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10-03 오후 03:47:55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자유기고

[김형출 에세이=13] 개구쟁이와 왕매미


김형출 기자 / mjmc00@hanmail.net입력 : 2011년 08월 26일
 
↑↑ 김형출 시인, 수필가
ⓒ (주)포천신문사 
여름 하면 기억처럼 떠오르는 물빛추억 하나 있다. 햇살은 해바라기 꽃보다 강렬하고 바람은 물레방아처럼 시원하다. 술 익은 여름은 비틀비틀 은근슬쩍 취한다. 엽록소는 신이 났고 동구나무 아래서 매미처럼 드르렁대는 우리 아버지 코골이가 부럽다. 누구나 여름을 즐길 자유가 있다. 똥개들은 마루 밑에서 낮잠을 즐기고 참새들은 마당으로 침입하여 집 안의 동태를 살핀다.

바깥마당의 반시 감나무, 안마당의 고종시 감나무, 담 넘어 두리 감나무에 왕매미 녀석들이 째지게 노래한다. “매임~ 맴맴! 맴! 매암~ ” “매롱, 매애롱 맴매롱~” 전래동화 ‘매롱이소리’처럼 즐겁다. 저쪽 밤나무 그늘서 좌우로 꼬리를 흔들어대면서 쇠파리를 쫓고 있는 눈망울이 선한 우리 집 황소가 한가하게 되새김질한다. 지렁이를 끌어가는 개미떼는 땡볕도 무섭지 않다. 갑자기 하늘이 까매지고 우르르 쾅! 우르르 꽝! 천둥번개 번쩍번쩍, 까맣게 뭔가 몰려온다. 후두 풍~ 후두 풍~ 콩닥콩닥! 타타타! 몰려온다, 장대비가 바늘처럼 대지를 시원하게 찔러 된다.

일곱 살 개구쟁이는 방학이라 신이 났다. 반시 감나무에 올라 왕매미 낚는 재미는 개구쟁이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개구쟁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혼자 키득거리며 밤나무 밑으로 향한다. 누렁이에 말을 거는 개구쟁이는 넉살 좋은 녀석이다. “누렁이야! 왕매미 많이 잡아 너도 한 마리 줄게?” 개구쟁이는 누렁이 꼬리를 잡고 흰 꼬리털을 하나를 쏘옥 뽑았다. 누렁이는 그런 줄도 모르고 빙 돈다. 누렁이가 기분이 언짢은 날에는 뒷발길질한 적도 있다. 개구쟁이는 소 뒷발길질에 절대 차이는 법은 없지만, 그래도 조심한다.  

아래채 모퉁이에 ‘지릅대기’ 한 묶음이 놓여 있다. 왕매미를 낚으려면 ‘지릅대기’*가 필요하다. 지릅대기는 가벼워서 좋다. 매미 낚싯대로서는 안성맞춤입니다. 소꼬리 털을 둥글게 올가미를 만든 후 지릅대기 끝에 야물게 꽁꽁 묶어 붙이면 훌륭한 왕매미 낚싯대가 됩니다. 잠자리채나 여러 곤충 채는 매미를 잡을 수 없다. 매미 눈도 밝은가 봐. 개구쟁이는 새로 만든 왕매미 낚싯대를 한 번 살핀 뒤 반시 감나무 아래로 간다. 검정 고무신을 벗어 던지고 원숭이처럼 나무에 기어오른다. 무섭지도 않나 봐, 짙은 갈색에 붙어 있는 왕매미는 여럿 마리다. 감나무에 붙은 왕매미, 우는 놈 울지 않는 놈 모두 통통하다.

우선 낚싯대를 왕매미 머리 부분 가까이에 조심스럽게 갖다 됐다. 왕매미는 왼쪽 오른쪽 앞발을 번갈아 가면서 ‘들었다 놓다’를 몇 번 반복한다. 낚싯대로 깔짝깔짝 미끼를 던진 후, 잽싸게 낚아채면 왕매미는 보기 좋게 끌려듭니다. 푸드륵~ 다른 왕매미들이 살려고 싱~ 하고 잽싸게 하늘로 난다. 왕매미는 나와 그늘에서 한참을 놀기도 하고 방학숙제로 곤충채집 상자 안에 가두어지기도 한다. 

왕매미와 노는 것조차 심심하면 개구쟁이는 또래 아이들과 지우천(智雨川)*에가 첨벙첨벙 멱을 감기도 합니다. 새까맣게 그을린 개구쟁이는 눈빛만큼은 별빛처럼 반짝거린다. 어른 키보다 깊은 물속을 헤집고 다닌다. 개헤엄, 개구리헤엄, 물장구헤엄, 잠수하다가 입술이 새파랗게 질리면 개구쟁이는 밖으로 한둘씩 슬금슬금 기어 나온다. 벌써 소 골 한 망태 베야 하고 소몰이 간 형들에게도 가봐야 한다. 다시 오지 않은 물빛 추억에 한여름의 땡볕은 익어간다. 

베란다 방충망에 붙은 왕매미 한 마리, 떨어지지도 않고 거실 안을 염탐한다. 왕매미를 바라보니 어릴 적 물빛추억 하나가 가 호롱불처럼 가물거린다. 왕매미야, 고맙다.

김형출 / 시인, 수필가, 포천신문 시민기자
김형출 기자 / mjmc00@hanmail.net입력 : 2011년 08월 26일
- Copyrights ⓒ포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
이름 비밀번호
개일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겨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PBS 포천방송 TV
경기도
생활상식
가장 많이 본 뉴스
정보 커뮤니티
상호: 포천신문 / 주소: 경기 포천시 해룡로 130-38 (동교동)
발행인·편집인 : 김현영, 편집인 강신옥 / mail: ipcs21@hanmail.net / Tel: 031-542-1506~7 / Fax : 031-542-111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기 아50080 / 등록일 : 2009년 6월 22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현영
Copyright ⓒ 포천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