위해 모바일선거를 하는 것이 결국에 가서는 국민전체의 의사를 왜곡시키고야 말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국민전체의 의사가 왜곡된다면 그 다음에 오는 결과는 무엇인가? 국민적 불신은 쌓여가고 당의 정체성은 사라지고 책임정치는 실종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꼼수정치로 일시적 인기를 얻어 다음 총선거에서 표를 얻을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정치를 실종시켜 스스로 정치무대에서 사라질 운명의 함정을 파는 것이 된다. 꼼수 정치를 하면 안 되는 이유다.
민주통합당이 모바일선거를 한다니까 그 방식을 따라하겠다고 나서는 새누리당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남이 장에 간다니까 거름지고 장에 가는 격”이다. 흥행에 신경 쓸 일이 아니라 당을 살리는 일이 급선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야당보다도 더한 위기의식 속에서 출범했을 새누리당의 비상대책위원회가 처음부터 불신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본다. 새로운 역동성을 기대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니다.
우선 인적구성에서부터 객관성을 잃고 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부패행위로 형무소를 다녀 온데다가 일관성 없이 이당 저당에 대한 편력을 통해 쟁취한 전국구 4선의원 출신이 좌장을 맡고 있다.
5공초에 있었던 국보위 입법의원의 경력과 한때는 안철수의 멘토인양 매스컴에 얼굴을 내비친 경력까지를 문제 삼고 보면 그는 여간한 배짱이 아니고서는 비대위의 좌장노릇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정치적 참신성의 문제를 넘어 부패했던 사람이 부패하지 않은 사람을 향해 인적쇄신을 말하려니 떳떳하지 못했을 것이 아닌가 해서 하는 말이다.
스스로 사퇴하는 것이 본인을 위해서나 당을 위해서도 좋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마음 편하게 인생의 또 다른 황금기를 맞이 할 수 있는 길이라 여겨진다.
교수 출신인 또 한사람의 비대위원은 오랫동안 정치권을 기웃거린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천안함 사태가 나자 갖은 추측으로 그 사태가 북한의 소행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 사람이라고도 한다. 말하자면 국가의식에 문제가 있으면서 출세할 기회만 엿보는 사람이라는 얘기다. 천안함 사태가 북한의 소행임을 확신할 수 없다는 말 한마디 때문에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임명받지 못한 사람도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천안함 사태는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했던 사람이 어떻게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활동할 수 있을까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주장이 아무리 옳고 정당하다 하더라도 그 주장의 울림은 결코 클 수가 없을 것이다. 이 교수의 경우에도 자기주장에 아무 울림이 없다싶으면 스스로 용퇴하는 것이 당을 위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건 분명히 꼼수다 싶은 비대위원 한분이 또 있다. 나이가 27세. 거침없는 말솜씨! 자기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인식하지 못하고 함부로 입을 여는 청년. 청년층의 지지를 조금이라도 얻어 보려는 꼼수의 결과는 “문제의 전후 사정도 모르고, 사회의 기본가치에 무지하며, 발언의 부작용도 고려하지 않는, 연예인이 된 것처럼” 행동하는 철부지로 지목받고 있다. 정치전문기자인 김진 기자의 말이다.
비대위의 인적 구성 못지않게 문제 삼고 싶은 것은 그들이 구상하고 있는 당 개혁의 목표를 어디에 두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새누리당이 맞고 있는 위기가 어디서부터 연유하고 있는가에 대한 인식의 문제이다. 그런데 간간히 흘러나오는 회의 내용을 보면 이 부문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을 하지 않은 것 같다. 생각나는대로 내뱉는 식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누구를 내보내야 한다로부터 정강정책에서 ‘보수’라는 말을 빼자는 말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연구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문제의식의 공유(共有)과정이 없었다는 얘기다. 엄밀히 말해 새누리당의 위기는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데에 바로 근원적인 위기가 있다고 본다. 진보를 앞세운 종북주의 세력에 대해 과감하게 대처하지 못해 온 것에 대한 보수주의자들의 실망감에서부터 새누리당의 위기는 오기 시작한 것이다.
보수의 기본가치라 할 청렴과 변화에 대한 천착이 부족한데다가 중도실용이라는 이름으로 좌파들에 대해 단호함을 보여주지 못한 데에서 시작된 위기다. 어떤 국민에게도 신뢰감을 주지 못한 것이다.
국민을 설득하고자 하는 용기도 신념도 없이 무기력하게 좌고우면하면서 웰빙족처럼 비춰진 데에서 위기는 깊어졌다고 본다. 수도 없는 우파 단체들이 생겨 난 연유와 그 단체들이 하나같이 새누리당에 대해 아무런 희망을 가지지 않고 있는 것에서 우리는 위기의 본질을 발견할 수 있다.
새누리당이 그 정강정책에서 보수라는 말을 빼자고 주장하는 것도 일종의 꼼수다. 보수라는 말을 넣느냐 빼느냐 하는 문제는 본질문제가 아니다. 서양에서도 “어떤 정강정책이 어떻게 표현되어 있느냐를 아는 사람은 그 정책을 입안한 당사자밖에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복지문제를 들고 나오면 진보고 그렇지 않으면 보수라는 공식도 있을 수 없다. 복지는 보수 세력이냐 진보 세력이냐와 관계없이 돈이 있으면 하는 것이고 없으면 못하는 것이다. 돈도 없으면서 복지정책을 확대하자는 것은 좌파건 우파건 꼼수에 불과 한 정책이다. 꼼수에 능한 세력이 좌파세력이기 때문에 복지는 마치 좌파의 전유물인 것처럼 인식되어온 측면이 있지 않나 싶다.
그러기에 정강정책에 어떤 문구가 들어 있느냐와 관계없이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를 굳건히 지키겠다는 의지가 있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정당이라면 그것은 보수주의 정당이다. 현실적으로 새누리당이 보수적 가치를 지탱해 나가려는 노력을 얼마나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연평도 사태나 천암한 사건이 터져도 즉각적으로 반격 한번 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기력을 탄핵하고 싶지 않은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해군기지 건설현장이 좌파단체들에 의해 점거되고 해군기지 건설예산이 송두리째 국회에서 깎이는 사태를 보고도 나라를 걱정하지 않을 보수 우파가 어디 있겠는가? 전시 작전권의 반환과 미군감축의 불가피성이 대두되는 데에도 속수무책으로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새누리당에 대해 누가 지지를 보내겠는가?
제주 강정마을의 전 윤태정 이장이 한 얘기를 들어 보자. “국회의원쯤 되면 국가관이 있어야지. 야당은 그렇다 쳐도 내가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새누리당이다. 해군기지는 좌파세력이 타깃을 삼아온 상징적 사안이었다. 이런 대결에서 명색이 여당이 엿 바꿔 먹는 식으로 해버렸다” 해군기지 건설예산이 모조리 삭감된 데에 대한 울분이었다.
새누리당이 스스로 지니고 있어야할 가치를 굳건하게 지켜나간다면 ‘보수’라는 말을 넣자 빼자 하는 꼼수정치 같은 것은 필요 없게 될 것이다. 지켜야 할 가치를 두려움 없이, 선거와 관계없이, 우직하게 지키나가려는 자세가 바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쌓아가는 길일 것이다.
당을 기사회생(起死回生)시키기 위해 임명된 비대위원 6명중에 3명이 벌써 목소리가 가늘어 질수 밖에 없는 상항에 빠져 있다. 새누리당이 왜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의식도 가지지 못하고 있는 비대위라면 한시 바삐 해산하고 다시 구성하는 것이 정도(正道)라고 본다. 그렇다고 하여 인적쇄신작업의 강도를 낮추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돈 봉투 사건이 더 깊은 낭떠러지로 새누리당을 밀어 넣은 이상 비대위원들은 더 높은 이상으로 더욱 높은 쇄신을 요구하는 것이 옳다. 그러려면 자신들의 위치와 역할이 종전과는 다른 차원으로 정립될 것이 요구된다. 스스로의 청렴을 다짐하고 의원직이나 정권에의 참여를 국민 앞에서 포기하는 선서를 통해 비상대책위원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하는 것이 급선무라 여겨진다. 꼼수로 정치를 할 일은 아니다. 꼼수정치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