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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출 에세이=11] 서글픈 굴레


김형출 기자 / mjmc00@hanmail.net입력 : 2011년 07월 30일
 
↑↑ 김형출 시인, 수필가
ⓒ (주)포천신문사 
가끔 마음이 답답할 때면 서점에를 간다. 진열장에 빽빽하게 꽂혀 있는 주인 없는 책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갑자기 부자가 된 기분이다. 요즈음, 인터넷 및 영상매체 발달로 젊은 층일수록 책을 멀리하는 추세라니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오곤 한다.

그냥 한번 대충 읽고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자극적인 잡지가 그래도 좀 팔린다는 서점 관계자의 말에 부정할 생각은 없다. 나부터라도 무겁고 딱딱한 문학이론서나 전문서적은 읽기가 부담스럽다. 그저 가볍고 흥밋거리가 실려 있는 눈요기를 제공해주는 잡지가 좋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독서를 통해 마음의 양식을 찾고 반성과 성찰하는 새로움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독서는 삶을 윤택하게 하는 즐거움일 것이다.

복잡한 사회에 사는 현대인들은 단순한 것을 좋아한다. 이런 풍조를 달리 말하면 생각하는 깊이가 얇아지는 증거일 게다. 생각하는 깊이가 얇아지면 마음이 황폐해져 세상이 각박해지기에 십상이다. 그래서 옛 선인들은 “책 속에 길이 있다.”라고 말씀하셨다. 누구나 평생 책과 가까워져야 한다. 책은 우리의 스승이요, 인생의 나침반이다. 그래서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이 새삼스럽게 닿아온다. 다양한 책을 접하면서 시각, 청각, 미각, 촉각, 후각은 물론, 심장의 고동소리, 맥박 뛰는 소리, 근육의 떨림까지 모두 만끽해봐야만 심상(心狀)을 느낄 수 있다는데 정말 그럴까….

문 닫지 않은 곰팡이 여름휴가도 없나 봐
동해안 서해안 남해안 해수욕장엔
비틀거리는 팔월의 땡볕들 바닷물 마시는데
발바닥에 밟히고 맨주먹에 얻어터진 질곡의 부스러기
너부러진 언어들 입술로 마신다
돌아오는 길
외딴 섬 책방엔
허연 먼지 뒤집어쓴 가난한 글쟁이들 한숨 소리
에이! 커피 한 잔만도 못한 초점 잃은 저 눈망울
먼지를 쌓아올리고 있다
곰팡이들 여름 휴가가고 싶어 햇빛 보고 싶어
윙크로 손님을 유혹해보지만
동전 한 닢 아까운 불룩한 호주머니들
가난한 웃음만 팔고 지나간다
‘쇠주’ 한 잔만도 못한 서글픈 무명시집 한 권
서글픈 뒷북소리만 들려온다

- 나의 시(詩) 「서글픈 굴레」 전문-


며칠 전 모 조간신문에 “도미니카共 대학생 5명 300시간 책 읽어”라는 제하의 기사에 눈길이 갔다. 중남미에서도 도서 수준이 매우 낮은 도미니카공화국 대학생 5명이 지난 7일부터 300시간 연속 책 낭송에 성공해 세계신기록을 세웠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23일까지 책 읽기를 계속해 365시간을 채울 예정이라며 역사서와 보슈 전 대통령 전집을 2시간마다 교대로 읽고 있다. 참 대단한 인내와 끈질긴 도전이다.

독서 수준이 신통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도 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기를 기대해본다. 올 여름은 유난히도 장대비가 많다. 수해가 없기를 바라면서 이런 날은 곰팡이와 함께 독서삼매경(讀書三昧境)에 푹 빠져보자. 혹시 휴가지에서 책 한 권이 냄비 받침으로 사용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김형출 / 시인, 수필가, 포천신문 시민기자
김형출 기자 / mjmc00@hanmail.net입력 : 2011년 07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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