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짜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까요? 겉으로 아니면 체면치레로 '공짜를 싫어한다.'라고 말할 수 있겠으나 속내는 다 공짜 좋아하는 것 아닌가요? 그러고 보니 세상에, 공짜가 진짜인 줄 착각하면서 이것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나 봐요. "나 말이야 공짜! 너무너무 좋아해!" 이렇게 솔직하게 표현하면 어디 체면이라도 깎이나요? "세상에는 공짜는 없다." 그럼요, 그렇고 말고요, 오로지 ‘Give and Take, 만이 존재할 뿐이지요.
이렇게 말하면 예쁜가요? 이 논리도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고 딱딱해서 싫어요. 공짜는 가치 기준과 명분, 그리고 용도에 따라서 다양한 답이 나올 수도 있겠지요. 나 또한, 이 논리에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외다. 이 논리는 어디에다 붙여도 말은 되겠지만 말이에요.
지금, 고령화는 환경문제와 함께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어요. 저 출산, 고령화 인구 증가는 국가 장래에 걱정거리임에는 틀림이 없어요. 아무튼, 장수하는 것도 죄가 되는 세상이라니 큰일이에요. 이런 것들을 아무런 대책 없이 오랫동안 방치하거나 개선책을 모색하지 않으면 멀지 않아 국가적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 빤하잖아요? 이것은 알고 보면 공짜와 연관성이 있는 문제이기도 해요. 노동인구가 노동력이 없는 고령 인구를 먹여 살려야 하기 때문인데요, 저 출산은 노동인구 감소로 이어져 생산성을 보장받을 수가 없기에, 그러면 생산성 저하로 사회 전반에 걸쳐 양질의 삶을 누릴 수가 없어요. 그리고 젊은 실업 인구 증가도 큰 골칫거리이기도 해요.
오늘 아침 출근 버스 안에서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어요. U 시에서 동대문까지 운행하는 버스는 도봉산역 정류장에 정차하여 승객을 태우고 있었어요. 나도 가끔 이 노선 버스로 출근을 하는데 그때마다 느끼는 것은 콩나물시루처럼 초만원이라는 사실이에요. 어쩌다가 좌석에 앉으면 그때는 정말 재수 좋은 날이에요. 이 노선으로 운행하는 버스는 승객의 편리를 위한 서비스가 많이 개선되었고, 기사 아저씨들도 매우 친절하다는 소문이 나있답니다. 뒷문으로는 승객이 내리고 앞문으로는 승객이 우르르 올라탔어요. 잠시 후 기사 아저씨는 운전석에서 승객 쪽으로 얼굴을 돌리면서 큰소리로 포문을 열었어요. "요금을 내지 않고 타시면 어떻게 해요!" "어르신들은 국가에서 교통비를 지원받잖아요!" "한두 명도 아니고 열 명이나, 이러면 안 되죠." 하면서 요금을 낼 것을 요구한다.
그때 힐끔 통로를 쳐다보니 70대쯤 보이는 남녀 노인들이 열 명 남짓 버스 통로에 서 있었어요. 이들은 꿀 먹은 벙어리인 양 아무런 대꾸도 없다가 그중 한 노인이 미안했든지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어요. "한 번만 눈감아 주세요." 나는 요금 문제로 기사가 강하게 나올 줄 알고서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는데요, 기사 아저씨는 “카메라에 다 찍히기 때문에 할아버지들 때문에 회사에 시말서 써야 돼요.”라고 투덜대면서 다음 정류장을 향해 달렸어요.
노인들의 이런 행동을 보고 웃음이 나와서 혼났어요. 방학동 정류장에서 그 노인들은 고맙다는 말 한 마디 없이 조용히 버스에서 내려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데 그때 횡단보도는 붉은 신호등이 켜진 상태였어요. 버스승객들은 노인들을 쳐다보면서 수군거렸어요. “저러니 노인들이 욕이나 얻어먹지.” 안 그래도 세대 간 갈등으로 대화가 단절되고 늙은이와 젊은이 간에 불신의 골이 깊어만 가는데 이런 광경을 목격하고 그 노인들에게 과연 “누가 존경과 노인 대접을 해줄까요.”라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갔어요. 이번 일을 다 나쁘게 비난할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영 찜찜했어요.
아내에게 오늘 아침, 출근 버스 안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니 아내는 재미있는 이야기라면서 조잘대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엄마도 이런 행동을 하실까?" 하면서 다음에 꼭 장모님께 여쭤보겠단다. 장모님은 평소 하시는 언행으로 봐서는 저런 행동을 할 분은 아닌데 몰라요, 여럿이 모이다 보면 군중심리로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요. 세상에는 나이에 상관없이 꼴값을 떨고 있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띄는데요.
이번 일도 그냥 가볍게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기사 아저씨의 현명한 처신 덕분이라 여기고 있어요. 고마운 기사 아저씨에게 빙그레 미소를 보냈어요. 세상에는 하잘 것 없는 작은 것 하나라도 공짜는 없어요. 다만, 공짜로 보일 뿐이에요. 공짜도 알고 보면 유형, 무형의 대가가 어딘가에 숨어있나 봐요. 누구나 정당한 대우나 대접을 받고 싶으면 최소한 기본상식에서 벗어나는 행위는 절대로 하지 말아야지요.
이것 또한 삶의 공동체에서 공짜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착시현상이지만 이 현상의 대상에는 그 노인들뿐만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들 모두를 포함하고 있어요. 연일 뉴스 기삿거리로써 충격적인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여중생 학교 내 성폭행 사건”에 비한다면 가벼운 이야기일 수도 있어요. 그 노인들을 동정심 아니면 비난의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좋을지 걱정스럽기도 하고요, 그냥 웃음이 나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