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김창종의 현대시 감상(68)

하늘이
세상의 온갖 남루한 것 모두 덮어버리자고
흰눈을 쏟아붓는 날이면
우리는 무작정 신탄리역으로 간다.

분분한 눈발 속에
작은 대합실의 희미한 불빛하나
너울너울 흔들려보이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경원선 꽃기차가
예나제나

눈 오는날의 정취에
흠뻑 빠지고 실은 사람들 가득태우고
눈길은 들녘을 훠이훠이 달려오고 있다 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작은 신탄리역은
단박에 터져버릴지 모른다고
걱정걱정하며
우리는 무작정 신탄리역에 서 있다.

<감상=해설>
오령시인은 부부 시인이자 교육자의 아내로 눈부시도록 화려한 시어와 외향을 엿볼 수 있어 흐믓하다.
경기 수원 출생으로 한국문협회원이고 조선 문학회원이자 연천을 지극히도 사랑하는 사랑의 시인이다. 우리는 오령님의 시어 속에서 순수미는 물론 꿈과 환희와 벅찬 정렬을 발견하고는 기뻐한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시를 생활 속에서 꽃피우고 자연과 주변과 인간애 속에서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는 수정 같은 마음자리가 아름답다. 오령 같은 시인이 있기에 한국의 시단은 오염되지 않고 순수미를 지니는 구석이 있지 않은가? 생각되어진다. ‘눈’, ‘무작정’, ‘분분한’, ‘너울너울’, ‘꽃기차’, ‘눈깊은’, ‘훠이훠이’, ‘단박에’ 등등 시어를 동원하여 순수미의 향기를 나타내려는 찬란한 시정신의 매디매디가 보기 좋다.
다음 발표되는 시 속에서 불타오르는 정렬의 사랑의 불사름이 넘치는 뜨거운 미의식을 맛보기를 기대해 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