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마음에는 언제나 추억의 종달새가 있습니다. 하늘 높이 날아오르며 찌르르 울어대던 종달새 옛날 우리들의 텃밭에는 보리와 밀을 많이 심었지요. 그 시절 어머니는 보리와 밀로 우리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셨는데.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아른거립니다. 보리는 보리밥을 해먹고 밀은 제분소에 가서 밀가루로 만들어 수제비, 국수, 그리고 감자를 넣어 개떡이라는 음식도 만들어 주시고는 하셨지요.
그 때 우리텃밭에도 종달새가 많이 살았는데, 종달새는 언제나 밀밭 고랑에다 집을 짓고 살았지요. 나는 그 시절 동생 녀석과 종달새 집을 찾으려고 밀밭을 헤매다가 밀밭을 못 쓰게 만들어 아버지에게 꾸지람을 듣기도 했었는데 그때는 아버지께서 왜 꾸지람을 많이 치시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아버지가 밉기도 했었습니다.
많은 세월이 흘러간 지금, 그때의 추억들을 생각해보면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시절에는 우리 부모님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품팔이 일을 하시며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하던 날들이 많았으니까요. 그 때는 보리와 밀은 우리들의 식량이었으니 아버님께서는 밀밭을 못 쓰게 만들어 놓은 나와 내동생에게 꾸지람을 치실 만도 하셨을 겁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나와 내 동생은 종달새 둥우리를 찾아 알을 깨 먹던 적도 있었고 종달새를 잡아서 밀짚으로 만든 새장 속에 종달새를 가둬 두고 텃밭에서 배추벌레를 잡아서 새 먹이로 주기도 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무기농법으로 짓던 농사기법이 없어지고 화학비료를 사용하면서 우리 집 텃밭에는 배추벌레를 찾아보기가 무척 어려워 졌습니다.
그뿐이 아니죠! 화학비료가 만들어지고 독소가 강한 농약들이 보급되면서 논두렁에도 텃밭에도 방아깨비, 메뚜기, 등 모든 자연의 생명들은 자취를 감추고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농번기 때는 새벽에 집을 나서 들녘으로 향할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흙은 나에게 실망도 주지만 희망을 더 많이 안겨주고 내가 노력한 만큼 돌려주기도 하고 가져가기도 하니까요.
서구문화에 떠밀려 우리가 동경하는 시골 정서는 잊혀 가고 있지만 우리들 마음에는 아직도 종달새의 추억이 아련히 남아있습니다. 이번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을 보며 자연의 위대함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자연 앞에 인간은 한낮 부질없는 존재라는 사실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비가 그치고 나면 8월의 하루는 무척 지루할 것 같습니다.
어느덧 2011년도 절반을 넘어 들녘엔 벼들이 가을의 만찬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껏 살면서 나름대로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아무쪼록 뜻하시는 일들 모두 성취하시기 바라며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모두가 일관된 지혜를 모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