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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 둘, 딴 세상 같은 서울

박석호 갈월중학교근무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4년 10월 02일

고국은 너무 변해 있었다. 마스코트의 시드니 공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고 큰 국제 공항을 빠져 나오며 이월의 찬 새벽 공기가 내 몸에 닿자 순간적으로 몸이 으스스 떨렸다.


열 시간 전만 하더라도 더운 여름 날씨에서 살다가 아직도 겨울인 한국의 찬바람을 맞으니 몸과 치아가 덜덜 떨릴 수 밖에, 비행기 안에서 겨울옷으로 바꿔 입었는데도 오랜 세월 동안 거의 춥지 않은 시드니에 살다 보니 완전히 체질이 변했나 보다.


공항로비 출구에 있는 여성 혼자 근무하는 미니 환전소에서 우선 필요한 만큼 환전한 한국 돈을 새삼 신기한 듯 들여다 보며 “이제 한국서 살려면 달러는 필요없겠네”라고 중얼거리며 공항 버스터미널로 나와 여러 방면으로 가는 안내판을 보며 “어디에 자리를 잡아 살것인가”하고 잠깐 생각하다 일단 한국을 떠날 때까지 살았던 서울의 강남에 가 보기로 마음먹고 강남 방향 버스 정류장에 서 있으니 십 여분 지나 버스가 와서 멈추자 공항 버스에서 일하는 제복 차림의 직원이 오더니 버스의 화물 트렁크를 열어 줄서 있는 차례로 여행 가방을 받아 넣어 주고 있어서 나도 가방을 맡기고 티켓을 받아 들고 버스에 올라 앞 쪽의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얼마 후 출발한 버스가 공항 고속도로를 질주할 때 창밖을 바라보니 옅은 안개가 낀 날씨임에도 공항 주변의 갯벌도 보이고 인천, 부천 방향 도로 표지판도 눈에 들어왔다.


한 시간 가까이 지났을까 어느새 서울이라고 쓰여진 표지판이 눈에 뜨이자 난 자세를 바로하고 그 동안 서울이 얼마나 변했는지 보고 싶었다.


버스가 서울에 진입하여 순환도로를 지났는가 싶더니 어느새 한강변으로 달리고 있어서 잔장히 흐르는 강물과 함께 여러개의 새로운 다리를 바라보며 정말 서울은 내 눈을 의심할 정도로 많이 변해 있었다.


시드니와 다르게 나무는 거의 보이지 않아 살벌한 느낌은 들었으나 높고 낮은 건물로 가득차 있는 한강변을 보니 속으로 “아무리 땅 덩어리가 좁다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변할 수 있어. 마치 홍콩처럼 변해버렸네. 왜 사람들이 이처럼 서울로만 몰려들어 살고 있담”하면서 한국에서 살 생각을 하니 순간적으로 마음의 갈등과 머릿속의 혼란을 조절하기가 힘들었다.


 그 뿐만 아니라 출근대여서인지 꼬리를 물고 이어 달리는 자동차 행렬들- 시드니에서는 이렇게 좁은 땅에 자동차가 많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한 터에다 틈만 보이면 이쪽 저쪽 차선으로 끼어 들면서 거의 곡예에 가까운 운전을 하는 차량들 때문에 교통사고가 날까봐 조마조마했다.


내가 탄 버스의 운전기사도 그런 일은 보통인지 수 없이 차선을 바꿔가며 운전하는 걸보고 고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교민들마다 “한국 가서 죽고 싶지 않으려면 렌터카 빌려 타고 여행하지 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말을 여러 차례 들어 온 터라 서울에 들어오는 짧은 시간에도 실제로 그런 장면을 수 없이 보고 나서는 이것이 실제 상황임을 깨닫고 서울은 교통지옥이구나라고 생각했다.


드디어 버스안에 붙여진 노선표를 보고 일단 내리기로 마음먹은 코엑스가 다음 정류장이라는 안내 방송을 듣고 내릴 준비를 하는 사이에 코엑스 정류장에 버스가 멈추었다.


버스에서 내려 운전기사가 꺼내준 여행가방을 받아 들고 주위를 살펴보니 옛날의 건물은 온데 간데 없고 그 자리에 2개의 고층빌딩이 들어서 있는 데다 주변에도 층을 셀 수 없는 고층 건물로 싸여 있어서 놀라움과 동시에 맘속으로 “이제 나는 완전한 국제 촌놈이 돼서 서울로 돌아왔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옛날의 기억이 떠올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당시 이 근처에 하나 밖에 없었던 고층 건물인 한국전력 본사 건물과 봉은사가 어디에 있을까”하고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내 방향감각으로는 찾을 수 없어 빨리 포기하고는 “이 곳을 보니 완전히 변해 버려 방을 얻기도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테헤란로에 있었던 2호선 전철역이 어디에 있는가 하고 옆에 서 있는 젊은 청년에게 물었더니 나의 행색을 보고는 아주 친절하게 “여기서 곧바로 조금 내려가시면 전철역이 있어요”하면서 손으로 가는 방향을 가리켰다.


그래서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전철역을 향해 걸어가니 추억도 새로운 삼성역이 이름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어서 새삼 감회가 깊었다.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4년 10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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