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법 개정으로 경기도는 시·군별로 화장장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지난 2008년 5월 26일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대와 지역 간 이해관계를 넘어서지 못해 부천시를 비롯해 안산시, 시흥시, 이천시 등 도내 각 지자체가 화장장을 건립하려고 했지만, 주민의 거센 반발로 사업을 철회하거나 부지 선정을 포기했다.
특히 하남시는 중첩된 규제로 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명분으로 주민들의 필사적인 반발에도 불구하고 광역화장장 유치를 추진했으나, 경기도의 지원 불가 결정으로 지역정서만 흔들어 놓고 경기도로부터 일부 숙원사업만을 지원받는데 그쳤다. 이는 지난 2003년 부안군수가 핵폐기물처리장유치를 추진하여 주민 여론만 악화시켜 분노한 주민들에게 쫓겨 사찰로 도망 다녔던 사례와 별로 다를 것이 없다.
이렇게 광역화장장은 어느 지역이나 필요는 하지만 우리 동네는 아니라고 주민들은 강력히 반발하였고, 그래서 다른 기초지자체에서도 추진을 못하고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반대하는 주민들만 나쁘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 평생을 살아온 터전에 혐오시설이 들어오는 것도 몸서리치게 싫지만, 이미 설치된 혐오시설을 설치할 때 제시했던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기에 주민들만 나무랄 수도 없는 것이다.
하여튼 혐오시설을 유치하려는 대부분의 지자체장이나 지역 대표들은 정치역량이 부족해서 이거나, 아니면 자신의 임기 내에 혐오시설이라도 유치해서라도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무리한 욕심으로 부족한 재정을 극복하려 했던 것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우리지역에서도 광역화장장 유치와 관련하여 너무 급하게 추진하려다가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하여 후보지를 결정하지 못하여 기간이 미루어졌고, 심지어는 성난 주민들이 시청을 찾아가 반대 입장을 밝히며 거센 반대를 하는 등 지역 민심이 요동치기도 했다.
그럼 무엇이 선량하게 살아오던 주민들을 이렇게 분노하게 만들었고, 과연 누가 이들의 마음을 힘들게 했는지를 반대하는 주민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생각해 볼 일이다. 누가 봐도 행정을 집행하는 권력자에 비해 자신의 터전을 지키려는 주민들은 약자들이니 하는 말이다.
얼마나 속이 상하고 답답했으면 현수막을 지키려 밤잠을 설치고, 집집마다 찾아가서 반대서명을 받고, 끝내는 관공서를 찾아가 목소리를 높였겠는가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좀 더 깊이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포천의 경우는 더 특별하고 가혹한 것이 광역화장장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지역이 예상치 못한 폭우로 인해 도로가 파손되고, 하천 제방이 유실되었으며, 주택과 농경지가 침수되었고, 인명 피해마저 발생하는 등 경기도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되어, 결국에는 정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한마디로 우리지역은 폭우 피해가 너무도 심하여 치명적인 혼란에 빠져있어 긴급한 지원과 복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런데 현 시점에서 화장장 유치와 관련한 토론회를 개최하여 분쟁의 불씨를 다시 붙이는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토로하고 있다.
당파 간 논쟁이 치열했던 조선시대에도 나라에 기근과 천재가 닥치면 그렇게 치열하게 싸우던 당쟁을 팽개치고 백성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함께 걱정하고 논의 했다는데, 기록적인 폭우로 엄청난 재해를 당해 주민들은 망연자실 하고 있어 행정적인 지원이 한시가 급한데, 그동안 끌어오던 화장장 문제로 주민에게 더 큰 어려움을 주는 것은 그렇게 마땅한 일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축구 경기에서도 선수가 부상을 입으면 공을 밖으로 차내서 경기를 중단시켜 선수를 보호하려는 모습을 우리는 자주 보고 있다. 아무리 사안이 급하고 절실하여도 강력한 권력을 가진 집행부가 그동안 계속 끌어오던 광역화장장과 관련한 논쟁을 벌인다면 재해로 고초를 겪고 있는 주민들은 그 집행부를 신뢰하지 못할 것은 자명하다.
운동경기에서 규칙을 지키지 않고 반칙을 하거나 승부를 조작한다면, 그 경기는 순식간에 관중의 신뢰를 잃고 자멸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상대방에 입장에서 다시 한 번 더 생각하여 광역화장장 논쟁을 접고, 신음하고 있는 민생을 올바로 챙기는데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야, 억장이 무너진 주민의 고통을 일부라도 보듬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