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우리 경제는 유사이래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다. 단군 이래로 최대의 경기위기라던 1997년의 외환위기 때보다도 더 심각한 경기침체를 경험하고 있다.
극심한 소비자의 소비감소와 기업의 투자부진으로 말미암아 경제성장률은 4%라는 최저수준으로 떨어지고 실업이 증가하면서 정부의 조세수입 또한 2조 가량의 결손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염려스러운 점은 경제지표 상의 수치보다 체감경기는 더 심각하고 단기간에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래 자본주의 경제는 호황과 불황의 반복적인 변동이라는 경기순환 과정을 겪에 된다.
이러한 경기변화는 경제체제의 자동복원 능력과 정부정책에 의해 조만간 회복되어 안정적인 추세를 유지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민간경제의 자동복원력과 정부의 정책수단에 대한 신뢰감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먼저 자동복원력에 의해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소비와 투자가 자연적으로 살아나야만 한다. 통상적으로 불황 하에서는 물가가 떨어지는데 물가하락 추세가 어느정도 지속되면 소비가 증가하고 소비가 증가하면 기업들은 생산시설을 확충하기 위한 투자를 늘림에 따라 고용이 증가하면서 내수가 회복되는 善순환과정을 겪게 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소비자들은 정부의 비생산적인 정쟁과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말미암아 불안감이 조성되면서 소비활동을 축소함에 따라 내수침체를 나타내고 있다.
기업들 또한 정부의 반기업적 정책과 함께 전투적인 노조활동과 소비감소로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 이와 같이 소비자와 기업 모두 우울증과 무기력감에 빠져 있어 자동복원력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원론적인 경제학 지식에 의하면 우리 경제와 같이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의해 경기회복이 불가능한 경우 정부의 ‘보이는 손’이라는 인위적인 정부정책에 기대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내수진작과 투자의 활성화를 위해서 시중에 돈을 많이 푸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세금을 경감하는 대신에 정부지출을 확대하는 팽창적 재정정책을 펴야 한다.
우리 정부도 내년도 예산안에 있어 약 5조 정도를 덜 걷고 더 쓴다는 적자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적극적인 재정정책의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이미 시장경제는 정부정책에 대해 심한 불신을 표출하고 있으며 5조 정도의 추가지출에 대해 우울증과 무기력감에 빠져 있는 경제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는 한강에 돌 떨어지는 것과 같은 정도이다. 오히려 향후 적자예산이 만성화되고 재정적자가 누적되어 재정파탄을 초래할 수도 있다.
현재 우리 경제상황에 있어 새로운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은 금융권이다. 내수진작과 투자확대를 위해서는 시중에 충분한 자금을 공급해야 하는데 이는 금융권이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요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은 시중의 여유자금을 수신(예금)하여 자금수요가 있는 것에 여신(대출)하는 자금의 중개기능을 담당하면서 여수신의 금리차에 의해 이윤을 확보한다. 과연 현재 우리 은행들이 자금 중개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고 있는가를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수신 금리차에 의해서 평가할 수 있다.
현재 수신(예금)금리는 연 3.6%인데 여신(대출)금리는 신용대출을 기준으로 할 때 평균 19% 수준이다. 이러한 여수신 금리차를 기업에 적용하는 경우 원가 36원짜리를 100원에 판매하는 것과 같으며 그 이윤율은 280%에 달한다.
이를 현재 원부자재 가격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기업들과 출혈수출을 감내하고 있는 수출업체들과 비교할 때 천문학적 폭리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은행들이 그 동안의 카드부실 채무와 공적자금의 상환과 리스크 대비를 위해 이윤을 적립해야 할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해도 지나친 이윤율이다.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여유자금이 낮은 수신금리에도 불구하고 은행예금으로 몰리고 있는 상활에서 높은 여신금리를 유지함으로써 막대한 이윤을 챙기고 있다. 실제로 19개 국내은행의 올 상반기 당기 순이익은 전년도 상반기에 비해 무려 389%가 증가한 3조5천8백원으로 사상 최대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국가경제의 모든 부문이 불황에 따른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데 은행권만이 배를 두드리고 있는 형국이다.
얼마 전에 정부와 한국은행은 여신금리 인하를 통해서 내수와 투자를 진작시키기 위해 정부는 일년 국가예산에 해당에 150조 이상을 공적자금으로 지원했었으며 이중 회수가 불가능한 49조는 정부와 국민들의 부담을 떠맡게 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은행들은 국민경제에 기여하기는커녕 자금의 중개기능이라는 본래의 역할에서 벗어나 자신의 배를 불리는데 급급하고 있다. 이러한 은행들의 이기적인 행태는 도덕성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더 나아가서는 국민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다.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국가경제에 기여하지 못한다면 정부가 정책적 개입을 해서라도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 현 상황에 정부의 역할은 몇 조의 정부지출을 늘리는 것보다도 금융권이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해야 한다.
관계법령이나 금융정책을 통해서 강제적으로라도 금리를 낮추어야 한다. 정부여당은 비등한 반대여론을 무시하고 행정수도 이전과 국보법 폐지를 추진하는 뚝심은 어디 갔는지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을 수 없다.
국내은행들은 이미 수신금리를 외국은행보다 더 낮은 3.6%로 인하했기 때문에 여신금리도 외국은행 수준인 5%에서 7%수준으로 즉각 인하해야 한다.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하지 않은 경우 정부의 강력한 제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대폭적인 여신금리 인하만이 은행의 도덕성과 자금중개 기능을 회복할 수 있으며 현재의 경제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