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이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사회의 양극화가 빚어낸 사회적 갈등이며 비극이다. 한창 사회를 위해서 일해야 할 나이에 직업도 없이 빈둥거리는 신세가 되어보면 그 분노를 이해할 수 있다. 성공하기 위해서 이런 저런 스펙을 쌓으면 된다고 해서 이를 악물고 공부를 했지만 그것이 헛물에 가깝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얼마나 울화가 치밀겠는가.
이들과는 대조적으로 불과 몇 퍼센트에 해당하는 자들이 각종 브랜드로 온몸을 휘감고 다니며 주가를 조작하여 단 시간에 수천억을 벌었다는 자들이나,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세금은 내지 않으려고 안간 힘을 쓰는 자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국민일까. 먹고 살 것이 막막해서 하늘만 쳐다보고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피부 관리에 1억씩 지불하는 자들이 정치를 한다니 참으로 소가 웃을 일이다. 이것이 그토록 귀중하다는 자유민주주의의 진면목인가. 아니면 민주주의의 표상인가. 아마도 그러지 않으리라 자위하고 싶다.
지금 정부 여당은 한미 FTA를 하루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고 야단이다. 이것이 한국 경제의 요술 방망이나 되는 양 이것으로 인해 손해를 보거나 지금의 생업을 접어야할 농민, 축산업 관계자, 일부 미국 강세 업종에 대한 보상책이나 양국 간 불평등 요소에 대한 국민적 토론도 없이 밀어붙일 태세이다. 물론 일부 대기업 부문에서 이익을 볼 수 있는 요소도 많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한미 FTA는 이익을 보는 영역보다 손해를 보는 영역에 대해 충분히 보상할 법규나 시스템을 갖추고 국민을 설득한 뒤 체결해도 되는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미국 의회가 통과시켰으니까 우리도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종속적 태도는 통치자나 의회가 취해야할 자세는 결코 아닌 것이다.
강자는 이것으로 인해 본인들에게 큰 이익이 온다고 생각하면 손해를 볼 약자에 대해 한번 생각해야 맞는 도리이다. 지금 정부 여당은 강자 입장만 생각하고 약자들의 암담한 처지는 무시하며 강행하려든다면 잠깐 하늘을 우러러 보고 물어보라. 국민을 하늘처럼 떠받들겠다고 다짐했던 약속은 다 어디가고 자신들을 지지하는 소수 부자들을 위해서 이런 무리수를 두어야 하는지 말이다.
성경에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란 자신의 욕심을 내려놓고 남을 위해서 배려할 줄 아는 자를 일컫는다. 혹시 가난한 자는 복이 있으니 영원히 가난하게 살아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이기적인 오해는 머릿속에서 삭제해주었으면 한다.
이제 가을도 마무리를 하려고 낙엽들이 분주하게 바람 따라 춤추는 계절이다. 오늘도 집도 없이 방황하며 노숙을 하는 사람들이 겨우살이에 한숨을 길게 쉬고 있다. 권력이나 강자들은 이들의 아픔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도록 최선을 다해야할 것이다. FTA 체결을 앞두고 낙담하는 계층들을 우리 사회의 불만세력을 몰아세워서는 안 되듯이 노숙자들을 단지 도시의 미관을 해치는 처치 곤란한 존재들로만 여겨서는 안된다. 그들은 단지 신자유주의의 생존경쟁에서 밀려난 약자일 따름이다.
김사인 시인은 노숙자들에게 대한 육화된 연민과 아픔을 시로 표현하고 있다. 시인은 노숙자들의 몸을 자신의 몸과 동일시하고자 한다. 만약에 권력자들이 추운 밤 지하도 어딘가에 눅눅한 판지를 깔고 누워있는 처량한 노숙자의 몸이 자신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하였을까. 밀리고 밀려서 이런 초라한 곳이 아니고서는 세상의 비인간적인 화살에 온 몸이 상처투성이인 그들의 몸을 기댈 곳이 없는데, 그들을 쓰레기처럼 내다버리고 싶겠는가. 참으로 깊게 반성해볼 일이다.
김사인 시인은 자신이 누리고 있는 나름의 안락이 그들을 희생으로 이루어졌다는 깊은 인도주의적 자책감을 “노숙”에서 보여준다. 너무 쉽게 FTA를 끝내려고 하는 정부 여당은 시인의 목소리에 조용히 귀를 기우릴 시간을 가져보기 바란다.
헌 신문지 같은 옷가지들 벗기고 눅눅한 요위에 너를 날것으로 뉘고 내려다본다 생기 잃고 옹이진 손과 발이여 가는 팔다리 갈비뼈 자리들이 지쳐보이는구나 미안하다 너를 부려 먹이를 얻고 여자를 안아 집을 이루었으나 남은 것은 진땀과 악몽의 길뿐이다 또다시 낯선 땅 후미진 구석에 순한 너를 뉘었으니 어찌하랴 좋은 날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만 네 노고의 헐한 삯마저 치를 길 아득하다 차라리 이대로 너를 재워둔 채 가만히 떠날까도 싶어 네게 묻는다 어떤가 몸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