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축석령 부근과 광릉을 향하는 마을 도로변 곳곳에는 “탄약고를 이전하라”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이 여기저기 내걸려 있는데, 그 내용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과격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얼마나 절박했으면 주민들이 저런 현수막을 내걸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안타깝기도 했다.
탄약고가 포천에 존재하게 된 시점에 대하여 알아보면 이렇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60년 전에 한국전쟁이 종료될 무렵에 전략적 요충지인 포천 소흘읍 무봉리에는 군부대탄약을 야적하는 장소가 만들어졌고, 시간이 흐를수록 가건물 형태에서 점점 현대화되어 도처에 산재한 소규모의 탄약들을 보관하게 되면서 점점 더 그 규모가 커져서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어디에서나 그랬듯이 처음에는 임시로 보관되던 장소가 세월이 흐를수록 그 규모가 커지고 점유면적이 확대되어 이른바 기피시설로 자리를 잡게 된다. 이로 인해 이 탄약고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영문도 모른 체 피해를 받게 되었고,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각종제한을 받게 되었으며 탄약고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마을과 비해 중첩된 규제로 인해 수많은 불이익을 받아온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는 없다.
이렇게 낮은 토지 가격은 상가나 주택을 지을 수 있는 여건이 맞지 않아 그나마 개발이 가능한 지역은 궁여지책으로 소규모 공장으로 개발하게 되고, 이런 소규모의 공장들은 여러 가지 공해를 유발하여 결국 탄약고의 존재 때문에 주민들은 재산권과 건강도 위협받는 처지가 되었다는 것이다.
한편 오랜 세월을 탄약고로 인해 재산권의 피해를 받아왔던 주변지역이 민자고속도로 개설에 따른 탄약부대 이격거리 제한 때문에, 송우리에 있는 탄약부대를 무봉리로 이전하겠다고 하여, 설계가 변경되어 탄약부대 주변 마을에 또 다른 민원을 유발하게 되었으며 주민들은 계속되는 피해를 더 이상은 묵과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민원이 확대되자 시의회에 탄약고이전 특별위원회가 구성되었으나, 탄약고가 주둔해 있는 변변한 설명회조차 개최하지 못하고 탄약고를 무봉리로 이전한다는 조정안이 통과된 것을 명분으로 특별위원회 활동을 접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주민들은 민자고속도로 탄약부대 이격거리와 엄청난 공사예산의 증액을 감수하고 왜 노선을 변경하면서까지 오히려 산재해 있는 탄약고를 모으고 있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며, 인근에 내촌~이동 간 국도변에도 서파 근교 봉수리 탄약고가 있고, 춘천-화천간 원평리 탄약고가 있으며, 경부고속도로 왜관 근교의 탄약고가 있는데, 왜 포천으로 들어오는 무봉리만 이격거리가 문제인지 인근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기에 이르렀다.
이 내용은 시의회에서도 모의원의 시정 질문에서 “송우리 탄약고 564ASP를 무봉리 탄약고 561ASP로 통합 이전하면 무봉리에 생기는 통합 탄약고는 포천시 관문에 영구히 고착되는 것으로 앞으로 우리 시 발전에 큰 저해 요인으로 작용될 것”을 지적하며, “우리 시의 도시 발전을 위해서는 이번 기회에 제3의 장소로 안전하게 이전시키는 것이 최상의 방책”이라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시는 “탄약고 정비사업은 국토해양부 주관 사업이나 우리 시에서 적극 개입하여 포천지역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최대한 훼손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또한 탄약고 이전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민자고속도로는 처음부터 중앙정부와 자치단체가 서로 협의 없이 진행되어 문제를 야기시켰다며, 특히 무봉리 탄약부대에 보관중인 탄약의 대부분이 미군탄약이라고 하는데, 왜 미군시설물로 포천시가 피해를 받아야 하는지 소통의 부재로 인한 피해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렇게 6년을 끌어온 민자고속도로는 2016년 완공을 목표로 작년 11월 29일 그간 걸림돌이 됐던 금융권 PF 대출과 군부대 탄약고 문제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어, 금년 2월 착공할 예정이라며 고속도로 사업단 개소식을 개최하였으나, 2월 착공 예정이던 일부투자사가 참여를 포기하여 자금조달문제가 발생해 투자약정이 늦어져서 착공은 또 지연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이번 총선에 출마한 모후보는 “구리~포천간 민자고속도로는 수없이 착공을 연기하면서 마치 당장 사업이 이뤄질 것처럼 지난 6년간 시간을 낭비했다”며, “남북분단으로 모든 불이익을 받은 경기북부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국가예산 2조원을 들여 국가사업으로 지정한 뒤, 명칭도 '서울~포천 국가고속도로'로 바꿔 국가고속도로로 전면 재추진해서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는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여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2010년 일부 지하화로 봉합된 것으로 보였던 탄약고 문제는 고속도로 착공이 지연되면서, 탄약고 인근주민들이 “탄약고 전면 이전만이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어느 지역이든지 들어서는 관문에 엄청난 면적의 탄약고가 영구적으로 고착되는 것을 환영하는 지자체는 없을 것이다. 그동안 경기북부는 남북분단으로 인한 중첩된 규제와 불편함을 모두 겪으면서도 변변한 보상도 없이 60년이 넘게 소외를 받아왔다. 아마도 이런 문제가 경기남부였으면 이렇게 방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니 하는 말이다.
그러니 이렇게 어려운 사안을 해결하려면 주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의 애향심과 솔선수범하는 희생과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할 것이니, 억울해 하는 시민의 의견이 무엇인지를 자세히 듣고, 유네스코에서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한 광릉숲과 연계해서라도 힘들겠지만 무봉리 탄약고를 안전한 곳으로 이전할 수 있는 대책을 찾아보고, 주민들과 충분히 의논하면서 해결책을 실마리를 풀어서 갈등이 해소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이희용 / 대진대학교 동양철학 박사과정, 시인, 제3대 포천시예총회장, 광릉숲생태문학회장, 칼럼니스트, 한국스카우트 경기북부연맹 감사, 전 경기도예총부회장, 포천신문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