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농심(農心)이 가득한 마을

47번 국도를 따라 이동갈비로 유명한 이동면에 다다르면 한북정맥과 영평천이 흐르는 사이로에 작은 시골 마을이 있다.

바로 연곡3리다.

도로변에 연곡3리라는 마을 표시가 무색할 정도로 집들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마을이다. 연곡3리를 100여년 전 누군가에 의해 ‘만가대(萬家臺)’라 불려졌는데 주민들에 따르면 “마을터가 1만명이 살 수 있을 정도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고 한다.

연곡3리를 6년간 이끌어온 토박이 이장 김승진(57)씨을 만났다.

이장을 오래한 비결이 있는냐는 질문에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다”며 “마을에 이장을 물려줄 젊은이들이 없어 오랫동안 맡고 있다”고 넋두리를 푼다.

연곡3리는 46가구 14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이다. 마을의 절반정도는 농업을 하고 나머지는 상업이나 직장생활을 하는 정도다.

김이장은 “전제 인구의 70%가량이 노인층으로 실질적인 생산력은 미약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마을 발전을 위한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농업진흥구역으로 묶여 있는 마을 대부분의 땅을 활용해 주5일 근무 등으로 각광받는 전원주택 등을 조성하고 싶다”며 “가능할지는 미지수지만 올해 겨울부터 구체적인 구상을 준비중이다”고 희망을 밝혀 보이기도 한다.

마을 소개 부탁에 그는 자랑스럽게 답한다. “범죄없는 마을, 농심(農心)이 살아있는 마을”이라는 것이다. 또 “부자도 가난한 자도 없는 평범함 자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연곡3리 뿐 아니라 연곡리 전체에는 모 군부대가 운영하고 있는 원평사격장 때문에 주민들의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30여년전 사격장이 처음 개설될 때부터 지켜본 김이장은 “폐쇄만이 방법이다”고 단호히 말한다. “인근 주민 모두가 힘을 합치고, 군부대와 지속적인 협의로 사격장 폐쇄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연곡3리는 김이장, 새마을지도자, 부녀회, 노인회장, 노인회 총무 등을 중심으로 개발위원회를 구성해 마을의 중요 사항을 결정한다.

김이장은 “오랫동안 마을에 살았다고 개인의견만 주장하지는 않는다”며 “자칫 보수적일 것 같은 마을 이지만 모든 사안은 민주적으로 처리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이루어 낸 사업이 마을 진입로 확장과 농로개설, 하수도 정비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마을의 한 가운데, 김이장 집의 마당에는 70여년 된 아름드리 밤나무가 마을의 수호신처럼 버티고 서있다.

김이장은 “여름엔 마을사람들의 쉼터이자 잔치, 회의장소 제공 등 큰 의지가 된다”며 이 곳이 더 크게 활용될 수 있도록 내일의 연곡3리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