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와 함께 조선초기 문화를 이룩하는데 크게 기여한 조선초기의 공신인 맹사성(孟思誠, 1360~1438)은 고려의 신하인 맹희도 아들이다. 맹희도는 이성계가 조선을 세우는데 반대해 온양으로 귀향을 하게 되었다. 그의 아들 젊은 맹사성은 재능은 있지만 그 재능을 쓸 수 없었고 출세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들이 학문을 하는 것을 금했기 때문에 청년초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이를 극복하고 열아홉의 어린 나이에 장원 급제를 하고 스무 살에 경기도 파주 군수가 된 맹사성은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어느 선사(禪師)를 찾아가 물었다.
"이 고을을 다스리는 사람으로서 내가 최고로 삼아야 할 좌우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러자 선사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고 한다. "나쁜 일을 하지 말고 착한 일을 많이 베푸시면 됩니다." 그러자 맹사성이 말했다. "그런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치인데 먼 길을 온 내게 해 줄 말이 고작 그것뿐이오?" 거만하게 말하며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러자 선사는 녹차나 한 잔 하고 가라며 그를 붙들었다. 맹사성은 못이기는 척 자리에 앉았다. 선사는 차를 가져와 찻잔에 찻물이 넘치도록 찻잔에 차를 따르고 있었다. "스님,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망칩니다." 맹사성이 소리쳤지만 스님은 계속 차를 따랐다. 그리고는 잔뜩 화가 나 있는 맹사성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선사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것은 알면서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
선사의 이 한마디에 맹사성은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붉어졌고 황급히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려다 문에 세게 부딪히고 말았다. 그러자 그 선사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습니다." 이 일이 계기가 되어 맹사성이 그렇게 훌륭한 문신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이 일화를 겸양지덕(謙讓之德)의 교훈으로 자주 인용한다. 겸양지덕이란 겸손할 겸(謙)/사양할 양(讓)/어조사 지(之)/덕 덕(德)으로 그 뜻은 “겸손한 태도로 양보하는 미덕을 일컫는 말”이다.
또한 논어에 보면 “太公(태공)이 曰(왈) 勿以貴己而賤人(물이귀이천인)하고 勿以自大而蔑小(물이자대이멸소)하고 勿以恃勇而輕敵(물이시용이경적)이니라”이라고 하였다. 이는 “자기 몸이 귀하다고 하여 남을 천하게 여기지 말고, 자기가 크다고 하여 남의 작은 것을 업신여기지 말고, 용맹을 믿고서 적을 가볍게 여기지 말지니라.”라는 뜻이다. 또한 성경구절에는 “그러나 더욱 큰 은혜를 주시나니 그러므로 일렀으되 하나님이 교만한 자를 물리치시고 겸손한 자에게 은혜를 주신다 하였느니라(야고보서 4:6)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와 같이 겸양의 미덕은 동서고금의 가르침인 것이다. 작금의 세상 흐름을 보노라면 작은 명예에, 그리고 자신의 위신 세우기에 급급하는지 모르겠다. 국가의 미래 동력인 청소년 비행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급속히 증가하여 그들의 영혼이 상처를 입어 가는데도 현실 집착적인 정책 책임자의 모습이나, 이것이 남의 일인냥 무관심 속에서 방관하는 이 사회의 지도층을 보면서 보다 겸손하고 자신의 역할을 다 할 수 없을까 생각해본다.
일반서민들은 그 생활 특성상 현실 지향적인 상황에 더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사회의 리더는 현실상황과 미래 상황을 같이 생각하는 혜안이 요구되는 것이다. 최근에 불거진 전국적인 정전문제와 제2금융권이라고 할 수 있는 저축은행들의 비리들을 보면서 우리의 정체성에 커다란 상처가 갔음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어려운 때일수록 국민들 앞에 겸허하며 솔직히 상황을 설명하면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 요구된다.현대의 정치지도자는 국민들 앞에 겸양의 미덕을 보이는 인물을 요구한다. 정치지도자 뿐만 아니라 오늘날 조직사회의 기본덕목은 겸손이 아닌가 생각한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겸허한 사람에게 더 호감이 가는 것은 오늘날의 세태가 자신만을 내세우는 시대이기 때문에 더 그러한 줄 모르겠다.
요사이 청소년들의 생활태도를 보면 자기 통제가 안 되고 생각나는 대로 행동하는 젊은이들이 많음은 사회적 문제가 된다고 본다. 자기의 욕구를 조절할 줄 알고 남을 배려할 수 있는 존재야말로 정말 호감 가는 인간성일 것이다. 이런 호감 가는 인간성의 소유자가 곧 사회에 봉사하고 국민을 섬기는 지도자의 기본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우리 자녀들을 남들에게서 호감을 느낄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자녀들에게 물려줄 가장 귀한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청소년들이 보다 절제할 수 있으며 남을 배려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때 그 사회는 서로 도우는 아름다운 사회를 거듭날 것이기 때문에 소망을 피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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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년 09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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