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모임 친구들과의 두 번째 여행이다. 차 두 대로 강화 석모도를 가기로 하고 시동을 거는데 띠리릭 띠리릭… 배터리가 나갔다. 조금 늦은 친구에게 시간 딱딱 못 맞추고 늦게 온다고 타박했더니 오히려 내가 민망하게 돼버렸다.
보험사에 연락하여 새 배터리 교환하는데 한 시간이 걸렸다. 고속도로에서 이랬으면 큰일 날 뻔 했는데 다행이라고 친구들이 오히려 위로를 한다.
외포리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던져주며 석모도에 도착, 석모도에서도 제일 끝에 있는 상리 산자락 밑에 예약한 펜션에 도착하니 이미 날은 어두워지고 배고파 쓰러질 지경이 되어버린 우리는 어찌나 급하게 저녁을 먹었던지 두 명이나 급체를 하여 손가락에 피를 내고 등을 두드려주고 그래도 날이 새는지 모르게 이야기꽃을 피운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게 곯아 떨어졌는데 “의리 없이 자러왔냐? 이제 우리도 자자” 하는 소리에 잠이 깨어보니 새벽 다섯 시, 친구들 잠든 새 살그머니 밖으로 나왔다. 아직 동이 트기 전 하늘엔 수많은 별들이 펼쳐져 있다. 장노출을 하고 동이 틀 때까지 시도를 해보지만 깜깜한 밤하늘만 찍힐 뿐, 별은 화면 안에 들어오질 않는다.
넓은 평야에는 질서정연하게 베어놓은 벼에 아침햇살이 감돌고 둑을 넘어서니 끝도 없는 갯벌에 빨간색 칠면초가 펼쳐져있다. 상쾌한 아침공기는 머릿속까지 맑게 하고 시간이 얼마나 흐르는 지도 모르게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고 있을 때 아침 먹으라는 전화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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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 작은 마당에는 백일홍이며 하양 노랑 국화꽃들이 10월의 끝자락에도 싱싱하게 피어있다. 따뜻한 햇살에 날개를 말린 나비들이 바쁘게 날아다니며 꿀을 빤다. 아침 준비하는 친구들을 모른 체 하고 꽃밭에 쭈그려 앉아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 나를 한 친구가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미순아. 왜 똑같은 걸 자꾸 찍어?” 하며 가지에 매달린 감을 내밀어 찍으라 한다.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주인 몰래 따느라 가슴이 떨렸다며 따온 감을 건성으로 두 번 찍고는 다시 나비들과 놀기에 바빴다.
백일홍에 앉아있는 나비를 수십 장 찍었다. 그중에 나비의 모습이 예쁘고 초점이 맞아 맘에 들게 찍힌 사진을 골라야 한다. 나중에 그 친구에게 나비 사진을 한 장 선물하며 그때 하지 못한 대답을 해줘야 할 것 같다.
보문사에 들러 여행을 마무리 하고 돌아오는 길, 배를 타기위해 두 시간이 넘게 기다리는 일만 아니라면 하얀 눈 내리는 겨울 다시 찾아가보고 싶은데 왜 강화에서 석모도 가는 다리를 놓지 않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