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지도는 우리의 자녀를 행복한 개인으로 그리고 활동적인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하는 데 직접적인 관련이 있어 부모들이 특히 관심을 지녀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실제로 부모 입장 에서 보면 직업평론가도 아니고 미래를 투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자녀에게 딱히 이러한 학과에 입학해서 공부해 보라고 하기도 어렵다. 매년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고 또 내가 선택한 직업이 그때까지 가치를 지닐지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가 없다.
‘우리 아이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잘 몰라서 적성검사를 실시 했는데 문과보다는 이과에 적성이 맞다고 나왔습니다. 다행히 아이가 공학자가 되고 싶다고 하는데 수학을 잘 못 해서 걱정입니다. 그렇다고 또 선뜻 결정을 내릴 수도 없구요. 어떤 것이 올바른 진로지도인지요’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이과가 적성에 맞음에도 불구하고 수학 때문에 선택을 못하고 있다는 것은 생각해 볼 일이다. 평소 부모가 자녀를 좀더 체계적으로 분석해 보지 못한 탓이다. 많은 가정에서 위와 같은 문제에 부딪히 고는 있지만 실제로 계열을 나눌 때는 거의 이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대학에 입학해서도 학과목이 적성에 맞지 않아 갈등하는 경우를 겪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부모는 평소 자녀의 삶을 조심스럽게 살피는 일이 필요하다. 필자가 상담실에서 진로 문제를 상담할 때 꼭 질문하는 것이 부모가 가정에서 진로교육을 어떻게 시키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진로지도는 평소의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야 하는 것이지 특별한 강의나 검사에 의해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는 구체적인 진로를 선택하게 하거나 기능훈련을 강조해서는 안되고, 사회 환경과 각 직업의 사회적 공헌도를 인식하게 만드는 정도면 된다. 바로 부모 주변에 있는 다양한 직업세계를 자녀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면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이 시기에 적용할 구체적 프로그램으로는 ‘우리 가족 진로 소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 램은 친한 부모들끼리 5~7명 단위로 소집단을 구성해서, 한 달에 한 번씩 토요일 오후에 아버지가 그 소집단의 자녀를 직장에 초대 해 아버지의 직업은 물론 관련된 직업들에 대해 설명해 주고 대화를 나누는 방법이다. 이 프로그램은 자녀들에게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접하게 하고 건전한 또래 문화를 발달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학교 단계에서는 직업에 대한 인식을 기초로 해서 관심이 있는 직업군에 대해 실제적 경험을 통하여 탐색하게 하는 단계이다. 이 시기는 직업을 구체적 이해와 실제로 직업 세계를 몸으로 체험하는 두 단계로 나뉘어진다. 직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부모와 자녀가 해야 할 일은 실제 생활에서 그 분야와 관련된 일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일이다. 흔히 자녀들이 특정 분야에 얼마나 흥미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검사를 많이 받는 편인데, 그것과 병행하여 부모는 아이가 공부시간과 놀이시간을 제외하고 어떤 활동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지 분석해야 한다.
가령 스포츠, 예술, 과학 중 어느 분야에 자녀가 관심을 두고 있는지 지켜보았다가 도움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설책을 읽는데 SF분야에 특별한 흥미가 있다거나, 미생물학 분야에 흥미를 느껴 그 분야의 책을 읽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든지, 또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경우라면, 단순히 오락 프로그램에 재미를 느낀다는 식이 아니라 국사분야의 다큐멘타리를 눈여겨 보는지, 시사 프로그램을 흥미있게 보는지 항상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한다. 이러한 초보적인 지식도 없이 코끼리의 코만 만져보고 코끼리의 전부를 아는 척하는 것과 같다.
실제 직업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활동은 또래 친구들끼리 부모가 추천해 주는 분을 방문해서 그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듣도록 해준다. 이때 부모들은 과연 어떻게 본보기가 될만한 사람을 추천할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같은 또래의 부모들끼리 모여서 정보를 교환 하다보면 의외로 쉽게 많은 사람을 만날 기회를 제공해 줄 수도 있다. 그리고 이것이 불가능하면 공신력이 있는 사회단체에서 행하는 진로캠프에 참여시켜 다양한 세계를 접하게 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이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서 자녀들은 ‘어떤 분야가 나에게 적합하겠구나’라고 막연했던 진로에 대해 좀더 생각을 좁힐 수 있다.
고등학교 단계는 구체적으로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의 직업군을 준비하는 초보적인 직업훈련 단계다. 자녀들이 이 시기에 이르면 이제 구체적으로 어떤 전공과 직업을 선택하느냐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이쯤 되면 부모는 자녀들에게 200여 개에 이르는 대학의 학과와 발전적인 직업군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서 전달해 주어야 한다. 자녀에게 기존의 어떠어떠한 직업은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다는 식의 지도보다는 앞으로 촉망받는 분야를 소개하거나 미래지향적 정보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이 시기에 부모의 역할은 신문이나 잡지 그리고 정확한 최신 정보를 자녀들에게 가져다 주는 것과, 그 분야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진솔하게 나누는 것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자녀의 진로는 부모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토론하면서 자녀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제일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가질 만한 고민은 진로를 결정하기 위해서 부모와 본인이 고려해야 할 요소로 어떤 것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부모들은 자녀의 학교 성적, 적성, 직업의 장래성으로 자녀의 진로를 결정하려고 든다. 자녀가 무엇을 하고 싶어 하고, 지금까지 그 일과 관련해서 어떠한 일들이 있어 왔는지 그리고 평소 진로문제와 관련해서 주의 사람들에게 어떠한 도움을 받고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자녀들이 진로문제에 관심을 지니게 되면 우선 성적, 적성, 직업 흥미 그리고 선택하고자 하는 직업분야에 대한 관심과 정보를 조심스럽게 분석해 줄 필요가 있다.
이쯤 되면 부모의 입에서 이것은 전문가나 할 수 있는 일이지 부모가 어떻게 할 수 있느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부모가 내린 선택을 자녀에게 떠맡기 기보다는 정보를 함께 나누면서 ‘나는 잘 모르지만 자료를 보니까 이런 분야가 있는데 한번 생각해 보라’고 한다면 자녀의 진로지도에 있어서 이것으로 부모의 역할은 충분하다. 진로지도라고 해서 획기적인 지도방법이 있는 게 아니다. 부모가 주도면밀하게 관찰하고, 정확한 정보를 참고한다면 자녀의 진로지도는 그리 까다롭지도 어렵지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