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중국과 일본, 동남아를 중심으로 인기를 누리던 한류가 요즘 K-팝의 인기에 힘입어 이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모양새이다. K-팝의 인기는 유럽 쪽에서 작은 폭발을 일으키는가 했더니 미국, 러시아, 중동, 중남미에서까지 인기를 얻으면서 가히 전 세계적으로 파급되는 양상이다.
빌보드 차트에 J-팝은 있었으나 K-팝이란 장르가 등장한 것이 그 인기의 정도를 가늠케 한다. 불과 10여 년 전 1990년대 말의 중국에서 한류(寒流)라는,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의 조어(造語)로 시작되어 2000년 무렵 한류(韓流)로 생성된 어휘가 이제 전 세계적으로 호명되고 있으니 우리 스스로도 놀랍고 신기할 정도이다.
1990년대 까지만 해도 문화수입국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던 한국이 문화수출국의 자리에 이르렀으니 그야말로 금석지감을 금할 수 없다. 동방신기 유노윤호의 일본팬들은 그의 생일을 맞아 성금을 모아 유노윤호의 고향인 광주의 사회복지시설에 기탁하기도 했다 하고 그의 홍보를 스스로 맡아서 할 정도라 하니 정말 놀라운 열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류의 파급 현상은 대중문화뿐만 아니라 신경숙이 쓴 엄마를 부탁해와 같은 순문예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신경숙의 소설은 초판 10만부 인쇄 이후 6개월 동안 다시 9쇄를 찍어내고 전자책도 3만부 이상 팔려서, 이 책을 편집한 로빈 데서(Robin Desser)조차 이런 현상은 자기로서도 처음 겪는 현상이라며 놀라워 할 정도이고 이 편집자의 소속사인 미국의 유명출판사인 크노프(Knopf)에서도 드문 현상이라 하니 대중문화와 순수문화 양쪽에서 한국문화의 성가(聲價)가 높아지고 있음이 확인된다.
한류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데 대하여는 여러 분석들이 이미 있어 왔다. 먼저 한국 사회가 탈근대화 되면서 문화 중시의 토양 위에 개인화된 주체의식이 더해진 창의적 개성들이 심미안의 다양성을 갖추게 된 글로벌 시대를 만난 데서 그 일차적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근대 문화가 서구, 특히 미국 문화에 큰 영향을 받으면서 형성되다가 정치·경제·사회 측면에서의 근대화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수행된 데 힘입어 기호와 심미안의 다양성을 결과하였고 마침 문화 분야에서의 세계적 요구 또한 그러하여 한류가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문화의 트랜스 내셔널 현상의 태동, 특히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해진 글로벌 시대의 도래와, 세계인이 실시간으로 접속하여 실용적 정보와 문화적 유희를 쌍방향으로 소통케 한 인터넷의 출현에 힘입은 바 크다. 요즘 K-팝의 전 세계적 확산도 유튜브라는 인터넷 툴을 통해서 가능했던 것이 이를 입증한다.
이러한 사회문화적 배경 측면의 분석도 일리 있는 것이지만 필자가 보기에 한류의 오늘과 같은 부상은 한국인들의 ‘잘 노는’ 기질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인들이 ‘잘 논다’고 하는 것은 일찍이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서 “동이족들은 음주가무를 좋아한다”는 기록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우리 한민족의 조상이 되는 고구려, 옥저 예, 삼한 등을 고대의 중국인들은 중화적 시각에서 동이(東夷)족들이라 불렀던 바, 우리 조상들의 특징으로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기를 좋아하는 것으로 기술 한 것은 이러한 특징이 그만큼 인상적이었다는 것일 터이다.
한국인들의 이러한 기질적 특성은 요즘에도 쉽게 증명될 수 있으니 한국의 술 소비량이 세계 13위라든지, 우리 한국인들이 한 잔 하고 나면 필수 코스처럼 들르는 곳이 노래방이란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한국인들이 이처럼 잘 놀고, 놀기 좋아한다는 것은 한때는 게으른 심성의 소산으로 인식되기도 했으나 현대그룹의 창업자인 정주영 회장이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 한다는 칭찬을 한 이후 긍정적 자질로 평가되는 요소가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측면에서 잘 노는 것이 평가될 것이 아니라, 논다는 것은 인간을 ‘유희하는 존재―호모 루덴스(Ludens)’로 정의한 문화인류학자 호이징하에 의하면 문화예술을 생산하는 근원적 에너지이므로 잘 논다는 것은 문화예술에 적합한 자질을 지녔다는 표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더구나 문화예술은 그것이 사람에게 위로와 휴식을 줄 뿐만 아니라 세계를 새롭게 질서지우고 재창조하는 기능을 가진 것이니 바로 이러한 한국인의 자질 혹은 기질이 오늘날 한류의 부상을 가져온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
한류가 부각되기 시작한 지 이제 10년 정도가 지나는 시점이다. 아직 한류는 시작인 것이다. 마치 새로 자라는 싹을 키우는 것처럼 세심하게 돌보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온갖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또 세계인을 상대로 하는 만큼 한류가 부상한다고 으스댈 일은 아니고 국민 누구나가 오히려 겸양해야 하고 한국만의 고유한 특성을 세계적인 것으로 키우도록 애써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포천에서 내세울 수 있는 한류는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된다는, 이른바 글로컬화(glocalization)를 생각하면 포천도 한국의 고유한 특성을 이루는 세부 특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직 이는 뚜렷해 보이지 않는데 지역의 학자와 문화인들이 분발하여 연구해야 할 대목이다.
이를 위해서는 포천시 당국이나 시의원들도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내년의 포천 시정 10대 목표에는 이러한 관심이 크게 반영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아 아쉽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