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바쁘게 돌아치고 나니 토요일 밤엔 녹초가 되었다. 오랫 만에 친구들과의 모임에서도 토끼 눈으로 생맥주 한 잔 놓고 시간이나 때우려는 맥 빠진 모습으로 앉아 있으니 일찍 들어가 쉬라고 한다.
일요일엔 늦게까지 푹 자겠다고 생각했지만 출근시간에 맞춰 일어나던 습관 때문인지, 새벽잠이 없어진다는 나이가 되어서인지 해가 밝은 아침시간까지 누워 있기가 오히려 더 불편하다. 부시시한 머리에 모자를 눌러쓰고 한강 산책로를 걸었다.
산책로 갓길에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야생 보랏빛 나팔꽃과 주홍색 유홍초가 덩굴이 엉켜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우리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닮아 있는 듯하다. 풀숲에 앉아 꽃들과 마주하고 있으면 이들의 얘기소리가 들린다.
해가 뜨거워 지기 전에 집으로 들어와 마음껏 게으름을 피우며 휴식을 취하고 저녁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나도 모르게 자꾸 창밖을 내다본다. 붉은 태양빛이 강하고 구름이 제법 많은 것으로 보아 오늘 저녁의 노을은 기대를 해도 좋을 듯하다.
부지런히 채비를 하고 다시 강가로 나간다. 오랜만에 바라보는 강가의 노을이 오늘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나는 왜 사진을 찍을까…. 우연한 기회에 카메라를 만지기 시작했고 정식으로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협회에 가입을 한 것도 아니고. 무슨 목적이나 꿈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디를 가나 무엇을 보나 사진 찍을 생각에 가득차서 어떤 장면을 실제 눈으로 보는 시간보다 렌즈로 보는 시간이 더 많을 정도로 카메라를 떼어놓지 못한다. 완전히 미쳐버리지도 못할 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