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1월 마지막주 금요일 새벽 태백산 출사 번개를 맞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서둘러 집을 나섰다. 새벽 일출을 보고 하산하는 분들일까. 드문드문 한 두 명씩 내려오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우리 일행들도 털모자와 아이젠으로 준비를 하고 눈이 하얗게 쌓인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뽀드득 뽀드득 눈 밟는 소리 말고는 적막에 휩싸여 일행들을 뒤로하고 먼저 오르기 시작한 나는 이대로 끝도 없이 한 걸음 한 걸음 오를 수 있을 것 같은 알 수 없는 평화와 상쾌함이 가득했다.
정상 가까이 오니 파란하늘과 잔나무 가지에 아침 습기가 얼어붙은 하얀 상고대가 눈부시게 아름답고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은 태백산 바람에 온몸을 내맡기고 한쪽으로 쓰러지기 직전이다.
태백산 정상의 천제단에 불어대는 세찬 바람에 속눈썹까지 하얗게 얼음이 맺혀 눈을 깜박일 때 마다 서로 달라붙어 눈을 뜨기 힘들다. 두꺼운 장갑을 꼈지만 찬바람에 손끝이 시려오는데 카메라 배터리는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몇 장 찍지 못하고 갈아 끼워줘야 했다.
멀리 보이는 사방에 넘실대는 산자락을 바라보며 모진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긴 세월 버텨내고 있는 죽은 건지 산건지도 모를 고사목은 그래서 모양새가 저렇게 희귀해 졌나보다.
하산길에 장갑도 끼지 않고 제대로 갖춰 입지 않은 젊은 학생들의 복장에 걱정이 되어 주머니 속에 있던 손난로를 건네주었다. 태백산 칼바람을 생각하며 마음구석 어딘가에서 서서히 봄바람이 불기 시작한다면 너무 성급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