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포천 지역 사회의 비전 제시와 실현을 위한 전략과 정책을 개발하고자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지역사회를 사랑하는 순수한 열정을 가진 시민단체”라면서 포천 미래포럼이 발족했지만 이 단체는 향후 정치세력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우려하는 주민의 소리를 담은 기사가 보도된 바 있다.
이때 발기인대회의 총괄기획을 맡은 사람은 주제발표에서 “2013년이면 600주년을 맞는 포천시의 시민으로서의 자긍심을 살리고…포천의 600년 정체성을 되찾아 위상을 확립하고 시민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랫동안 정체된 시민사회의 변화와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비슷한 시기에 포천시는 중앙지를 비롯한 각 언론에 포천 600년을 홍보하였고, 포천 600주년 기념사업 추진을 위하여 대대적으로 여러 가지 행사도 준비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7월 28일 필자가 포천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포천군지를 비롯한 여러 문헌에 기록된 바로는 고려 때부터 포천이라는 지명을 사용했다는 내용을 근거로 제시하며 기록 확인이 필요함을 지적한 바 있다.
그 후 필자는 지인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포천군지기록의 근거자료로 삼았던 역사서의 원문을 여러 날 밤을 새워 통독하여 확인한 결과 “신증동국여지승람” 6권 경기 114쪽에서 고려 공양왕 2년에도 포천이라는 지명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기록을 찾을 수 있었다.(사진자료참고)
↑↑ “신증동국여지승람” 6권 경기 113쪽(좌), 114쪽(우) □안에 抱川이라는 지명을 사용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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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내용 부분을 해석하면 이러하다. “…공양왕(恭讓王) 2년에 처음으로 경기를 좌(左)ㆍ우(右) 도로 나누었다.…또 문종(文宗) 때의 구제(舊制)에 의하여, 양광도의 한양ㆍ남양(南陽)ㆍ인주(仁州)ㆍ안산(安山)ㆍ교하(交河)ㆍ양천(陽川)ㆍ금주(衿州)ㆍ과주(果州)ㆍ포천(抱川)ㆍ서원(瑞原)ㆍ고봉(高峯)과, 교주도(交州道)의 철원(鐵原)ㆍ영평(永平)ㆍ이천(伊川)ㆍ안협(安峽)ㆍ연주(漣州)ㆍ삭녕(朔寧)을 좌도에 예속시키고, … ”
이렇게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된 고려 공양왕 2년은 서기 1390년으로 그 이전에도 포천이라는 지명이 기록된 것으로 보아 또 다른 기록이 발견된다면 고려 공양왕 이전에도 사용했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록은 조선 태종13년 1413년에 포천이라는 지명이 처음으로 사용되었다는 포천미래포럼이 주장과는 23년의 오차가 있고, 계사의 례를 비교하여도 인천(仁川)의 옛 지명인 인주(仁州)가 그대로 기록되어 있어 조선 이전에 포천이라 사용하였음을 반증하고 있다.
이런 기록으로 볼 때 앞으로 새로운 기록이 또 발견된다면 그 지명사용의 차이는 더 벌어질 수도 있으므로, 포천지명의 역사가 2013년에 600년이라는 주장은 심각한 오류를 범할 수도 있음을 확인하였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는 포천 600년을 기념하는 문화행사나 책자를 발간하여 정체성을 밝히고자 한다며 역사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사실을 임의로 특정하여 이를 기념하는 문화행사나 책자를 발간하려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특히 역사나 고고학을 전공하지 않은 학자들이 증명되지 않은 사실을 소재로 선택하여 없는 것도 만드는 세상이라며 주제발표를 하였고, 만일 지자체가 이 내용을 근거로 사업을 시행하려 했다가 그 내용이 사실무근임이 확인된다면, 그로 인한 모든 사회적 책임은 그릇된 내용을 발표한 학자의 몫이 되는 것이다.
만일 오류를 범한 학자가 ‘아니면 말고’라고 한다면 사업을 시행한 지자체가 책임을 떠안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정체성을 담보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바탕으로 축제나 퍼포먼스를 만들어 내는 것은 그만큼 위험성이 따르므로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이다.
비근한 예로 무술 유단자가 일반인과 싸움을 벌여서 상대에게 상처를 입혔다면 법에서도 그 처벌을 가중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의 주제발표가 언론에 보도 되면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양심 있는 많은 학자들은 증명되지 않았거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내용의 발표를 자제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9월 포천미래포럼 행사에서 발표된 포천 600년에 관한 오류나, 지난 7월 포천 고모리 산성에 대한 주제 발표는, 역사적 기록이나 자료들을 철저하고 명확하게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에 가장 기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그러니 앞으로 정체성과 관련된 역사적 내용을 기념하거나 형상화 하려고 한다면, 비전공학자나 증명되지 않은 주제발표를 근거로 하지 말고, 충분히 확인된 내용을 바탕으로 해야 이를 받아들이는 시민들의 정신이 혼란스럽지 않을 것이다. 관계자들의 자중을 권고하는 바이다.
이희용 / 광릉 숲 시인, 연극인, 칼럼니스트, 한국스카우트 경기북부연맹 감사, 전 경기도예총부회장, 포천시지역사회복지협의체 초대위원장, 전 포천아시아비엔날레 조직위원, 포천시 수능시험장 유치추진위원장, 포천신문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