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빠가 그냥 좋아서 만나는데 요즘 들어서 오빠를 만나기가 너무 두려워요. 왜냐하면 저를 보면 자꾸 손목을 잡으려 하고, 안으려고 하거든요. 오빠의 다정하고 순수한 모습이 좋아 만났는데 이젠 만나지 말아야 하나요?"
어느날 나의 자녀가 이런 고민을 조심스럽게 털어놨다고 가정해 보자. 모르긴 해도 열에 아 홉은, "벌써부터 무슨 남자친구야! 만나지", "그 녀석 나쁜 놈이잖아!", "네가 어떻게 행동을 했기에 그 모양이냐.",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벌써부터 어른 흉내나 내고"라며 흥분할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렇게 말하는 순간 자녀의 성교육 기회는 사라지고 만다. 꼭 이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라면 부모는 두 가지 점을 분명하게 얘기해줘야 한다.
첫째, 자신이 오빠를 좋아한다는 우정과 오빠가 나를 이성으로 원하고 있다는 사랑의 개념을 먼저 설명해 혼동을 극복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런 다음 학교나 가까이 지내는 남자, 여자 친구들을 비유해 우정은 서로에 대한 신뢰성과 공유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그리고 사랑은 아빠와 엄마처럼 서로에 대한 독점성과 책임감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대화로써 일깨워 줘야 한다.
때문에 오빠가 나를 좋아하는 감정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여 우정을 나누는 친구의 자세와 사랑을 나누는 이성의 자세 중 자녀가 판단하도록 조언을 해주는 게 부모가 해야 할 일이다.
둘째, 남녀가 느끼는 성의식의 차이를 분명하게 구별해 줄 필요가 있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나타나는 성의식의 차이는 크게 세 가지로 구별된다.
1) 남자는 시각과 접촉에 의해서 성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여자는 느낌과 분위기로 이해하려고 한다. 2) 남자는 성에 대해 공격적이고 충동적인 경향이 있지만, 여자는 소극적이고 인내하는 경향이 강하다. 3) 남자는 이성과 하나가 되기를 좋아하지만, 여자는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이런 남녀간의 심리적 차이를 부모가 제대로 이해시켰다면 위 사례의 경우 자녀 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나름으로 판단이 설 것이고, 이성을 대하는 태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올 것이다.
성교육은 동성간에 시켜야 한다는 부모의 잘못된 생각으로 딸아이의 성교육에 아빠가 참여 하지 않는다거나 아들의 성교육에 엄마가 참여하지 않는다면, 어쩌면 왜곡된 성의식을 심어 줄 수도 있다. 딸아이가 초경을 경험할 때 아버지가 숙녀가 된 것을 축하하며 여성으로서 지녀야 할 여러 가지 행동에 대해서 이야기한다거나, 아들이 몽정을 시작할 때 엄마가 성인이 된 것을 축하하며 조심해야 할 여러 가지를 가르치는 교육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부모가 자녀와 자리를 같이하여 성문제와 관련된 각각의 경우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문제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지도하는 것은 성교육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렇다면 성교육과 관련해서 부모가 지니고 있어야 할 기본적인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
첫째, 성적 주체성을 가져야 한다. 성적으로 남성과 여성이 다르다는 것과 그 차 이에 따른 역할을 구분하는 구체적인 자아 인식이 필요하다.
둘째, 성역할을 알아야 한다. 남성다움이나 여성다움을 유지하는 자세를 어떻게 지녀야 남성과 여성의 장점이 잘 표현되는지 이해해야 한다. 이 부분은 자녀들의 의상과 연결시키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70년대 여성의 의상은 오른쪽이 왼쪽 위로 올라가 남녀 의상이 분명하게 구별되는 양성모델(bi-sex model)이었다. 그런데 산업화와 더불어 이 추세가 남녀가 같은 옷을 입는 동성모델(uni-sex model)로 바뀌었다가 이제는 남성과 여성의 장점을 종합한 성구분 없는 모델 (genderless model)로 남녀의 역할 구분이 붕괴되는 추세로 변했다. 이런 점은 성역할이 어떻게든 구분되어야 함을 말해 주고 있다.
셋째, 성 가치에 대한 이중성이 극복되어야 한다. 자신은 성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동을 해도 괜찮다는 관대한 입장을 지니고 있으면서, 자녀의 문제는 엄격하게 적용하려는 자세가 고쳐 져야 자신과 자녀의 행동을 같은 시각으로 분석할 수 있다.
넷째, 사람의 매력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요구된다. 감각시대가 되면서 매력을 외적으로 강조하려는 풍조가 있지만 진정한 인간의 매력에는 성적 매력뿐만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세계 에서 나타나는 마음의 매력도 강조되어야 한다.
끝으로 성문제에 대한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자세가 필요하다.
더 이상 성은 소극적이 거나 숨어서 배울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교육 행위를 통해서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해야 한다. 부모가 이러한 자세를 견지하면서 자녀와 성문제에 대해 언급할 때 지킬 몇 가지 유의할 점 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성교육을 실시할 때 모든 용어는 구체적이고 분명한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 애매모호 한 개념의 사용은 오히려 성적인 호기심만 자극시킨다.
둘째, 자녀들의 성의식 발달이 성적 혐오기를 거쳐서 연장자에 대한 동경, 이성에 대한 관심 그리고 사랑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내 자녀의 성의식 수준이 어느 단계 인지 확인한 다음 이에 알맞는 교육을 해야 한다.
셋째, 성교육을 실시할 때는 적극적으로 하나하나를 자세하게 이해시켜야 한다. 너 알지 혹은 알아서 해, 하는 식의 지도는 성에 대한 호기심만 유발시키기 때문에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은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그리고 성이란 것이 성숙한 어른이 되었을 때 사랑을 전제로 한 것이라면 이 세상 무엇보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생각을 심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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