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가면 까만 좁쌀 안에 어머니가 앉아 계신다 어머니는 새벽녘에 별을 까고 하늘을 판다 물동이를 판다 물동이 주둥이에서 빗물이 쏟아진다 찢어진 우산으로 흙밥을 지고 계신다 여섯 손가락에 물린 흙밥은 칭얼대며 굴뚝에서 젖을 빨고 있다 허기진 굴뚝에서 소리가 난다 쬐다 뜯기고 물린 생채기는 시리도록 따뜻한 당신의 세월이었다
한 조각 먼지로 먼 길 떠나던 날 담배연기는 콧등을 타고 어머니를 숨겼다 지금도 앞마당 가느다란 귀퉁이엔 어머니가 쭈그리고 앉아 빠끔 담배를 태우고 계신다 톡, 깨지는 혓바늘 속에 어머니의 입 냄새가 난다 냄새는 찌릿한 심장을 훑어 올린다
고향에 가면 엘레빗 머리카락에서 어머니가 보글보글 걸어 나오신다 그 뒤로 좁쌀 그림자 하나, 재피나무를 말고 있다 재피가루 한 톨 고향에 말아 넣고 있는 나는, 고향을 털어내고 있다
☞ 시작노트 이맘때만 되면 그리움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그리움만 사무친다. 보름달 속에 당신의 얼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