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메이커만 찾는 아이, 집안 살림이 휘청휘청해요 80년대부터 이어온 이른바 경제 호황기에서 자라난 자녀들에게 소비는 절약보다 더 익숙한 단어이다. 반면 그런 자녀를 둔 부모는 이와 반대로 절약을 미덕으로 알고 생활해 왔기 때문에 자녀와 빈번하게 갈등을 겪는다. 어느 가정의 어머니와 아들의 대화를 들어보자. 아 들: 엄마, 집으로 오는 길에 정말 마음에 드는 옷을 봐놨어요. 스타일 정말 끝내줘요. 그 옷 사주세요. 어머니: 무슨 소리니, 작년에 산 그 많은 옷들은 다 어쩌고 또 옷타령이야! 아 들: 무슨 말씀이세요, 작년에 산 옷을 올해 또 입으란 말예요? 유행이 얼마나 빨리 바뀌는데 엄마는 참……. 어머니: 내가 보니까 그 옷이 그 옷이던데. 잔소리말고 한 해 더 입어. 아 들: 친구들은 벌써 다 입고 다니는데 나만 쪽 팔리게 구닥다리 옷을 입으라구요? 그렇게는 못해요. 이후 아들은 아마도 제 방문을 꽝 하고 소리나게 닫고 들어가 버릴 것이고, 또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화를 삭히기 위해 소파에 앉아 가쁜 숨을 내쉬고 있으리라. 이처럼 아들과 어머니의 생각에 변화가 없다면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매장에서 운동화를 구입하려는 아들과 그에 맞서는 어머니의 입장은 다 똑같다. 각자의 고집대로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데 좋은 것을 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어머니와 유명메이커가 편하기도 하고 친구들한테서 따돌림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아들이다. 이처럼 어머니와 아들의 입장이 서로 팽팽해지다 보니 좀처럼 타협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결국은 어떠한가? 부모는 자녀가 원하는 신발을 기어이 사 주게 된다. 혹시 그것을 사지 못해서 다른 친구들한테 기가 죽지는 않을까 하면서 두 눈 질끈 감고 사주고 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녀는 어머니가 사주는 값비싼 신발의 고마움을 모르게 되고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을 가질 뿐이다. 아버지가 1년 신는 구두 한 켤레 값으로 6개월 신을 수 있는 운동화 한 켤레를 사도 아들은 눈 하나 까닥않는 강심장(?)이 되어 있다. 어느 기관에서 조사한 청소년 소비심리 실태를 분석해 보면 의외로 요즘 청소년들의 소비심리가 문제라는 것이 밝혀졌다. △용돈 기입장을 기록하고 있다 -40% 미만 △물건을 잃어버려도 귀찮아 찾지 않는다 - 40% △주변의 친구가 유명상표 물건을 구입하는 것을 보면 나도 구입하고 싶어진다 - 60%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의 광고를 보거나 들으면 충동구매를 느낀다 - 60% 위와 같은 결과에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심리상태가 그야말로 잠재된 심리상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진 다는 점이다. 한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아들이 이상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더니 그 뒤부터는 줄곧 유명메이커 가 붙은 옷만 고집하는 거예요. 집안 형편을 알아듣게 얘기했는데도 막무가내지 뭐예요. 결국은 무시해 버렸는데 그 다음부터 학급비를 내야 된다, 참고서를 사야 된다며 금방 탄로날 거짓말을 해대는 거예요. 그래서 야단을 좀 쳤 더니 며칠 뒤부터는 귀가 시간이 점점 늦어지더라구요. 그런데 세상에, 알고 보니 옷값을 마련하기 위해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 뭐예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요.’ 이런 상황에서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바로 ‘된다, 안 된다’라는 식으로 자녀를 설득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청소년기의 자녀들은 부모나 어른들의 논리를 대부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체험하고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한 가지. 그들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장보기 프로그램’을 적용해 보는 것이 좋다. ‘장보기 프로그램’은 시장에 가서 부모가 물건을 사오는 것이 아니라 자녀들이 원하는 물건을 스스로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그 과정을 통해서 합리적인 경제 행위를 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프로그램이다. 우선 이 시기의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다니면서 비슷한 옷을 입고 다닌다는 사실에 착안해 친구들과 함께 남대문 시장 등 비교적 규모가 큰 의류상가가 있는 곳에 갈 기회를 줘서 자신이 원하는 옷을 사입 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주의할 것은 옷을 살 금액을 부모가 정해 주되 동참 해서는 안된다. 단, 물건을 구입하는 방법과 상품 식별 요령, 주의사항 등 약간의 정보는 주어야 한다. 물론 자녀는 부모가 준 금액 내에서 스스로의 선택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는 장보기를 해야 한다. 이런 프로그램이 바람직하게 이루어졌을 때 우리는 첫째, 주어진 비용을 초과하지 않고 물건을 선택함으로써 합리적인 경제활동을 배울 수 있다. 둘째, 스스로 제품의 질을 비교할 수 있고, 유통 과정을 알 수 있다. 셋째, 친구들과 어울려 물건을 구입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의 시각을 비교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또 타인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듣는 습관도 배울 수 있다. 그런데 일부 부모들은 세월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데 일부러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뭐 있을까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아까운 것은 부모의 입장이고 자녀 입장에서는 체험할 시간이 필요하다. ‘엄마나 아빠가 어렸을 적엔 말이다’하는 식의 잣대로 잔소리만 할 게 아니라 스스로 체험해 자신의 문제를 자각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