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미산 자락 아래로 제법 넓은 남한강이 펼쳐져 겨울이면 더러는 얼고 더러는 흐르며 해가 떠오르는 새벽. 푸르고 붉은 빛의 조화로 자연이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신륵사 강변의 정자를 배경으로 키가 큰 느티나무 마른가지는 솜옷을 입고 파란 하늘 배경으로 마디마디 하얀 손가락을 펴 보인다.
날이 밝아오며 강가에 상고대와 하얗게 피어오르는 물안개, 강물이 얼어 일자로 묶여있는 낚싯배가 경이로운 풍경으로 변할 즈음 카메라 배터리가 나가고 여유분까지 챙겨 오질 못했으니 다른 사람들이 신나게 사진을 찍을 때 망연자실 할 수밖에 없었던 작년 겨울의 아쉬움을 달래려 1월이 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새벽 5시 동호회 사람들에게는 말도 하지 않고 혼자만의 작품을 꿈꾸며 여주로 향했다.
신륵사 주차장은 한산했고 강가에 묶여있던 낚싯배도 작년의 운치와는 전혀 다르게 뒤엉켜 놓았다. 4대강 공사인지는 모르지만 둑을 쌓아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고 강가에 흙은 파헤쳐져 자연의 편안함이 사라진 듯, 더군다나 물안개도 약하고 제일 기대했던 상고대는 아직은 아니라고 까맣고 가느다란 잔가지들만 무성하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아직 올겨울은 많이 남아있고 내게는 열정이 있으니…. 그리고 이웃과의 소통과 정보의 중요성을 깨달았으면 좋은 사진보다 더 큰 것을 얻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