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영국 런던에서는 18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정원 박람회인 첼시 플라워 쇼가 열린다. 영국 여왕을 비롯해 매년 15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정원문화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이 아름다운 플라워 쇼를 보기 위해 찾는다.
그런데 올 봄에 이 플라워 쇼에 처음으로 전시된 한국의 뜰이 첫 출품 만에 소형정원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쾌거를 거두었다. 어떻게 보면 정원 가꾸기가 경쟁의 상징인 상의 형태로 환산되는 모양새가 웃기는 일이지만 한국의 고유한 정서인 뜰이 지구촌 속에 보편적인 정서로 자리매김 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라는 점에서 이번의 상은 몹시 기쁜 일이라 생각된다.
첼시 플라워 박람회에 출품된 한국의 정원은 우리의 산과 들의 풍경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우리네 민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자그마한 뜰이다. 아바타의 영감이 옮겨져 있는 이곳 하늘정원에는 세상에 처음 선을 보이는 형형색색의 꽃과 잘 가꿔진 나무가 소담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해우소 앞 뜰에는 꾸밈없이 소박하게 자라고 있는 흰민들레와 수수꽃다리와 질경이와 뱀 딸기는 아늑하고 편안한 정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한국의 뜰이 주는 묘미는 참으로 정감이 깊고 은은하다. 우리는 우리네 집 가의 헐벗은 한 뙈기 땅을 갖가지 색채의 물결이 넘쳐 나는 자그마한 손바닥 정원으로 만들어 왔다. 우리는 봄이면 메마른 땅에서 움트는 생명의 신비를 느끼고, 여름이면 시원한 녹음 밑에서 자연의 정취를 마음껏 호흡하며, 가을이면 과실수의 풍성한 열매를 맛보고, 겨울이면 살을 에이는 싸늘한 찬바람과 함께 고독을 경험하며 또 다른 생명의 봄을 기다린다.
정원 디자이너 황지해는 한국의 뜰에 대해서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방식이죠. 우리가 자연 속으로 들어가지요. 커다란 바위나 거목들은 결코 건들지 않아요. 그러므로 우리네 뜰은 자연과 함께 하는 정원인 거죠”라고 말한다.
한국의 뜰은 자연을 길들이거나 정리하는 인위적인 공간이 아니다. 우리네 뜰은 우리의 흐트러진 마음을 치유하는 안식처이자 자연을 오감으로 지각할 수 있는 신체화 된 장소다. 우리네 뜰은 자연의 순리를 알기에 결코 자연을 거역하거나 지세를 함부로 변형하지 않는다. 정원 속에 길을 만들어도 지세를 허물거나 직선적인 계단을 피하고 산세나 계곡을 따라 여유 있게 돌아 오르게 한다.
우리는 토질에 알맞은 식생을 하고, 그곳에 자라고 있는 나무와 꽃도 전지를 하여 인공적인 모양을 내지 않는다. 우리네 뜰에는 어디를 가도 조그만 언덕배기가 있고, 도랑물이 개울물처럼 졸졸 소리 내며 구비 구비 흐르고, 연못에는 누각의 그림자가 아름답게 비쳐지고 있는 어릴 적 뛰놀던 뒷동산 같은 고즈넉한 정취가 풍겨난다. 우리네 뜰에는 흙냄새와 꽃내음과 낙엽소리와 풀과 나무와 함께 전해주는 옛 전설이 살아 숨쉬고 있다.
한국의 뜰은 현실의 고통을 해소하는 공간, 풍속을 살펴서 자신을 반성하고 깨우치는 공간, 삶의 방식을 체득하는 수신의 공간, 저마다 고유한 역사와 문화가 묻어 있는 장소로 이해된다. 우리네 뜰은 우리의 삶을 투영하고 마음과 몸을 즐겁고 자유롭게 노닐게 하는 놀이 공간의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네 뜰에서 때로는 깊은 상념에 잠겨 세상의 근심과 걱정을 잊기도 하고, 때로는 그곳의 아름다움에 취해 자신의 넋두리를 잠시 옮겨 놓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리네 정원은 우리의 심성을 자연에 순화시키는 안식처이며 여흥을 즐기는 장소이고 학문을 수행하는 장소인 동시에 현세의 고민에서 벗어나 자각과 자족을 느끼는 수신의 장소이기도 하다. 우리는 솔바람에서 우러나오는 솔빛 향기를 타고 전해지는 옛 선인의 곧은 기개나 강인한 정신을 우리네 뜰에서 경험한다. 우리네 뜰은 풍경을 감상하고 풍류를 느낄 줄 알아야 그 참맛을 느낄 수 있다. 농사일과 가사 일을 하다 잠시 쉬면서 막걸리 한 잔 나누는 우리네 농부들의 풍류 정도면 우리네 뜰이 뽐내는 풍경에 족히 화답하고도 남음이 있다.
또한 우리네 뜰은 자연의 품속에 안겨 현세에서 구제받지 못한 좌절이나 번민을 해소하며 자기 구원을 시도하는 자기 정화의 장소다. 우리는 뜰에 자라고 있는 식물 하나하나에서 삶의 도리나 자연의 이치를 이끌어 낸다. 우리네 뜰에는 번민스러운 현실의 속박에서 벗어나 무욕허심의 경지에서 자족하고 사색하는 무위자연의 사상이 깃들어 있다고 하겠다.
포천은 70% 이상이 수려한 산으로 이루어져 있고, 천혜의 산수진경에 둘러싸인 풍광이 아름다운 고장이다.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우리나라 식물의 보고인 광릉수목원과 뷰식물원과 평강식물원이 있는 우리고장의 민가마다 고즈넉한 뜰이 하나씩 생겨날 때 우리네 보금자리는 멀지 않아 맛깔 나는 지구촌의 진풍경이 될 것이다. 잠시 우리고장의 산수진경을 둘러보며 우리네 뜰 속에 깃들어 있는 마음의 고향을 깊이 음미해 보면 좋겠다.
공명수 / 대진대 영문학과 교수, 대진대 교육대학원장(교육연수원장 겸직), 포천신문 칼럼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