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턴이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깜깜한 뱀사골 산길, 3km 이상을 걸었을까. 잠시 숨을 돌리고 쉬는 사이 기회만 있으면 셔터를 눌러야 하는 습관은 어디 가질 않는다. 번쩍하는 불빛에 놀라 쳐다보니 일행 중 한분이 플래시를 터트려 기념촬영을 해주신다.
비가 오락가락하고 옷이 젖었다 말랐다 몇 번을 하고 무거운 카메라 배낭과 삼각대까지 메고, 그러나 모두의 마음에는 보물을 찾으리란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등산로를 따라 걷는 길은 힘찬 계곡물 소리와 어둠이 깊은 차가운 밤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등산로를 벗어나 바위가 뒤엉켜있는 인적 없는 길에서는 뒤에 오는 사람들을 기다리면 앞서간 사람의 불빛이 사라져 버리고, 앞서간 사람을 따라가면 뒷사람들의 불빛이 사라지고 갑자기 나타난 폭포 앞에서 앞으로 나갈 길을 찾지 못해 망연자실 하기도 했다. 앞서간 사람들도 길을 찾느라 오르락 내리락 하며 무조건 따라오지 말고 기다리라 한다. 정보에 의하면 이길로 들어서서 결국 찾지 못하고 돌아간 사람들도 있다고.
길을 찾아 헤매던 일행이 헐레벌떡 뛰어내려오며 “저기... 저기...”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키며 말을 잇지 못한다. 날도 어슴프레 밝아오고, 마치 오지를 찾아 헤매는 탐험가라도 된 기분이다. 산행이 아닌 오직 출사길로는 가장 힘들었던 날이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천갈래 만갈래 늘어놓은 너무도 가늘고 고운 비단결 그 자체다. 선뜻 카메라를 들이대지 못했다. 수 만년 흘러내려온 생명의 줄기 앞에 잠들어있던 영혼이 깨어나고, 또다시 굵은 빗방울이 온몸을 적셔도 비를 피할 생각은 하지 못한 채 카메라 가방이 젖지 않도록 감싸 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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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한 장의 사진을 얻기 위해 수없이 셔터를 눌렀다. 힘들게 찾아온 과정은 나의 몫이고 결과물에서 그 힘든 과정을 나타내 주는 것은 아니다. 맘에 드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그 과정은 헛된 일이 되고 말기에 힘들었던 만큼 더 욕심이 생기고 집착하게 된다. 그래도 내 자신은 이곳에 왔었다는 사실에 말할 수 없는 보람과 긍지로 오랫동안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때는 출발시점에서부터 사진을 찍었지만 오늘은 예외다. 내려가는 시점에서부터 거꾸로 뱀사골의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 장마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크고 작은 계곡은 힘이 넘쳐흐른다.
여덟 명 일행 중 세 명은 등산로를 벗어난 어둠속 너덜길에서의 위험과 체력고갈로 끝까지 함께하지 못했다. 결국 중간 위치에서 거리조절에 실패한 나는 앞서간 일행들을 따르며 반반의 마음이었다. 오늘의 목표는 사진이지만 안전보다 귀한 것은 없다.
다리에 힘이 풀려 발이 미끄러지고 몸이 흔들릴 때마다 뒤에 분들은 스스로 더 이상 올라오지 않기를 바라기도 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그래도 끝까지 같이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고… 미안하 마음도 들었지만 사고 없었으니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내려오는 길 중간에 우리를 기다리는 일행을 보며 다섯 명의 마음은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