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시대 사상가 열자(列子)의 우화 중에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말이 나오는데, ‘간사한 꾀로 남을 속여 희롱함을 이르는 말’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는데, 그 내용을 알아보면 이렇다.
송나라 때에 저공이라는 원숭이를 잘 부리는 사람이 있었는데, 원숭이를 좋아하여 기르다 보니 그 수가 엄청나게 불어나게 되었다. 그래서 저공은 식구들이 먹는 것도 줄여가며 원숭이의 먹이를 채워주었으나 얼마 안가서 식량이 부족하게 되었다. 그는 할 수 없이 원숭이들의 먹이를 줄이기로 했다.
원숭이들과 대화가 통할 정도로 친했던 저공은 행여나 원숭이들이 주인의 말을 따르지 않을까 고민하던 차에, 원숭이들을 다 모아 놓고 이런 속임수를 쓰게 된다. “원숭이들아 오늘부터 너희들에게 도토리를 주는데 아침에 세 개를 주고 저녁에 네 개를 주면 만족하겠니?” 라고 하니 원숭이들이 성질을 내며 난리를 부렸다. 그래서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 “그렇다면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주면 만족하겠느냐?”라고 물으니 원숭이들이 모두 엎드려 기뻐하였다고 한다.
결국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나,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의 합은 모두 일곱 개로 숫자와 내용은 변함이 없는데, 잔꾀로 뭇사람을 농락하여 기쁘게 하기도 하고, 노하게 하기도 한다는 이야기다.
지난 7월 20일에 포천미래포럼(회장 김광우)과 소흘읍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이제승)는 소흘읍주민자치센터 강당에서 ‘고모루성 문화만들기’를 주제로 7월 콜로키엄 주제발표에서 “고모루성은 경기도문화재(기념물 제185호)로 지정, …고모루성이 포천에 있음을 크게 알리고 이에 대한 다양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고 평가하며, 고모루성 문화 만들기라는 이름으로 축제를 준비하려고 했다.
그러나 필자는 본지를 통하여, 세미나나 학회 형식의 발표회에서 기념물의 정확하지 않은 명칭이나 확인되지 않은 지명을 알고도 의도적으로 주제로 선택했다면 점과, 역사나 고고학 비전문가가 증명되지 않은 기념물의 명칭을 주제로 제시하였고, 지난 2001년 포천군이 용역비 2천8백만 원을 들여 단국대학교 매장문화재연구소와 포천군이 공동으로 발간한, “포천 고모리 산성 지표조사 보고서”를 근거로 고구려 고모루성이라는 설에 대하여 수습된 유물이나 아직 발굴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지표조사에서 고구려 관련 유물이 한 점도 발견되지 않은 점과, 역사적 기록도 취약하고 사용 시기도 명확하지 않은 고모리란 지명만으로 고모루와 연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제기한 바 있다.
그 후 포천시는 단국대학교에 관련자와의 확인 절차를 거쳐 ‘고모루성’이라는 명칭 사용은 논란이 있음을 인식하여 사용불가를 권고한 것으로 보이고, 그래서 “고모루성 문화만들기” 사업에 대한 공식적인 예산의 지원도 어려움을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포천미래포럼(회장 김광우)과 소흘읍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이제승) 그리고 소흘읍(읍장 장미환)을 공동위원장으로, 고모리 일대의 축제의 명칭은 ‘수목원 아트 페스티벌’로 바꾸었다가, 다시 ‘수목원 가는길 2011’로 이름을 바꾸어 축제를 긴급하게 추진하여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지난 16일 '수목원 가는길 2011 조직위원회'가 주최한 '고모루성 학술세미나'에서 서병국 전 대진대 사학과교수는 '고모루성의 위치 고찰'이라는 논문 발표를 통해 조심스럽게 주장했다는데, 학자의 발표와는 별도로 일부 언론에는 “고모리 산성이 고모루성이 맞다”는 보도를 내고, 개막행사에서는 시인도 아닌 소설가의 시낭송 ‘다시 태어나는 고모루성’을 발표하여 또 다시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내용을 정리해보면 ‘고모루성 축제’를 기획했다가, 명칭 사용에 논란이 있어 ‘수목원 아트페스티벌’로 다시 ‘수목원 가는길 2011’로 축제의 이름을 세 번씩이나 바꾼 것은 스스로 정체성의 오류를 인정한 것이다. 거기다가 다시 축제 프로그램 속에 “고모루성”을 등장시켜 순서 바꾸기를 통한 역사적 기록과 고고학적 증거가 미약한 주장을 반복한 것은, 검증되지 않은 문화재를 아전인수식으로 합리화 하려했다는 따가운 시선을 벗기도 어려울 것 같다.
이는 명칭과 내용은 전혀 달라진 것이 없는데, 그로 인하여 다른 이를 기쁘게도 하고 노하게도 했다는 ‘조삼모사’의 우화에서 저공이 숫자로 원숭이를 농락한 이야기나, 논란이 있는 축제의 명칭을 여러 번 바꾸면서 검증되지 않은 ‘고모루성이 맞다’고 주장하는 행사취지의 내면에는 너무도 유사한 점이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학자가 자신의 조심스런 주장을 하는 것과, 어려운 처지에 있는 소흘읍 일부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염두에 둔 것은 그나마 인정하고 싶다.
그러나 주민의 세금으로 권위 있는 고고학 전문 연구소에 용역을 의뢰하여, 지자체에 이름을 걸고 발표한 ‘포천 고모리 산성 지표조사 보고서’의 공신력을 뒤로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논란을 수습해야 할 소흘읍장이, 공인되지 않은 내용을 담은 민간단체의 축제공동위원장으로 참여한 것은 마치 심판이 선수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운동 경기에서 내가 친한 팀이 불리한 처지에 있다고 심판이 그 팀 선수로 뛴다면, 그 경기의 결과는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니 하는 말이다.
어쨌든 행사를 시작했으니 잘 마무리하기를 바라지만, 이번에 치러지는 축제는 시기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있는 주민의 정서를 뒤로하고, 문화라는 포장으로 공인되지 않은 내용을 너무 강하게 비약한 것이나, 여러 번 이름을 고치면서 무리하게 축제를 추진하려 했다는 것에 대한 따가운 시선도 있다는 것을 관계자들은 참고하기 바란다.
이희용 / 광릉 숲 시인, 연극인, 칼럼니스트, 한국스카우트 경기북부연맹 감사, 전 경기도예총부회장, 포천시지역사회복지협의체 초대위원장, 포천시 수능시험장 유치추진위원장, 포천신문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